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사업구조 다각화로 새로운 도약 나선다
-실적악화 정유업계, 사업 다각화로 불황 돌파
정치연(아주경제 산업부 기자)
정유업계가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며 자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환율 하락과 정제마진 축소 등으로 침체의 늪에 빠진 정유업계 기존 주력사업 외에 지속 성장을 위한 다양한 신사업에 각 사의 핵심역량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셰일가스·오일을 비롯한 비(非)전통자원 개발 사업에 본격적인 참여를 선언했다. 해외 자원광구에서 셰일가스와 오일을 직접 생산하는 곳은 업계에서 SK이노베이션이 유일하다.
미국에서 시작한 셰일가스 개발 붐이 세계 각지로 확산됨에 따라 미국 석유개발 법인을 비전통자원 개발사업의 글로벌 전초기지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상업 생산을 앞둔 신규 PX(파라자일렌)와 윤활기유 사업 등을 통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할 계획이다. SK종합화학은 올해 울산 PX와 넥슬렌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며, 일본 JX에너지와도 PX 설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캐시카우로 급부상 중인 글로벌 윤활기유 시장 선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계열사인 SK루브리컨츠는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스페인 동남부 카르타헤나에 윤활기유 공장을 짓고 있다.
이외에도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와 정보전자소재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를 가속하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올해 합작사 설립으로 중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월 베이징전공, 베이징자동차와 손잡고 합작사인 베이징 베스크 테크놀로지(Beijing BESK Technology)를 설립하고,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해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GS칼텍스는 올해 GS그룹의 에너지 부문 대규모 투자 집행의 중심에 있다. 올해 GS그룹은 GS칼텍스의 원유·제품부두 및 방향족 공장, GS에너지의 LNG터미널 및 해외자원개발, GS EPS 발전시설, GS글로벌의 석유·유연탄 광구 투자 등에 2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GS칼텍스는 일본 쇼와셀-다이요오일과 전남 여수에 100만t 규모의 PX 합작 투자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체코와 경남 진주에 기능성 플라스틱인 복합수지 공장을 건립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연산 2000톤 규모의 2차전지용 소프트 카본계 음극재 공장을 준공한 GS칼텍스는 최근 양극재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등 신소재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 GS칼텍스는 탄소섬유 LFT(장섬유 강화 열가소성수지)소재를 개발하고 완성차 업체들과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진천공장에서 연간 600∼700t의 탄소섬유 LFT소재를 생산해 기아차에 공급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도레이첨단소재의 탄소섬유에 다양한 플라스틱 수지와 첨가제를 배합해 독자적인 LFT 가공 기술을 접목했다. 이로써 강성과 내충격성이 우수하면서도 부품 변형 가능성을 최소화한 소재를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에쓰오일(S-OIL)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수익성이 낮아진 PX 판매를 줄이고, MX(혼합자일렌)와 벤젠 판매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높여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수익성 향상을 위해 마진이 높은 선진국 시장에 대한 윤활기유 판매물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에쓰오일은 글로벌 윤활기유 시장에서 축적한 높은 신뢰도와 판매망을 적극 활용해 프리미엄 엔진오일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윤활유 시장에도 진출했다.
에쓰오일은 최근 최고급 윤활유 브랜드 S-OIL 7을 출시하고, 합성엔진오일 제품 6종을 공개했다. S-OIL 7은 기초 원료인 윤활기유에서부터 제조까지 우수한 기술력과 품질을 확보한 에쓰오일의 강점을 극대화한 최고급 브랜드이다.
이와 함께 에쓰오일은 자동차와 가전,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등의 소재 제조업에 역량을 모은다. 이를 위해 에쓰오일은 서울마곡산업단지 2만9099㎡ 부지에 오는 2019년까지 3953억원을 투자해 첨단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새롭게 건립될 에쓰오일의 석유화학기술센터는 고도화 시설에서 생산되는 석유화학 기초 유분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소재 관련 기술 연구 활동을 수행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도 신성장동력 추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상업용 유류터미널 사업인 현대오일터미널을 준공했다.
총 1000억원이 투입된 현대오일터미널은 울산 신항 남항부두의 공유수면 8만7000㎡를 매립해 5만DWT(재화중량톤수)급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와 총 28만kl의 석유제품을 수용할 수 있는 35기의 저유 탱크를 보유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유류저장사업이 회사의 사업구조 다각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윤활기유, BTX(벤젠·톨루엔·자일렌), MX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과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을 설립하기도 했다. 또 다국적 정유사인 쉘과 손잡고 충남 대산에 윤활기유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처럼 현대오일뱅크는 신사업 추진을 기반으로 오는 2020년 매출 50조, 영업이익 2조원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또 총 매출액에서 석유정제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93%에서 60%까지 낮추는 등 사업 다각화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