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가치를 공유하고 의미를 유지하라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 소장 박재현
혹시 여러분들은 브랜드 마케팅(Brand Marketing)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브랜드 마케팅은 프로덕트 마케팅(Product Marketing)과는 접근방법은 물론 목표점 자체가 다르다. 프로덕트 마케팅이 제품의 품질(Quality)과 가격(Price)으로 승부를 건다고 한다면 브랜드 마케팅은 브랜드의 가치(Value)와 의미(Meaning)로 승부를 거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브랜드 마케팅은 얼마나 자사의 브랜드가 경쟁사의 브랜드보다 고객에게 가치 있고 의미 있는 큰사랑을 받느냐의 싸움이란 말이다. 그래서 프로덕트는 공장(Factory)에서 만들어지지만 브랜드는 고객의 마음(Heart)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브랜드 마케팅(Brand Marketing)은 연애와 같은 것이다.
최근 필자가 강의할 때 가장 강조하는 말이다. 세계적인 마케팅 관련학과 석학들도 이구동성으로 이제 경영학은 연애학의 관점에서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냥 알고 지내는 브랜드가 아니라 사랑받는 브랜드로 키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니 예전 같았으면 품질 좋고 가격 착한 브랜드면 다 끝났을 텐데, 이제는 따스한 온도가 느껴지고 감성이 살아 있는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혹시 ‘애플빠(애플이 만드는 모든 제품에 열광하는 애플 매니아)’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들은 제품에 하자가 있어도 절대 항의(Complaint)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약점은 보이지 않는 논리와 같은 것이다. 브랜드에 단순한 트레이드마크(Trade Mark)가 붙는 것과 러브마크(Love Mark)가 붙는 것은 너무나 다르다. 트레이드마크는 ‘구별표시’이지만 러브마크는 ‘차별표시’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브랜드는 ‘사랑싸움(The War of LOVE MARK)’에 돌입할 필요가 있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이 4개의 주요 정유 브랜드를 모르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다. 그 만큼 인지도가 매우 높고, 소비자의 관심 영역 안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브랜드파워(Brand Power)이자 브랜드가치(Brand Value)를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작년 초였던가....... 아무 생각 없이 수원에 강의를 다녀오는 길이었다. 마침 차에서 주유경고음이 들렸고, 지나가는 길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주유소에 차를 세웠다. 앗! 그곳은 요즘 많이 생긴다는 셀프주유소! 사실 난 이제껏 셀프주유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었다. 그냥 다른 데로 가야하나라고 생각하던 차에 한 주유원이 나한테 다가와서 친절하게 셀프 주유 방법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면서 한마디 했다. “처음에는 낯설어도 이게 하다보면 재미가 있어요. 하하하” 그러면서 주유용 검은색 장갑(일회용 같지 않은)을 나에게 선물로 쥐어 주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 영업용 멘트였고 장갑도 그동안 많이 받아 보았기에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날 그 주유원의 환한 얼굴에서 느껴졌던 따스한 친숙함은 피로로 지쳐있던 나의 영혼에 시원한 청량음료를 제공해 주었다. 그 날 이후 난 특별히 바쁜 일정이 없는 이상 환한 얼굴이 생각나는 그 주유소만을 이용하게 되었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과 반대 방향일 경우라도 굳이 그곳으로 향했다. 더군다나 주유하러 갔다가 그 친구가 없으면 안부까지 물을 정도기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동차 연료인 휘발유는 다 그게 그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선택기준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정유 브랜드가 오랫동안 광고 메시지를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것을 우연히 들렸던 한 주유소 공간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단순한 스팸(Spam)이나 노이즈(Noise)가 아닌 소비자인 필자에게 그 의미를 체험할 수 있게 한 광고와 일상의 연장선이 되었던 것이다.
사실 21세기 현시대의 마케팅 환경은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도 아날로그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디지털 스토리텔링 시대라고 규정하는 것에 부족함이 없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시대에서는 브랜드가 소비자와 함께 경험을 만들어내는 힘을 갖고 있으며, 소비자는 단순하게 브랜드 스토리를 듣는 게 아니라 그 스토리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한다. 우리는 싫건 좋건 이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누구든지 그런 기회를 포착한다면 그때마다 몰입할 수 있는 경험과 인상적인 경험을 창조하는 일을 보다 더 자주 선택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관해 경험하는 것을 바라고 기대한다. 행동이 말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정유 관련 브랜드 기업은 명심하기 바란다. 경험이 훨씬 더 강력하고, 진짜 경험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진짜 경험을 창조해야 한다. SK에너지가 진행하는 ‘책 나눔 캠페인’이나 GS칼텍스의 ‘I am your energy 캠페인’, 에스오일의 ‘BRAND Awards’, 그리고 현대오일뱅크 ‘대학생 마케팅 IDEA 공모전’과 같은 마케팅 활동들이 바로 소비자들이 해당 브랜드와 연관된 브랜드 스토리를 쓰게 만드는데 효과적이다.
소비자들은 브랜드에게 끊임없이 스토리, 즉 네버엔딩 스토리(Neverending Story)를 원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소비자 자신이 끊임없이 "우리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언제나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함이다. 브랜드에 있어서 정체와 지루함은 곧 죽음이다.
뻔하면 까인다
최근 2010년대 중반기에 진입한 21세기 마케팅 현장에는 이런 무시무시한 문장이 이슈다.
뭐가 뻔하고 뭐가 뻔하지 않은 걸까? 마케터나 브랜드매니저가 이것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시기임에 틀림없다. 긴장하고 노력해야 한다. 연애할 때랑 똑같다. 웬만큼 친해졌다고 느껴서 자기관리를 안하고 나태해질 때 바로 차이게 되는 법! 고객의 실생활 현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어떤 토픽(Topic)인지 찾고 또 찾아야 한다. 이제 기업이 보유한 브랜드가 외면 받으면 그 기업 자체의 생존이 위태롭다는 사실은 기정사실화 되어 있다.
여전히 경기는 어렵고 관련 산업에 대한 희망적인 소식이 들리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유 업계 브랜드는 단순한 브랜드 리마인딩(Brand Reminding)전략에서 벗어나 브랜드 러빙(Brand Loving)전략으로 갈아타야 한다. 현 시대의 고객들은 변하지 않고 지루하게 계속 곁에 있어주기 보다는 언제나 새로운 매력으로 나를 기분 좋게 해주는 '브랜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스팸(Spam)을 걸러내는 아주 정교한 기계와 같다. 그래서 자신들이 관심을 갖는 정보만 수집한다. 그러므로 브랜드가 송신하는 메시지가 여러 스팸들 사이에서 살짝 두드러져 보이도록 만들려고 애쓸 것이 아니라 고객들이 좋아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러브 메시지처럼 되어야 한다. 다시 정리하자면, 이제부터는 광고를 위한 광고를 만들지 말고 고객의 마음을 세심하게 읽어내어 어루만져주는 브랜드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까'이지 않고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다.
자, 그렇다면 과연 ‘브랜드(BRAND)’란 무엇일까?
필자가 약 25년간 현업에서 고민한 끝에 얻은 나만의 정의를 소개하겠다. 나중에 다시 언어적으로 업데이트가 될 진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이것이 최선임을 밝힌다.
●브랜드(BRAND)의 정의 : 존재의 이유가 있어 널리 사랑을 받고 있는 의미 있는 대상
오늘 이글을 읽고 계신 독자들은 한 번씩 뒤돌아보길 기대한다. 내가 보유하고 상표에 어떤 표시가 붙어 있는지 말이다. ‘러브마크’가 붙어 있는가? 아니면 단순한 ‘트레이드마크’가 붙어 있는가? 상표 옆에 러브마크가 붙어 있어야만 진정한 ‘브랜드’이다. 꼭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