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격, 절반이 세금?
이서혜 (에너지 석유시장감시단 연구실장)
휘발유 가격, 절반이 세금?
처음 석유시장을 분석하고 필자도 가장 놀랐던 부분이다. 지난 연말, 국제유가가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체감하지 못한 이유 또한 높은 세금 비율과 무관하지 않다.
2014년 9월1주에 배럴 당 110.69달러였던 국제휘발유가 2015년 1월4주에 배럴 당 53.37달러로 약57.32달러나 떨어졌음에도 국내 휘발유 주유소 판매가격은 인하되지 않는다는 보도가 연일 계속되었다. 국제 휘발유가는 50퍼센트 이상 가격이 인하된 것 같은데 국내 휘발유 주유소 판매가격은 그렇게 인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국내에 수입되는 국제 유가는 환율과 같이 보아야 하므로 환율을 적용해서 리터 기준으로 환산하면 리터 당 707.61원에서 1월4주에 363.84원으로 리터 당 343.77원 인하되어 국제유가가 50%이상 내려간 것에 비하면 조금 차이는 있지만 절반가량 인하되었다. 하지만 국내 휘발유 주유소판매가격은 리터 당 1,814.58원에서 리터 당 1,435.14로 리터 당 379.44가 인하되었다. 딱 국제휘발유가격의 인하 분만큼만 인하된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왜 주유소 판매가격이 국제유가만큼 인하되었다고 느끼지 못한 것일까. 그것은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세금 때문이다.
지난 4월2주를 기준으로 세금은 60.60%를 차지하고 있다. 즉 4월2주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 당 1,508.25원인데 이 중 918.93원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그에 따른 관세 및 부가세도 상승하기는 하지만 평균적으로 약 50% 이상의 금액을 고정시켜놓고 나머지 가격에서 상승과 하락을 하니 소비자의 체감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세금 및 부과금의 종류는 관세를 포함하여 8가지이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교통에너지 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그리고 세금 단계의 부가세가 합쳐져서 유류세를 이루고 있고, 여기에 관세 그리고 기타 수수료와 정유사 단계의 부가세, 주유소 단계의 부가세가 합쳐져서 총 세금을 이루고 있다. 이 중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법정세와 탄력세로 구성이 되어있고, 이에 따라 교육세와 주행세가 연동되어 부과되고 있다.
이 세 가지의 세금이 지난 2009년 이후 리터 당 745.89원으로 변하지 않고 정액제로 금액이 고정되어있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내려가면 기름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더 커지게 된다. 즉 국내 휘발유 주유소 판매가격이 리터 당 2,000원이 넘었을 때에는 약 48%정도가 세금의 비중이었으나 최근 국내 휘발유 주유소 판매가격이 리터 당 1,400원이었을 때에는 세금의 비중이 약 64%까지 상승하였다.
그렇다면 해외의 유류세도 우리나라만큼 부담이 큰 것일까?
OECD국가들의 경우와 비교해서 보면 국내 유류세가 부담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최근 환경적인 관점에서 화석연료의 사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이 많아지면서 대표적인 석유제품에 대한 유류세는 특히 OECD와 같은 선진국에서는 우리보다 높게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는 이와 좀 다르다. 미국은 일반 소비자들의 차량이용이 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유류세를 적게 부과해서 상대적으로 석유제품의 가격이 저렴하다. 현재 미국의 유류세의 부담은 약 14% 수준으로 최근 국제 휘발유가가 최저가격이었던 1월4주에는 휘발유 주유소 판매가격이 리터 당 622원까지 내려갔다.
그렇다면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경우는 어떠한가? 일본의 경우는 우리나라보다 유류세의 비중이 적어 세전가격으로 보면 우리나라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53.8엔, 약 490원의 세금을 감안하고 보면 실제 소비자가 구입하는 휘발유 주유소 판매가격은 우리나라보다 가격이 저렴하여 1월4주에 리터 당 1,255원까지 내려갔다. 즉 정액제로 부과하고 있는 부과방식도 문제지만, 국내 상황과 비슷한 다른 국가와 비교를 했을 때에도 유류세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세금조절은 세목 단순화부터
그렇다면 유류세 부과체계와 부담률, 어떻게 조정해야 할까? 최근 유가가 내려가 세금의 비중이 60%까지 올라가므로 정액제가 아닌 전체 금액의 일정 부분인 정률제로 전환하자는 의견이 있는데, 이렇게 바꾸면 유가가 올라갔을 때 소비자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그러므로 정액제와 정률제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 보다는 일단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세금이 너무 많으므로 세목을 단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소비자들이 주유하는 기름에는 너무 많은 세금과 부과금이 부과되고 있다. 이 중 부가가치세만 보더라도 각 단계별로 3번이나 부과가 되고 있다. 즉 세금단계, 정유사단계, 주유소단계 등 3번이 부과가 되고 있는데 세금단계에서 부가가치세가 부과되고 있는 등,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러므로 일단 세목을 좀 단순화하여 석유제품에 꼭 필요한 부분만 부과하도록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현재 교육세와 주행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이 부분이 과연 석유제품의 세금으로 필요한지를 보고, 필요하다면 이것은 목적세인 만큼 제 목적에 맞게 잘 사용되고 있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유가가 급격하게 상승하였을 경우에는 탄력세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리터 당 53엔이 본세금과 잠정세금으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3개월 연속 휘발유 가격이 리터 당 160엔을 넘을 경우에는 잠정인상분의 과세를 정지하며, 3개월 연속 휘발유 가격이 130엔 이하일 경우에는 잠정인상분 과세를 재개하는 규정이 존재한다.
국내의 경우도 비슷하게 교통에너지 환경세가 법정세와 탄력세로 구성이 되어있으므로 국제유가의 상승과 하락에 따라 이를 조정할 수 있다. 최근에 국제유가가 많이 변동하였으므로 소비자들의 사용 패턴을 시뮬레이션 하여 탄력세를 어느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할지 이와 관련한 연구를 하여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는 전체적인 에너지 밸런스 내에서 석유제품의 세금을 다시 한 번 조정하여야 한다. 국가 전체의 에너지 믹스를 고려하여 가격의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조정을 해야 한다면, 상대적으로 수요가 줄고 있고 이제는 소비자들의 생활필수품이 된 수송용 석유제품의 세금은 좀 낮추어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국제유가는 50달러 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와 같은 안정기에 전체적인 에너지 밸런스를 고려하여 조정안을 마련한다면 고유가 시대에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고 균형 있는 에너지 소비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