유가변동에 따른 탄력세 자동적용 도입이 필요하다.
김상헌 교수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현행 탄력세 진단
석유제품 가격의 상승은 물가 상승을 야기하여 국내 소비자 부담을 초래하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가격 확보가 어려워지게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유류 제품에 대한 유연한 세금제도 운용이 이루어지지 않아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의 정액세 하에서는 국제 유가 및 국내 환경의 변화를 적시에 반영하지 못하여 적정 수준에서의 유가 형성이 어려우며 비록 교통에너지환경세에 적용할 수 있는 탄력세적 요소가 존재하나 이 또한 고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2009년 5월 유가 안정 시기에 휘발유 1리터당 475원이던 교통에너지환경세에 11.37%의 탄력세율을 적용하여 1리터당 529원으로 세율을 올렸으며, 교통세에 종가세의 형태로 부가되는 주행세와 교육세에도 그 영향이 미쳐 세율은 결과적으로 76.14원이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국제 유가 인상 시기에도 탄력세율을 낮추지 않고 이 세율을 그대로 유지하여 국내 경제 활동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였다. 경직적인 세금운용은 국제유가가 상승하거나 환율이 상승할 경우 예상 세수를 초과한 징수를 초래하거나 물가상승을 야기하게 된다. 실제로 정부는 2010년 고유가 당시 당초 교통세의 세수예산인 11조 6,950억 원보다 2조 2,751억 원이 많은 13조 9,701억 원을 징수하여 19.45%의 초과징수율을 기록한 바 있다 한국납세자연맹,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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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세 자동적용 제도 도입
탄력세 자동적용 제도는 정액세로 적용되는 현재의 유류세를 국제 유가나 국내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 주어진 기준에 따라 세율을 탄력적으로 변화시키는 제도이다. 탄력세 적용이 성공적으로 시행되는 경우 국내 석유시장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프로세스를 확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석유제품을 사용하여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경제주체들은 안정적인 유류 제품 가격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탄력세 자동적용 제도 도입의 논리적 근거는 조세제도 설계에 있어서 효율성 추구와 관계가 있다. 이때 효율성은 조세로 인한 행동변화로 국민의 효용이 감소하는 것을 의미하며 조세제도 설계에 있어서 이 효율성이 감소하는 부분을 최소화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버거 삼각형(Harberger Triangle)으로 표현되는 사중손실(Deadweight Loss)을 줄이기 위해서는 세율을 되도록 낮게 유지하여야 하며 탄력성이 큰 항목은 세율이 낮게, 그렇지 않은 곳에는 높은 세율이 부과되어야 한다. 정부가 세금을 걷어 들이는 이유가 필요한 공공재와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것이라 한다면 이와 같은 세수에 대한 수요가 연도별로 크게 변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연도별로 크게 변화하는 유류세수 변화는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때 세율을 적정히 조절한다면 소비자의 효용을 증대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의 논의는 이론에 기반한 것이지만 실제로 2000년 1분기에서 2014년 3분기까지의 자료를 가지고 거시계량경제모형을 이용하여 동제도의 도입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분석한 결과 본 분석에서는 총 9개의 시나리오를 구성하여 기준 가격, 기준 시점, 세율 기준 등에 대한 몇 가지 조합을 구성하고 그 변화로 인한 경제변수에 대한 파급효과를 분석하였다.
에 따르면 탄력제 자동적용 제도의 도입은 궁극적으로 GDP를 상승시키고 유류세수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소득 상승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정부 조세수입 또한 늘어나는 효과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제도의 도입 초기에는 국민정서를 고려하여 변화폭을 되도록 적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합리적인 에너지세제 도입 가능성
이러한 탄력세 자동적용 제도는 법률적 측면, 정치적 측면, 세수확보 측면에서 그 도입의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법률적 측면은 탄력세율의 자동적용은 헌법 제 75조 위임입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헌법 제 75조 상에서 인정하는 위임입법이 헌법 제 59조의 조세법률주의 보다 우선하는가에 대한 논란 역시 존재하나 위임입법 역시 조세법률주의에 포함된다고 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해볼 때 법률적 측면에서 탄력세 자동적용제도는 도입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안정적 세수의 확보를 중요시하는 정부의 입장과 탄력세 자동적용 이후 유류세가 인하될 경우 혜택을 받는 광범위한 집단 간의 의견차가 있겠으나 산업 전반적인 측면에 있어서 유류세 인하는 생산 비용을 절감시켜 투자를 확대하고, 더 나아가 관련 제품의 소비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류세 조정을 통한 석유제품 가격 안정으로 발생하는 혜택은 특정 계층에 대한 복지보다 그 대상이 폭넓게 작용하므로, 여론이나 민심을 고려한다면 탄력세 적용은 국회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세수확보 측면에서는 유류세가 인하될 경우 발생하는 석유제품 관련 재화들의 소비 및 투자 증가는 전체적인 GDP 증가로 이어지게 되며 이에 따른 세수 증대 역시 예상할 수 있다. 혹여 세수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해도 유류 제품이 아닌 다른 에너지의 세율을 조정함으로써 손실분을 상쇄하여 세수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탄력세 시행으로 인한 세수 부족 발생 문제는 에너지 세제가 ‘재정수단(세수확보)’ 이면서도 ‘에너지정책 수단’ 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에너지세제의 합리화 차원에서 접근가능하다. 재정의 측면에서 낮은 조세부담률 및 국민부담률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재정여건상 증세는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에너지 세수 상황을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 다른 세수의 증대를 선행하고 에너지 세수는 중립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에너지 세제의 합리화 측면에서 볼 때 용도간 과세 형평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으며 수송용, 열/난방용, 발전용 간의 과세 형평성 및 합리성 제고가 필요하다. 즉 발전용(원전 및 유연탄)에 대한 과세를 통해 재정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탄력세의 기본세율 환원 등 현행 에너지 세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므로 관계자 및 주무부처 간 조정과 타협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