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의 경제적 영향과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무역협정팀장 김영귀

한·중FTA의 실질적 타결이 갖는 의미
  2014년은 우리나라 FTA정책이 10년을 맞이하는 해인 동시에 많은 국가들과 FTA를 체결한 해이기도 하다. 2월 가서명이 이뤄진 호주부터 시작해 캐나다,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와의 FTA가 타결되었거나 이미 발효에 들어갔다. 그 중에서도 중국과의 FTA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되었다는 점에서 2014년이 통상정책사에서 갖는 의미는 특별할 것 같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갖고 있고 우리나라에는 제1위 교역상대국인 중국과 FTA가 타결되면서 미국, EU, 아세안에 이어 중국까지 포함하는 FTA네트워크가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당초 2014년 말에 예정된 한중 FTA 가서명 직후 협정문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양국간 기술적 협의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다. 본 고에서는 현재까지 공개된 한중FTA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중국의 변화와 한중간 상황변화속에서 한중FTA가 가져올 영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한중 FTA가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이견을 갖는 전문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양국간 교역이 증가하는 속도나 중국의 경제성장세만 고려해도 우리에게 큰 기회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다만 현재 양국간 교역구조나 중국의 변화를 생각한다면 한중FTA 체결자체만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가 발현될 것 같지는 않으며, 오히려 일부에서 제기하는 우려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단 한중 교역의 성장세나 우리의 대중 의존도가 상당하다는 점은 사실이나 중국의 대한 의존도는 하락하는 추세이다. 현재 중국은 우리나라에 제1위 교역상대국으로 전체 교역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대세계 수출의 26.1%와 수입의 16.1%가 대중교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최대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대이기도 하다. 중국에 있어 우리는 4번째 교역상대국이나, 중국의 교역규모가 우리의 거의 4배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 역시 중국에 상당히 중요한 교역국임에 틀림없다. 교역의 증가속도와 달리 중국의 대한 수출입의존도는 완만하게 떨어지고 있으며 특히 우리와 유사한 교역구조를 가지고 있는 대만과의 ECFA로 중국 내 시장점유율 하락에 대한 우려가 더 높아진 상황이다.

양국 교역구조 변화에 대한 기대
  양국의 주요 교역품목을 살펴보면 아직까지 우리는 중국의 소비시장에는 충분히 진출하지 못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양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제품을 중심으로 거의 유사한 품목들을 교역하고 있다. 산업내 무역의 발달은 주로 한국에서 중간재를 중국으로 보내 가공, 조립한 뒤 미국이나 EU 등 제3국으로 재수출하는 형태의 교역구조가 형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가공무역 비중이 높기 때문에,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의존이라기보다는 중국을 경유한 제3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이해해야한다.
  이러한 교역구조는 향후 대중 교역이 과거의 증가속도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일단 우리의 최종 목적지였던 선진국들의 경제성장 회복속도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완만하게 성장세를 회복하고 있으나 세계의 성장축은 신흥개도국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또한 중국은 수출과 투자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성장전략을 수정하고 있고 기술력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분업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수 중심의 성장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며 이는 구매력의 증진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즉, 과거에는 수출을 위해 생산비용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면 이제는 유효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소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전략의 변화는 최근 중국 내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사회보장제도의 구축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노동비용의 상승은 우리 기업들이 중국을 가공무역을 위한 생산기지로 활용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이며, 그 동안 가공을 위해 중국으로 수출하던 부품과 반제품의 수출이 점차 감소할 것임을 시사한다.
  다른 요소는 중국의 기술추격이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모기업의 한국에 대한 의존도는 상당히 낮아진 반면 현지조달의 비중은 급증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조사에 따르면 2006년 한국으로부터 조달비중은 40.5%, 현지조달은 42.8%였으나 2010년에는 각각 19.2%와 64.7%로 변화하였다. 중국기업들의 기술력이 중간수준에서 이제 첨단기술수준까지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수입중간재를 국내재로 대체하는 속도도 그만큼 빨라졌다. 특히 중국은 그 동안 광대한 시장을 무기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술력을 흡수해왔고, 이제는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시현하면서 우리의 경쟁상대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현재와 같은 교역구조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은 틀릴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한중FTA 타결이 양국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전략적인 활용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하겠다.

  한중FTA가 우리에게 어떤 기회를 가져올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그 주요 내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중FTA는 총 2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상품 관련은 6개, 서비스·투자 관련은 5개, 규범 관련은 6개, 총칙이 5개의 장으로 이뤄져있다. 한중 FTA의 상품자유화 수준을 보면, 20년에 걸쳐 중국은 전체 품목의 91%, 한국은 92%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대중 수출 100대 품목 중 26개 품목에 대한 관세가 10년내 철폐될 예정이며, 여기에는 석유제품(제트유 등), 광학렌즈·광학기기부품, 철강(냉연·열연·도금강판 등)·석유화학 기초유분(프로필렌·에틸렌 등), 유무선 통신기기부품, LCD패널, 엔진부품 등이 포함되어 있다. 농수산품 상품양허를 보면, 우리의 농산품에서 초민감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이며, 수산물에서는 13.8%이다. 중국의 농산품 초민감 품목비중이 9%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우리는 농수산품에 중국은 공산품 보호에 치중했다고 볼 수 있다.
  상품과 관련된 비관세 장벽도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통관과 관련해서는 관세법령을 전국적으로 일관성 있게 이행되도록 보장하는 조치마련을 명문화했고 48시간 이내 통관 등 통관시간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조치들도 포함되었다. 공산품을 주로 수출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표준이나 검사 등을 규정하는 기술상무역장벽도 중요한 요소인데, 중국 진출을 위한 인증획득이나 검사통과 소요시간에 대한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주로 시험성적서의 상호인정(전기용품, 자동차부품)을 위한 협상개시나 허가신청 과정에서의 내국민대우 부여(화장품, 의약품) 등을 협정문에 담았다.
  서비스나 투자분야에서는 일부 서비스업에 대한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점과 對중 투자 여건이 개선되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번에는 우선 법률, 건축, 건설,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 일부 서비스 분야에 대한 개방이 이뤄졌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49%의 지분참여가 허용되었고, 영화, TV 드라마 등 공동제작을 부속서로 규정하는 등 개방의 폭이 넓어졌을 뿐 아니라 저작권과 음반·방송사업자의 저작인접권이 강화되었다. 또한 그 동안 일부 국가에만 허용되던 중국인 해외관광 업무를 취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문화 관광 교류 촉진의 기대된다. 나머지 서비스 분야나 투자 자유화는 아직 중국내 법과 제도 변경이 필요한 사안들이어서 후속협상에 논의하기로 합의하였다.

기업과 정부의 공동노력이 절실
  한중FTA의 효율적 활용은 결국 FTA가 가져온 기회와 현재 상황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토대로 중국시장에 맞춰진 공략을 수립하는데서 시작한다.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해서는 이미 앞서 서술하였다. 한중FTA가 가져올 기회는 결국 중국의 성장과 한중FTA 내용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은 G2로 부상할 만큼 빠르게 성장하면서, 점차 도시화와 산업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 도시화의 진전은 시장 규모의 확대를, 산업고도화의 진행은 서비스업 비중의 확대를 각각 의미하는 바, 앞으로 중국시장에서는 서비스업과 소비재에 대한 신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우리의 중국 내수소비재 시장 점유율은 2012년 기준 3.7%에 불과하다. 중국의 내수확대 정책과 한중FTA의 발효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 내수 소비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 대기업들은 이미 현지에 진출해 있거나 주력 품목들이 양허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여 큰 여건변화는 없을 것이므로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과 농식품 업계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상품양허안을 보면 패션(의류·악세사리 등), 영유아용품, 스포츠·레저용품, 건강용품(의료기기 등), 고급 소형 생활가전(밥솥·믹서 등) 등이 특혜관세의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계절이나 유행, 신선도에 민감한 신선식품이나 화장품 등도 통관시간 단축이나 시험결과 상호인정 등으로 혜택이 기대된다. 하지만 상업화 혁신을 통해 우리 기업을 뒤쫓고 있는 중국기업들과의 경쟁 또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중산층에 겨냥해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경쟁력 있는 제품생산을 위한 기술력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할 것이다. 또한 중국의 소득 증가와 건강 및 위생에 대한 관심 증진은 신뢰성 높은 먹거리에 대한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바, 프리미엄급 농산품 개발과 마케팅을 통해 중국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서비스 시장 확대는 한류 열풍을 우리 기업들도 향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과 중국인 해외관광업에 대한 진출 기회확대로 양국간 문화 관광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서비스는 그 특성상 투자를 통한 진출이 이뤄져야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금번 한중FTA에서는 ISD조항 등 효과적인 투자자 보호장치와 더불어 우리 기업들이 직면하는 애로사항을 전담해줄 기관을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방정부에서도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투자여건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FTA가 이행되는 과정에서 협정문이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되느냐에 따라 기업이 체감하는 FTA의 효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특히 대규모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약간의 차이도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따라서 효과적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공동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