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 및 석유화학 동향 및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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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환(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14년 배럴 당 108불로 시작한 두바이 원유가격은 이라크 내전상황의 악화로 6월말 111불로 최고치를 기록하였지만 9월에 들어와서는 약 95불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이러한 국제 석유가격의 움직임은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석유의 수요와 공급 변화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국제 석유시장의 초과공급 상황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4년 전반기 국제 석유시장의 수급상황은 비OECD 국가의 석유수요 증가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석유수요 증가를 상회하는 비OPEC 국가의 비전통석유 생산의 증가로 인하여 초과공급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2014년 전반기 석유수요를 살펴보면 OECD 국가의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비OECD 국가의 수요가 증가하여 전년도에 비해 약 1% 증가한 석유수요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지역의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긴축재정의 영향으로 유럽지역 석유수요가 감소하였으며, 일본에서도 소비세인상의 영향으로 석유수요 감소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은 휘발유 및 LPG 수요 감소로 2분기 이후 수요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석유수요 감소를 능가하는 비OECD 국가들의 수요 증가가 국제적인 석유수요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전반기 석유공급은 OPEC 국가의 생산은 정체상태를 보이지만,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비OPEC 국가의 생산량 확대로 2013년에 비해 약 1.5%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OPEC의 석유공급 감소는 수니파 반군(ISIL)의 활동으로 이라크의 생산이 2분기 이후 감소한 것과 반정부 무장활동 및 노동자 시위로 인한 시리아 생산량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비OPEC 국가들의 석유공급은 2013년 2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북미지역의 셰일오일, 오일샌드, NGL 생산 증가가 비OECD 국가 생산량 증가분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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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석유수급 상황을 반영하여 원유가격(두바이유)은 1분기에는 104불 수준에서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2분기 심화된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하여 106불 수준으로 상승하여 2014년 전반기 평균가격은 105.25불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 이란 핵문제 해결 가능성 제고, 국제적인 경기침체 지속, 비전통원유 생산 증가는 국제 석유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였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라크 내 수니파 반군 활동, 리비아 사태 등은 국제 석유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의 석유화학분야 현황은 사용하는 에너지 원료의 가격에 따라 지역별 가격경쟁력에 차이가 발생하여 가격경쟁력이 높은 지역의 생산증가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 국제시장에서 경쟁이 가속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은 비전통가스 생산증가로 석유가격보다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제품의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3위의 석탄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제품 공급에서, 중동지역은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원료로 대규모 생산시설을 확보하여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동북아시아 및 유럽지역 국가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가격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미국, 중국, 중동지역에서는 생산시설 증설이 진행되고 있다.

2012년 지역별 에틸렌 생산원가($/톤)를 살펴보면 중동지역이 200달러, 북미지역이 600달러, 중국이 800~900달러, 동북아(한국, 일본)지역이 1,050달러로 나타나고 있으며, 국제적인 경기회복 지연 및 공급과잉 상황의 심화로 국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일부 국가의 제조원가보다 낮은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유럽 및 동북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화학제품 가격경쟁력이 악화에 따라 유럽지역 에틸렌 생산능력은 2008년 2,460만톤에서 2013년 2,370만톤으로, 일본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2008년 780만톤에서 770만톤으로 범용설비능력 감축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제시장의 향후 주요 요인
향후 국제 석유시장의 수급 및 가격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비전통자원 생산 증가와 일부 산유국의 정치적 불안상황이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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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는 비전통자원의 생산 증가는 국제 석유시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EIA의 ‘Annual Energy Outlook’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2008년 500만b/d에서 2012년 650만b/d, 2019년에는 960만b/d로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2015년경에는 미국이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원유생산 증가는 셰일오일 개발로 인한 경질타이트오일(LTO) 생산증가에 기인하는 것으로 미국 원유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12%에서 2012년 35%로 증가하였으며, 향후에는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정치적인 불안으로 국제 석유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산유국으로는 이라크, 이란, 리비아 등이 있다. 2012년 중반에 발효된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 조치의 영향으로 이란의 생산량이 2012~2013년 약 60만b/d 감소하였으나, 2013년 말부터 이란과 서방 국가들 사이에 협상이 진행되면서 2014년에는 생산량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협상의 진행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지만 향후 국제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리비아의 원유생산은 반군활동에 따른 동부지역 석유수출항 봉쇄가 해제되고 서남부에 위치한 유전이 재가동 될 것으로 전망되어 향후 원유생산량은 점진적인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는 내전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원유생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주요 원유생산 지역이 내전지역에서 벗어나 있는 남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원유생산 감소의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중동지역 국가들의 정치적 불안에 따른 전체적인 석유공급 감소가 국제 석유수급 및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 시장에서는 북미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생산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에틸렌 계열 제품의 공급 증가로 인한 가격하락에 따라서 향후 유럽 및 동북아 지역의 에틸렌 생산은 감소하는 방향으로 시장의 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비에틸렌 계열(BTX, 부타디엔 등) 제품의 공급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 프로필렌 생산시설의 증설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북미지역의 비전통원유 생산증가는 비OPEC 국가들이 국제적인 석유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확대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OPEC 국가는 2013년 원유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5년에는 61.2%로 증가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은 원유생산 증가에 따라 수급상황이 개선되어 가격안정화를 가져오는 효과 이외에도 OPEC 국가들의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한 국제 원유가격 상승 위험의 감소, 미국 및 유럽으로 수출되던 중동 및 북아프리카 원유가 아시아지역으로 전환 등을 통해서 국제 석유가격을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비전통원유의 높은 생산비용으로 인하여 국제유가 급락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OECD, IEA, IHS CERA와 같은 기관들은 미국 셰일오일의 한계 생산비용을 배럴 당 70~80달러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수준까지 유가가 하락하는 경우에는 셰일오일 생산량이 감소하여 유가하락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향후 국제 석유시장 수급 및 가격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에는 2000년대 중반 이후에 나타난 급격한 가격변동성이 완화되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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