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기행 (1) - 사우디아라비아

송성용(작가 및 프리랜서 기자)

‘산유국 기행’이라고 하니 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유적지만 구경하다가 모래바람과 마주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마도 산유국하면 흔히들 사막에 물이 부족하고 석유만 많이 생산하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일 거다.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가 세계 석유 매장량과 생산량 순위를 살펴보게 되면 의외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등 전통적(?)인 산유국 말고도 베네수엘라, 캐나다, 러시아, 미국, 중국, 브라질 등이 있기 때문이다. 산유국 기행은 이들 나라를 돌아볼 예정이다. 우선 첫 회인 만큼 전통적인 산유국을 예상하셨던 분들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목적지로 정했다.

이슬람 문화의 중심지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디아라비아는 산유국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나라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최대 산유국(석유 기준)의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으나 수십 년간 이를 지켜온 곳이다. 2012년 CIA 발표 자료에 따르면 원유 매장량은 2626억 배럴이며 전 세계의 1/5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석유가 다량으로 매장돼 있다는 사실은 1938년 세브론사에 의해 알려졌다. 이후 2차 대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생산이 시작됐고, 그때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쾌속 성장은 시작됐다. 1973년에는 아랍의 석유 금수 조치 덕에 유가가 폭등하며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가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 세계의 무슬림들이 평생 동안 반드시 한번은 들러야하는 곳으로 매년 수백만명이 찾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00억 달러라는 높은 관광수익을 올리는 것도 이 덕분이다. 하지만 무슬림이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이라 관광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게다가 주의사항에도 다시 언급하겠지만 관광비자가 없어 여행을 가기도 쉽지 않다. 이방인들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 요새와 같은 느낌이 가득하다. 그래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여행한다는 것은 미지의 신세계로 향하는 것과 같다. 평소 미디어로도 많은 정보를 접하기 힘든 곳이라 대부분의 것들이 이국적이고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일반적인 여행 일정이 불가하고 무슬림이 아니면 방문할 수 없는 곳도 있으니 짧은 시간에 가능한 많은 곳을 둘러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떠나는 것이 좋다.

다양한 역사적 유물 만나는 리야드
수도인 리야드는 볼거리가 가장 많은 곳이다.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사우디 국립박물관을 먼저 찾는다면 ‘아는 만큼 보이는 여행’이 더 즐거워질 것이다. 1999년 개관한 곳으로 8개 전시관에 다양한 시대의 아라비아 반도 유물이 잘 전시돼 있다. 멀티미디어를 잘 활용해 역사적인 사건들을 손쉽게 전달해주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이곳의 유물만 들여다보더라도 시간은 야속할 정도로 빠르게 흘러간다.

역사에 대해 충분히 공부했다면 다음으로 리야드에서 가장 높은 킹덤 센터를 찾아가 보자. 호텔과 쇼핑몰, 레스토랑 등을 갖췄지만 관광객에겐 전망대가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리야드의 전경을 꼼꼼히 살펴보고 사진도 여러 장 찍어두자. 고층빌딩이 많지 않은 곳이라 리야드 어느 곳에서도 킹덤 센터가 눈에 보일 것이니 밤이 되면 멀리서라도 아름다운 외관을 꼭 감상해보자. 이 밖에도 시내에서는 전통적인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을 구경할 수 있는 디이랴 유적지, 점토와 진흙 벽돌을 사용해 축조한 마스막 요새 등도 유명한 곳이다.

이제 산유국의 상징인 사막을 둘러볼 차례다. 리야드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약 30분 정도 달리면 알 무자하미야 사막이 나온다.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4륜 오토바이를 타고 직접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덥지 않은 아침이나 기가 막힌 석양을 자랑하는 저녁에 즐기는 것이 좋다. 뜨거운 사막을 원없이 즐겼다면 시원한 오아시스도 찾아보자. 리야드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루다트 쿠라임은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오아시스다. 도보로만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데 사막 한가운데서 숲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운 새를 만날 수 있어 신기루가 따로 없다. 리야드 북동쪽으로 18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거대 절벽 The Edge of the World도 사막여행에서 빼놓으면 서운하다. 끝없는 지평선이 펼쳐진 그곳에서 노을을 만난다면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90개 넘는 쇼핑센터의 천국 제다
‘아라비아의 파리’라는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제일의 도시 제다도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90개 이상의 쇼핑센터가 인기의 요인으로, 무관세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아울렛이 잘 갖춰져 있다. 특히 아랍 향토음식뿐 아니라 각 나라별 레스토랑이 다양하게 마련돼 입맛을 사로잡는다. Red Sea Mall, Mall of Arabia, Darat Safeya Bizagr, Al Salam Mall 등 어느 곳을 가도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편의시설이 가득하다. 그렇지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곳에서도 리야드의 킹덤 센터 같은 랜드마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킹 파흐드 분수다. 시속 375km의 속도로 킹덤 센터보다 10m가 더 높은 312m까지 물줄기를 뿜어 올리기 때문에 제다 어디서나 이를 발견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즐길만한 레저가 많지 않지만 제다만큼은 그 유명한 홍해에 인접해 스쿠버 다이버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바닷물에 들어가 다양한 종의 눈부신 해양생물들을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름다운 광경에 넋이 나가 여러 번 들어가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이 다반사지만 잠수시간은 한정돼 있으니 주의하자.
리야드와 제다 외에도 추천할만한 곳은 수많은 마을과 전통시장이 존재하는 콰티프,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일한 휴양도시로 동물원까지 갖춘 타이프, 대형 댐이 있어 물이 풍부한 나지란 등을 꼽을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여행 시 주의사항
사우디아라비아는 외교부에서 지정한 여행자제 국가임을 명심하자. 이곳은 관광비자라는 것이 없어 대부분 방문자 또는 스톱오버로 24~48시간 동안 통과 비자를 얻어 구경하는 수밖에 없다. 이슬람 국가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나라이며 종교의 자유가 없다. 공공장소에서 육체적 접촉을 금해야 하며, 여성 차별이 심각해 외국인이라도 ‘아뱌야’라는 이슬람 전통 복장을 필수 착용해야 한다.
술이 엄격히 규제되며, 특히 라마단 기간에는 공공장소에서 담배, 술, 식사 등을 하는 것이 발각되면 여행자라도 감옥에 갈 수 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 건물들은 보안구역으로 설정돼 사진 촬영을 할 수 없다. 아바야를 착용한 여자를 촬영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어 항상 유념해야 한다. 왼손을 사용하는 것과 발바닥을 보이는 행위를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