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정유업계 경영실적 분석 및 '15년 실적 전망

조상범 부장(석유협회 정책협력팀)

2014년 국내 정유사 경영실적 분석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는 석유산업 자유화 이후 처음으로 법인기준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그 동안 정유부문에서의 적자 기록은 있었으나 비정유 부문에서 이익이 발생하여 법인 전체실적은 흑자를 유지하여 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정유부문에서의 적자규모가 워낙 컸으며, 비정유 부문에서의 이익 또한 전년대비 감소하여 법인 전체로서도 이익으로 전환하지 못하였다.
매출액은 전년동기(‘13년) 대비 12% 감소한 126조3,885억원울 기록하였으며, 영업이익은 1조4,017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순이익 또한 1조6,887억원 적자를 기록하여,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 등 경영실적의 모든 지표가 악화되었다.
기업의 영업활동 성과를 나타내는 연평균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1%였으나, 분기별 실적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악화되어 급기야 4분기의 영업이익은 1조1,534억원의 적자에 영업이익률 -4.1%를 기록하였다. 1분기에는 흑자였으나 2분기부터 적자로 전환하여 갈수록 악화된 것이다.

【표1】 2014년 정유업계 경영실적 현황

무엇보다도 지난해에 기록한 최악의 경영실적에 대한 원인은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수년간 배럴당 100달러대를 유지하던 국제원유가격은 중국 등에서의 석유소비 둔화에도 불구, 미국 셰일오일 공급 증가 등의 요인으로 지난해 9월 이후 급락하여 12월에는 60달러 초반까지 급락하였다. 이에 따라 정유부문의 재고평가손실은 1.7조원, 법인 전체 재고평가손실은 2조원대로 추산되는 등 업계 실적악화의 직격탄으로 작용하였다. 아울러 정유부문 및 비정유부문 실적의 동반악화도 주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정유부문의 영업손실은 2조3,299억원에 달하고, 비정유부문에서의 영업이익도 9,283억원을 기록하여 전년대비 44%나 영업이익이 감소하였다.

 
우선 정유부문에서의 매출액 감소의 주요 요인은 국제유가와 환율하락에 따른 제품 판매단가의 하락과 제품판매량도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유도입가격은 전년동기대비 7% 하락하였고 같은 기간 환율도 4% 하락하여 국제유가와 환율의 영향을 받는 국내 석유제품 판매가격은 10% 하락하였다. 더욱이 가동율은 소폭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요부진으로 내수판매 물량 및 수출량도 감소하는등 석유제품 판매량도 3% 감소하였다.

 

또한 앞서 언급한 재고평가손실 요인을 제외한 정유부문에서의 대규모 영업손실 요인은 첫째, 원유와 석유제품간 스프레드 축소와 이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의 영향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년동기 대비 원유가격은 배럴당 8.7$ 하락했으나, 경질 국제석유제품 가격은 9.7$ 하락하여 스프레드가 축소되었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서 발표하는 싱가폴 두바이유 정제마진 또한 단순정제마진과 복합정제마진 모두 전년동기대비 각각 배럴당 0.4$, 0.5$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 1. 출처 : IEA Oil Market Trend 및 석유공사 페트로넷
 2. 휘발유는 92RON, 경유는 황함량 0.5%, 고황중유는 HSFO(380cst)

둘째, 원유도입가 대비 제품 수출가 하락 심화에 따라 수출채산성이 악화되었다.
2014년 원유도입가격은 전년대비 배럴당 7달러 낮아진 반면, 수출단가는 8.4달러 하락하여 수출채산성은 전년에 비해 약 14%가 악화되었다. 정유업계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6%를 차지하는 만큼 수출채산성의 악화는 업계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예전에는 일본, 중국 등 석유제품 수요국에 높은 단가로 직수출을 하였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중국의 석유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석유제품 수출이 감소함에 따라 싱가폴 등의 중계수출국에 상대적으로 낮은 단가 위주의 간접수출이 증가하여 수익성이 더욱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종합하자면 지난해 정유업계 정유부문 실적악화의 근본원인은 3분기 이후 시작된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의 영향과 국제정제마진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특히 분기별 영업이익은 ‘13년 이후 악화추세를 보이고 있어 법인 전체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비정유부문에서 또한 전년에 비해 분기별 실적에서 눈에 띄게 이익이 감소되고 있어 경쟁력 강화에 대한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비정유부문 수익성 악화
한편 2014년 비정유부문 매출액은 13조 3,124억원으로 전년대비 4.1% 감소하였으나, 영업이익은 43.6%나 감소한 9,2830억원을 기록하여 법인 전체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쳤다.
비정유부문중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판매물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66%나 감소했는데 이는 원료인 나프타와 석유화학제품간의 스프레드 축소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에틸렌을 제외한 모든 석유화학제품의 스프레드가 감소하였으며, 고수익제품인 파라자일렌의 감소율은 37%나 되어 가장 크게 악화되었다. 특히 2년전인 2013년의 수익성 악화는 일부 회사의 공장 정기보수에 따른 판매량 감소였으나, 지난해에는 스프레드 악화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어 추후 석유화학 경기회복 등의 모멘텀이 발생하지 않을 시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비정유부문중 윤활유 부문의 수익성은 다행히 전년대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료인 벙커C유가 배럴당 8.8달러 하락하였지만 제품인 윤활기유는 오히려 가격이 하락은 2.9달러 상승하여 스프레드가 크게 개선되었다. 여기에 가동율 상승에 따라 판매물량도 12% 증가하면서 매출액은 전년대비 7% 증가한 3조 5,390억원을 기록하였고 영업이익은 42% 증가한 4,867억원을 기록했다.

이상에서 살펴본 2014년 정유사 경영실적은 126조원에 이르는 높은 매출액 규모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 -1.1%, 순이익률 -1.3%의 사상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하였으며, 국내 12월 결산법인 618개 상장사 평균 영업이익률 5.1%에 크게 못미쳤다.

정유사 경영실적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메이저와의 비교시에도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석유메이저사인 엑슨모빌, BP, 로얄더치쉘, 쉐브론, 토탈 등은 평균 4.5%의 순수익률을 보여 국내 정유사가 -1.3%를 기록한데 비해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한편 메이저 중에서도 엑슨모빌과 셰브론은 BP나 로열더치셸에 비해 양호한 성적을 거두어 메이저 내에서도 미국계와 유럽계 메이저간 실적이 대비되었다. 이는 미국산 원유공급증가로 저렴한 가격의 원유구매가 가능하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5년 전망 및 결어
2014년 정유업계는 2012년 이후 3년 연속 정유부문 적자를 기록하였다. 재고평가손실은 유가급락에 따른 것으로 일시적인 요인이기 때문에 추후 유가가 반등하거나 현수준에서 유지한다면 지난해와 같은 손실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업계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서서히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정유업은 하류부문에 집중되어 있어 국제 정제마진 추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데, 최근 석유수요의 정체 내지는 둔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및 OPEC 등의 석유공급 증가로 국제 정제마진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에도 2020년까지 중국, 중동 등 아태지역 내에서 약 270만b/d에 달하는 석유정제시설의 신증설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정유사가 주로 수출하는 지역에 대한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정제마진은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비정유부문의 수익성 악화는 예전 정유부문의 적자를 비정유부문에서 보전하던 추세도 변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석유화학의 고수익 제품인 파라자일렌(PX) 가격 급락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SK인천석유화학, 삼성토탈 등에서 연간 330만톤 규모의 파라자일렌 제조시설을 준공하여 국내 파라자일렌 공급량은 ‘13년대비 51% 증가한 상황이다. 더욱이 대수요처인 중국에서도 파라자일렌 제조시설 신증설로 역내 공급이 증가한데다 중국 경기위축에 따른 수요부진 등으로 석유화학부분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다만 지난 4월 초 중국 푸젠성에서 연간 160만 톤의 PX를 생산했던 드래곤 아로마틱스 공장의 폭발사고로 PX 스프레드가 급등하여 일시적으로는 석유화학에서 반사이익을 예상할 수 있겠으나, 이는 일시적인 요인으로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최근 2015년 1분기 경영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깜짝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나, 통상 정유업계는 1분기의 수익이 가장 높고 하반기로 갈수록 수익이 낮아지는 '초고말저'의 추세를 나타내는 점을 고려한다면 1분기 이후에도 실적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지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과거 고유가 시기에 입안된 경쟁촉진 위주의 물가관리 대책이 아직까지 시행중에 있어 국내 석유시장에서 사업자간 경쟁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정제시설 신증설로 향후 수출시장에서 마저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정유사로서도 저유가 및 정제마진 회복불투명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여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욱 더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됨과 동시에, 정부 또한 규제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정유산업 경쟁력 강화와 산업진흥을 위한 지원책 마련을 위해 나서야 할 필요성도 시사하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