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혁명 영향으로 인한 미국 석유산업 위상 변화와 주요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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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배(우정석유가스전략연구, 연구이사)

1. 셰일붐이 가져온 변화

수압파쇄 공법과 수평시추 기술의 결합으로 이루어낸 셰일 붐의 결과로 미국은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 지위를 되찾았다. 그리고 석유산업에서도 2008년 이후 계속해서 원유생산량 증가가 이어지고, 최근 셰일지대에서의 초경질 원유 생산량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의 증산 추세대로라면 2020년 이전에 미국의 산유량이 10백만 b/d를 넘어서며 세계 최대 산유국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에서의 셰일 붐은 그동안 세계 석유산업계의 원유공급 부족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세계 석유시장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셰일 개발에 뛰어들면서 투자와 기술경쟁이 일어나고 있고, 사우디 등 OPEC 회원국과 일부 산유국은 최근의 유가하락 움직임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감산 등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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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13년에 744만 b/d로 2008년 이후 2013년까지 연평균 8.1%라는 매우 높은 생산 증가율을 기록하였다. 산유량은 올해 들어와서 지난 7월말 현재 벌써 850만 b/d를 넘어섰고, 2015년에는 9백만 b/d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 같은 추세는 당초 미국정부의 예상을 크게 앞서는 것이며, 산유량 증가의 대부분이 초경질 셰일오일의 생산 증가로 인한 것이어서 그동안 미국이 주로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수입해오던 경질원유를 대체하고 있다. 반면에  휘발유 등 미국산 석유제품의 해외수출은 크게 늘어나면서 미국 석유산업이 국제수지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2. 컨덴세이트 수출 허용과 제한

컨덴세이트는 석유산업부문에서 분류 기준이 애매하다. OPEC의 기준에 따르면, 컨덴세이트는 원유 생산량과 매장량 통계에는 포함되지만 회원국에게 할당되는 원유 생산쿼터에는 포함시키지 않는다. 또한 아시아 시장에서는 컨덴세이트가 원유교역 통계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컨덴세이트를 초경질 원유로 분류하고, 컨덴세이트의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 산업보안국(BIS; 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은 지난 6월 24일 Pioneer Natural Resources와 Enterprise Products Partners 양사가 공동으로 신청한 정제공정을 거친 컨덴세이트에 대하여 수출허용 판정을 내렸다. 상무부가 수출 허용된 컨덴세이트에 대하여 증류탑(distillation unit)의 정제공정을 거친 “정제 처리된 컨덴세이트”로 구분하여 수출이 금지된 원유가 아니라 수출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은 석유제품으로 판정한 것이었다. 이후 미국의 많은 석유회사, 석유 수송회사 및 트레이딩 회사들이 정제공정을 거친 컨덴세이트에 대한 수출심사를 신청하였으나 상무부가 판정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수출이 허용된 컨덴세이트에 대한 상세한 심사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상무부 산업보안국(BIS)은 Pioneer Natural Resources와 Enterprise Products Partners에 대한 컨덴세이트 심사 판정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하여 국가안보상이라는 이유로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셰일지대에서 생산된 셰일 오일을 정제하는 증류탑 정제공정 설비가 상무부가 인정한 안정화 설비(advanced stabilizer)와 같은 설비인지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만약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정제 처리된 컨덴세이트를 수출하였으나 사후에 상무부의 판정과 일치하지 않을 경우, 해당 기업은 민사 및 형사상의 불이익과 함께 컨덴세이트의 수출 권리까지도 상실된다. 따라서 해당 기업들은 컨덴세이트 수출에 매우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미국정부로부터 수출이 허용되는 증류탑 정제공정을 거친 “정제 후 컨덴세이트”는 더 이상 원유로 정의되지 않고 석유제품으로 분류되는 컨덴세이트이다. 그러나 상무부가 해당 정제공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정제설비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다. 정제 후 컨덴세이트는 셰일 오일에서 C2(에탄)와 C3(프로판), C4(부탄)를 이미 추출하였기 때문에 API 지수 55 이상의 초경질 컨덴세이트로 분류된다. 반면에 컨덴세이트 API 지수가 50 이하로 낮아질수록 정제되지 않은 원유 성상에 가깝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수출규제 품목으로 분류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수출 가능한 정제 후 컨덴세이트의 생산능력은 현재 약 40만 b/d로 수출 물량은 대부분 텍사스 Eagle Ford 셰일지대에서 공급되고 있다고 밝다. Enterprise Products Partners사는 향후 “정제 후 컨덴세이트”에 대한 수출 수요가 늘어날 경우, 동 컨덴세이트 생산능력은 약 120만 b/d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3. 미국산 원유의 수출금지 완화 가능성

 미국 정부는 지난 70년대 초 1차 오일쇼크 발생 이후인 1975년부터 미국에서 생산된 원유의 역외수출을 금지하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셰일 붐의 영향으로 원유생산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원유수출에 대한 필요성이 미국 석유산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 정부의 원유수출 금지에 대한 정책변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수출허용에 대한 산업계의 요구와 일부 원유 수입국들의 요청 등을 배경으로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 원유금수 조치의 완화 또는 해제에 대한 공감대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미국산 원유 수출이 허용되는 예외적인 조항들을 살펴보면, 1) 알라스카 Cook Inlet에서 생산된 원유 2) 캐나다로 수출되어 그곳에서 소비되는 원유 3)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 소량의 중질원유 4) Trans-Alaska Pipeline System을 경유해서 수송되는 원유 5) 해외에서 수입되어 재수출되는 원유 등이다. 이외에 대통령의 결정으로 원유 수출이 허용되기도 한다.
 
원유 수출에 대한 미국 석유산업계의 견해를 살펴보면, 미국내 E&P 기업들은 원유수출 허용을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정유회사들은 원유 수출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석유제품 수출이 자유롭기 때문에 원유 가격이 낮을수록 더 큰 정제마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원유 수출이 에너지 자립도를 해칠 것이라는 우려와 원유가격 인상과 가솔린 가격 인상 가능성 때문에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은 석유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원유 수출 허용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서 공화당이 미 의회를 장악할 경우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4. 국내 석유산업의 시사점

미국의 셰일 붐 이후 세계 석유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최근에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산유국들의 자원민족주의가 퇴색하고 있고,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 급증이 국제유가 안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3분기에 리비아, 이라크,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리스크 상황에도 불구하고 원유 가격이 하락하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팽배했던 원유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이제는 충분하다는 쪽으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석유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가시화되는 이 시점에서 국내 석유산업은 유가하락 상황에 안주할 것인가? 미국의 석유 수출국 전환은 우리에게 새로운 수입 다변화 지역의 출현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북미지역 셰일가스 개발 참여를 통한 투자와 수익성 제고 방안에 대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미지역으로부터 원유와 컨덴세이트 등의 수입은 기존 중동지역 위주의 수입패턴을 다변화하고 지역별 가격차이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 9월 21일부터 26일까지 대한석유협회 주관으로 국내 정유회사 및 가스회사 등 관계자들과 함께 미국 텍사스주 Eagle Ford 셰일지대의 셰일가스 개발 현장을 둘러보았다. 셰일개발 현장을 안내해준 셰일개발 전문가인 조 삼제 박사는 국내 기업들이 미국 셰일가스 E&P 프로젝트의 Value Chain을 고려하여 상류 및 중류 부문 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에 대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조 박사는 셰일가스 개발의 투자수익률이 매우 높은데 단순히 수입을 통한 물량 확보만을 고려할 경우, 중간마진의 대부분을 트레이딩 기업이나 운송기업에 넘겨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계 석유시장이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시점에서 국내 석유산업이 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