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가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김 성 태 KDI 연구위원

유가가 작년 4/4분기 이후 예상보다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함에 따라 전문가들조차 향후 추이를 가늠하기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처 경험하지 못한 유가하락이라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해야 할지 아직까지는 불명확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유가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이며, 대응방안은 무엇일까? 이를 위해서는 우선 유가하락의 원인과 향후 전망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요 감소가 유가하락의 주요인이다
최근의 유가하락은 달러화 강세가 일부 작용하였으나, 주로 원유공급 증가와 원유수요 증가세 둔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우선 공급측면에서는 북미지역의 셰일오일 생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OPEC도 작년 하반기부터 원유생산을 확대하는 등 공급여건이 크게 안정되었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성장세가 약화되면서 원유수요 증가세는 둔화되었다. IMF는 작년 12월에 유가하락의 주요 요인이 공급확대이고, 수요둔화가 20~35% 정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한 바 있으며, 이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금년 들어 세계경제의 회복세 약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유가뿐만 아니라 여타 원자재 가격도 동반 하락하고 있는 바, 이는 수요 측 요인에 의한 영향이 점차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향후에 유가는 어떠한 모습을 보일까? 유가 관련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나, 다수의 기관에서는 금년 연평균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현재의 40달러대 보다는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과 CERA(Cambridge Energy Research Association)에서는 두바이유가 금년 평균으로 배럴당 60달러대 초반을 기록하는 가운데 가격 변동성도 점차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들 기관에서는 유가가 리비아 내전 심화 등으로 공급차질이 발생하는 경우 연평균 84달러대까지 재차 상승할 가능성과 OPEC 공급이 증가하는 반면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로 작년보다 석유수요가 감소하면서 연평균 $49/b까지 하락할 가능성 모두를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

유가하락 영향은 제한적이다
이러한 유가의 하향 안정화는 대체로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가계 및 기업의 구매력이 개선되면서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성장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컨대, HSBC에서는 유가하락으로 미국의 에너지 분야 투자 감소 우려가 있으나, 구매력이 개선($750억 내외)되면서 경제성장률이 0.2%p 정도 상승할 전망한 바 있다. 신흥국의 경우에도 생산비 절감, 구매력 상승으로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며, 물가상승세도 완화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산유국은 전반적인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원유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산유국 경기는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동국가보다는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불안정한 국가에서 보다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사료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유가하락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중동 산유국은 막대한 규모의 국부펀드와 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실물경제가 위축되더라도 금융위기 발생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신 석유산업 의존도가 높고 경기가 크게 부진한 러시아 및 베네수엘라는 유가하락이 지속되는 경우 대외지불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만일 일부 산유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더라도  이들 국가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원유 공급은 여전히 안정적일 것이라는 점에서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그 가능성이 더더욱 낮지만, 유가하락에 따른 일부 산유국의 금융위기가 미국 금리인상 등과 중첩되면서 신흥국까지 전이될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부정적 파급 효과가 크게 나타나면서 주로 수출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다소 약화될 것으로 사료되나, 유가가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는 한 그 정도는 제한적일 것이다. 

유가하락의 내재된 원인파악이 중요하다
유가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이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유가하락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현재의 유가는 어떤 원인들이 작용한 결과적 현상이므로, 그 이면에 내재되어 있는 원인이 보다 중요하다. 만일 유가가 공급 요인에 의해 하락하였다면 그 만큼 생산단가가 하락하면서 수요를 확대시키게 되므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유가하락이 수요 측 요인 즉, 경기 부진의 결과라면 경제성장률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KDI의 분석에 따르면 유가하락이 전적으로 공급확대인 경우 유가 10% 하락 시 경제성장률은 0.16%p 내외, 경상수지 흑자는 50억달러 내외 상승하는 반면 물가상승률은 0.14%p정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가가 공급 측 요인과 함께 세계경제 성장률이 0.2%p 정도 둔화되는 수요 측 요인이 함께 작용하여 10% 하락하는 경우에는 우리 경제의 성장률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금년 유가가 연평균으로 60달러 초반을 유지하는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0.1%p, 경상수지는 50억달러 정도 증가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은 0.1%p정도 하락할 전망이다. 이는 KDI의 2015년 전망치와 비교한 것으로서 최근의 유가하락이 성장률 측면에서 일부 긍정적일 것임을 시사한다. 아울러 경제전반의 구매력 상승으로 내수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KDI의 전망치보다 낮은 3%대 초반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작년 4/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둔화되면서 금년 성장률을 0.3~0.4%p 정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유가하락에 따른 경제전체의 구매력 증가는 경제주체에게 어떻게 배분될까? 사실 이는 기업들이 유가하락 기인하는 생산비용 감소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는 정도에 따라 상이하다. 금년 유가(연평균 60달러대 초반)에 대한 전제하에서 산업연관표를 분석한 결과 경제전체의 구매력은 금년 중 35조원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유가하락에 따른 비용감소분을 석유제품에만 반영하고 비석유제품에는 반영하는 않을 경우 구매력 증가의 대부분은 기업부문에 귀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가하락이 석유제품뿐만 아니라 석유를 중간재로 사용하는 비석유제품 가격 하락으로 모두 반영되는 경우에는 가계 및 정부의 구매력이 각각 18조원 및 6조원 정도 상승하였다. 또한, 가계 구매력 상승은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 귀착될 가능성이 높으며, 저소득층의 평균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소비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결과는 유가하락의 긍정적 영향이 경제 전반에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생산비용 감소가 재화 및 서비스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져야함을 시사한다.

유가하락은 일부 주력업종의 구조변화를 초래한다
마지막으로 유가하락은 국내산업 전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가가 상술한 수준에서 유지되는 경우 전산업의 생산비가 2.3%정도 하락하게 되며, 서비스업보다는 석유류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의 생산비용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났다. 그 결과 제조업 수출을 증가시킬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유가하락 시 우리나라의 생산비 감소폭이 주요 경쟁국인 일본, 중국 등보다 더 크게 나타나면서 가격 경쟁력이 제고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생산비 절감 등의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유가하락은 일부 주력업종의 구조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취약업종으로 분류되던 석유화학 및 정유업은 생산비용 감소 효과가 존재하나, 판매가격도 동시에 낮아지면서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자동차는 중대형차 판매가 증가하는 대신 친환경자동차 판매에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던 하이브리드자동차의 판매가 크게 감소할 전망이며, 러시아, 중동 등 산유국으로의 수출도 부진할 것이다. 조선업의 경우에는 국내 조선업체가 주력하고 있는 해양석유개발위주의 해양플랜트 수요를 상당부분 위축시킬 것으로 보이며,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높아 수요가 위축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투자는 부진할 것으로 사료된다.
요약컨대, 유가하락은 국민경제 전반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나, 그 폭은 제한적인 가운데 일부 산업에서는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유가하락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고 부정적 영향 최소화를 위한 정책대응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우선 유가하락에 따른 경제 전체의 구매력 증가분이 개별 경제주체에 배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유가하락에 따른 산업별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사업재편․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경기민감 업종으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조선업 등은 유가하락으로 수익성 악화 등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있어 적극적인 사업재편․구조조정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인구구조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점차 역동성이 저하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유가하락이라는 기회를 잘 활용하여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