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사용제한 완화가 초래할 문제들

홍창의(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


지금까지는 택시, 렌터카, 장애인 그리고 일부 차종에서만 LPG 차량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 같은 LPG 차량에 대한 사용제한이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5년 이상 된 LPG 차량에 대해서 일반인 양도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정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장애인이 아닌 일반인도 LPG 차량을 마음대로 운행할 수 있게 된다.
LPG 차량 이용 확대를 주장하는 근거는 LPG가 친환경 차량이고 기존 LPG 차량 소유자의 재산적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

LPG 사용제한은 소수약자를 위한 세금혜택
우선 ‘LPG 차량에 대한 일반인 허용 정책’ 수립이전에 에너지 세제 전반에 걸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는 2007년에 2차 에너지 세제 개편을 통해 차량용 휘발유에는 리터당 세금 746원, 경유에는 529원, LPG에는 185원으로 차등 부과하고 있다. 즉, 경유 차량에 대해서는 소비성보다는 생산성에 방점을 두고 사업용 차량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휘발유 일반 승용차량보다 세금우대 정책을 편 것이고, LPG 차량은 장애인과 같은 소수 약자를 위한 배려 차원에서, 승용차임에도 불구하고 최대한의 세금혜택을 베푼 것이다.
세제관점에서만 보면, LPG 차량이 가장 유리하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LPG 차량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문제는 LPG 차량 사용에 대한 제한을 푸는 순간, 소비자는 연료비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차량선호도가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연료별 차량의 장단점을 고려할 때, 과거 에너지 개편당시 운전자들이 체감하고 있는 적정 연료비 가격비율은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한 뒤, 국가 전체 에너지 사용에 불균형을 초래하지 않는 방향에서 조정이 되어야 했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여기에 일반인이 LPG 차량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연료비 가격비율은 더욱 더 불합리해 질 수 있다.
정부는 유류가격에 대해 이전보다 더 투명하고 명확한 논리를 가졌으면 한다. 정부는 일단 많이 징수해 놓고 반발이 있을 때마다, 지원금이나 면세, 취득세 감면, 환급 등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려 한다. 그러나 문제는 영세업자와 일반시민들이다. 그들이 결국은 인상폭, 감면부분, 그 모든 것을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5년 이상 된 LPG 차량에 대해서 일반인 양도를 허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차령제한마저 점차 사라진 뒤에도, LPG 유류세에 대한 차별적 혜택 부분을 고정 값으로 그대로 둘 것인지도 의문이다.
세금으로 왜곡된 저렴한 연료라는 장점하나로, 향후 많은 사람들이 LPG 차량을 이용할 경우, 국가의 재정 수입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정부가 1년 동안 유류와 관련해 징수하는 국세 수입의 규모는 대략 28조 수준이다. 유류세는 국세 수입의 14%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재정의 기여비중이 크다. 그리고 유류세 수입 중 대부분이 수송용 연료에 관한 세금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 측 입장에서는 휘발유 승용차가 LPG 승용차로 250만대씩 전환할 때마다 세수손실은 1조 9천억 원에 달하게 된다. 5년 주기로 기존 LPG 차량 소유자가 새로운 LPG 차량을 구입하고 중고 LPG차량을 일반인에게 양도할 경우, 정부는 심각한 재정불균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또한, 현재 LPG는 국내 정유생산으로는 모자라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책이 잘못되어 지금도 LPG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얘기다. 반대로 경유는 국내 정유생산으로 과잉되어 수출하고 있는 형편이다. 석유제품 수급불균형 악화로 국가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와중에 LPG 사용을 더 늘리겠다는 발상은 앞뒤가 안 맞는 얘기다.

LPG차량이 도태되는 이유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LPG 차량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연료소비효율이 좋은 클린디젤 차량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LPG차량 규제 완화 방안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LPG 수요가 계속 줄어들자, LPG 업계에서 자구책 성격으로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
이번 개정안으로 LPG 수요가 크게 늘게 되면, 석유시장의 공급과잉이 더욱 심화돼 오히려 전체 시장의 수요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 사실 이제는 배출가스 저감기술 발전으로 상당수 클린디젤 엔진이 LPG 엔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적기 때문에, LPG를 두둔하여 환경운운 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LPG 차량은 트렁크가 일반 차량에 비해서 비좁다. 차량트렁크에 가스 충전통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트렁크에 공간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차내 공간 사용이 비효율적이다. 승용차로서는 부적합하기에 선진국에서는 LPG 승용차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개발을 해도 수출의 가능성 또한 희박하다. 역으로 말하면, 기술개발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한, 노후 된 차량에서는 늘 가스누출로 인해 가스냄새가 난다는 것이 택시기사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차량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는다면, 운전자의 건강도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LPG 차량의 최대 단점은 충전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초행길에서는 연료가 바닥이 나기 전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충전소를 찾아가야 한다. 충전소를 찾아가기 위해 쓸데없이 소모하는 연료량을 전국적으로 취합한다면, 그 사회비용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LPG 수요가 증가하면, LPG 충전소도 추가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일반 주유소에서는 LPG를 판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충전소 인프라에 막대한 사회비용이 투자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LPG 충전소 신설은 늘 인근주민들과의 마찰을 불러일으킨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충전소와 공동주택 간 이격거리가 50m 이상 준수되어야 하지만, 실제로 이를 어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자기 집 근처에 충전소가 입지하는 것에 대해 주유소의 경우보다 더욱 더 극도로 민감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고위험 높은 LPG
LPG는 폭발에 취약하다. LPG 자가용 승용차량들이 늘어나 지하주차장, 주차타워, 필로티 주차장 등의 밀폐된 상황과 결합되면 화재와 폭발의 위험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외국에는 가스차량에 대한 법적 규제가 존재한다. 주로 건물 주차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터널이나 교량과 같은 도로 시설물을 지목해 규제하기도 한다. 밀폐된 공간에 가스차량이 통행하거나 주차하는 것에 대해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 대한 가스의 취급과 보관에 관한 엄격한 규정을 갖추고 있다. 차량 연료가스의 종류와 밀폐된 공간의 구조에 대한 제한은 나라의 사정에 따라 각기 다르며, 법규 개정도 계속 진행 중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지하주차장, 주차타워, 터널, 교량 등에 대해 보다 엄격한 안전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LPG 차량에 대한 이용규제를 하는 것이다. 아직까지 후진국에서는 이러한 규제를 찾아 볼 수 없다. 특이한 사항은 선진국에 속하는 우리나라도 아직 이렇다 할 법적 규제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7월 남산 1호 터널에서 LPG 택시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폭발성이 강한 가스차량이 터널 내 중간지점에서 화재가 나고 폭발했다면, 그 사고 피해는 보통 차량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 될 개연성이 높다. 장차 단기간 주행거리가 과다한 5년 이상 된 택시와 렌터카까지도 부활되어 일반인들에게 확대 허용될 경우, 이로 인한 폭발 및 사고 등 위험성이 가중되어 국민안전이 심각히 위협받을 수가 있다.
게다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아무 거리낌없이 LPG 차량들의 주차가 계속 늘어난다는 사실은 점점 우리의 주거환경을 위협할 것이다. 우리가 잠자고 있는 사이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LPG 차량에서 누출된 가스들이 누적되어, 조그만 불꽃에도 폭발을 일으킬지 모르는 일이다. LPG 사용제한 완화는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친환경을 이유로 그리고 중고차 가격을 높이겠다는 단순한 이유로 LPG 차량 이용을 확대하려는 의도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더 이상 잘못된 정책으로 자동차 시장을 왜곡시키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새로운 정책을 수립할 때에는 수반되는 문제점들을 철저히 분석하여 대응방안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 이번 법안처럼 LPG 차량에만 국한시켜 미시적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휘발유, 경유와 같은 수송연료 전반에 걸친 거시적 접근이 필요하다. 막대한 세수입을 포기할 정도로 국가재정이 튼튼한 지도 정부는 되돌아보고, 에너지 전반의 수급균형과 세제형평성을 재고해 보는 치밀함이 절실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국회가 LPG 업계의 논리를 대변하기보다는 차라리 에너지 산업과 자동차 산업의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발전적인 법안들을 연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