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온실가스 감축인가?

황문수 조사역(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 산업정책팀)

지난 6월말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출하였다. 목표치는 2030년 배출전망(BAU: Business As Usual) 기준 37% 감축이다. 이는 사회적 공론화를 위해 정부가 제시했던 4가지 감축안(BAU 대비 14.7%~31.3% 감축)보다 상향된 결과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환경부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해야 할 역할과 저탄소 사회로 갈 필요성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적 위상을 위해 우리 국민이 짊어질 부담이나 산업현장의 어려움은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주요국에 비해 과도한 목표 제시

미국은 다른 화석연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셰일가스 개발로 감축에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산업이 국가 경제를 견인하고 있고 노후화된 석탄화력 발전을 가스 발전으로 전환만 해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영국 등 유럽연합도 1990년을 전후에 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한 상태라 온실가스 배출이자연 감소하는 추세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전세계 누적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배출하면서 산업을 발전시켜왔고, 이미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어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경제적 위험요인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 발전의 후발주자들, 소위 개발도상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최근까지 ‘배출량=경제성장’ 이라는 공식 하에 배출량 정점을 지나지 못한 상황으로 ‘온실가스 감축=경제성장률 하락’ 이라는 공식이 여전히 적용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 산업구조의 현실을 보자. 우리나라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10년 이후 국내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었고, 정부는 2030년에는 국내 제조업 비중이 36.1%까지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가 서비스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EU 등과 같은 길을 가겠다는 생각은 당분간 미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주변국들은 이미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 하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감축계획 (INDC :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은 가능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을 기록하겠다는 것이다. 즉,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하겠다는 것이고, 일본은 자국 산업 경쟁력을 감안해 산업분야 감축률(‘13년 대비 ’30년 목표) 수준은 6.5%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축 기술과 정책의 불확실

정부가 제시한 신재생 에너지 보급확대와 탄소포집저장장치(CCS: Carbon Capture & Storage)의 활용은 상용화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CCS를 사용하기 위한 포집 비용의 마지노선은 톤당 30달러 정도인데 현재 기술로는 톤당 약 60달러 이상이 필요해 상용화를 위해서는 10년 이상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2.1%였던 국내 신재생 에너지 보급 사업 실적도 정부의 막대한 예산투입에도 불구하고 2013년에 고작 3.5%로 매우 저조한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석탄화력 발전에 비해 비용 부담이 커 향후 석탄화력 발전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 한국전력 전력통계(2014)에 의하면 석탄화력발전의 전력 1KW 구매 단가는 91.19원이지만, 풍력 146.1원, 태양광 237.3원, 바이오 235.7원으로 최대 2.6배 차이

원전의 확대 역시 국민 수용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활용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29년까지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 등 예정지 지역의 반대가 매우 거세 원전 증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기술적 한계와 국민적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부담이 산업계로 넘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감축 목표


국가 목표 37%에 비해 산업계의 감축률은 12%를 초과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물론 다른 분야 감축률에 비해 정부의 배려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우리 산업계는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투자로 이미 세계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보이고 있다. 정유업의 예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은 동일한 제품을 생산할 때 100만큼의 에너지를 사용한다면, 일본은 109, 유럽은 110.5, 북미는 118 정도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개별 기업들의 자발적 에너지 효율화 노력과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관리제를 통해 꾸준한 감축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해 우리기업들이 감축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며, 추가적 감축을 위해서는 비용투자가 더 많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 관계자들은 앞으로 감축할 수 있는 여력은 최대 1~2% 내외로 정부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산업계 감축여력을 신중히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수준의 감축만 요구한다면 산업 경쟁력 추락은 물론 신규 설비 투자 위축, 고용 감축 등 국가 경제 기반을 위협하는 문제로 확산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정부는 이미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인정했다. 그렇다면 잘못된 정책 하에서 드러난 문제에 대한 해결이 최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배출권 과소할당을 두고 정부와 소송 중에 있다. 1차계획기간의 배출권 추가할당은 과거 정책 오류를 바로잡고 새롭게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인 것이다.

정부는 국가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출하면서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감축 목표를 이행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산업계는 모든 부담을 산업계가 짊어질 것이란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구체적 실행방안을 제시하고, 현행 배출권거래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정책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굴뚝을 막는 규제보다는 새로운 감축기술 등과 연계한 신기술과 신산업을 개척하는데 초점을 두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감축 방안인 탄소포집장치, 신재생에너지 등 당장에 현실 적용이 어려운 분야에 대한 체계적 전략 수립으로 기술 개발을 촉진시켜야 한다. 나아가 온실가스 감축이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촉발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이나 세제 지원 등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