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석유·화학 수요와 우리나라 정유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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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용찬(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

■ 중국 내수부진, 우리의 對중국 수출 위협
지난 8월 중국 수출총액이 전년동기 대비 9.4% 증가한 2,085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중국정부가 수출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 경기부양책을 시행함과 동시에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서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의 8월 수입총액은 1,586억 달러로 2.4% 감소해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수입경기 둔화는 내수 위축의 영향이 크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8월 16.5%로, 지난해 19.6%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부동산개발 투자가 둔화되고 있고 과잉생산 억제 정책으로 인해 제조업 투자도 8월 13.5% 증가에 그쳤다. 더욱이 8월 소매판매 증가율도 지난해 13.1%에서 하락한 11.9%를 기록하면서 내수 부진의 민낯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우리의 對중국 수출도 따라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2/4분기 우리나라의 對중국 수출은 350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8% 감소하였다. 월별로 볼 때도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수출액이 크게 증가하지 못하면서 수출증가율도 지난 3년 이상 지속적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 향후 석유제품 對중국 수출 확대는 다소 어려워질 것
자동차, 건설, 섬유 등에 사용되는 상당부분의 원자재들을 생산해내는 석유·화학산업은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리는데, 이처럼 중요한 석유·화학제품은 우리나라의 5위 수출품목인데다가 수출되는 석유·화학제품 중 60% 정도가 중국으로 향한다. 주력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하면 우리나라의 정유, 석유·화학 산업은 그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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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對중국 주요 석유·화학제품(HS2710류) 수출 실적은 눈물겹다. 2011년에 전년대비 79.7% 증가한 100억 달러를 기록한 뒤 2012년, 2013년에는 각각 전년대비 10.1%, 20.9%씩 감소한 90억, 71억 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7월까지의 누적치 기준으로 볼 때도, 對중국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33.2% 감소한 31억 달러에 그쳤다. 그 중에서도 對중국 석유·화학제품 수출의 72%를 차지하는 나프타, 제트연료유, 경유, 벙커C유의 수출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65.0%, -39.5%, -63.1%, -34.5%를 기록하였다.
더욱이 최근 중국이 7군데의 대규모 첨단 석유·화학단지 개발을 시사하면서 자체 정제시설 가동률 향상으로 인해 향후 우리나라로부터 수입하던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원유를 정제하여 석유제품을 만들어 팔 때 생기는 이윤 즉, 정제마진으로 사업을 이어온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마진 폭 축소로 인해 업황 개선이 다소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는 대형 국유에너지기업들을 통해 첨단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함과 동시에 품질이 낮은 저가제품을 생산하는 공장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에서 퇴출시키거나 통합하여 대형화시킨다는 방침이다.
IEA는 2013년 세계 석유정제설비가 1.26백만b/d 증가한 94.4백만b/d에 달하는 가운데 중국은 세계 전체 증가량의 57.9%인 0.73백만b/d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중국은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1.0백만b/d, 1.46백만b/d씩 증설하여 세계 전체 생산능력의 12.0%, 12.8%인 11.5백만b/d, 12.5백만b/d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자체 정제 능력이 당분간은 지속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판단되면서 그에 따른 對중국 석유·화학제품 수출 확대는 장기적으로 볼 때 점차 어려워 질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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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가 및 기술 경쟁력 확보라는 투트랙전략 확대가 필요
중국 석유·화학산업은 중국정부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과거의 양적인 성장에서 점차 질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다. 중국은 12차 5개년 규획기간(2011~2015년) 원료 다각화를 산업 발전정책 중점목표 중 하나로 설정하고 원료 수급구조 개선과 안정적인 제품 공급구조 구축을 단계적으로 실현할 예정이다. 우리의 석유·화학업계가 더 이상 과거의 對중국 공급구조에 안주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원가경쟁력 확보‘와 ‘기술개발‘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더욱 폭넓게 전개해야 한다.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재 협상 중에 있는 한중FTA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중국내에서 가격경쟁력이 있는 중동산 제품들과 중국 로컬기업들의 저가 제품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는 힘겨운 싸움을 이어온 상황이다. 현재 우리의 석유·화학제품이 중국에 수출될 때 매겨지는 6%대의 관세율도 큰 부담으로 작용된다. 이러한 난관을 단기간 내 빠르게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한중FTA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원가경쟁력 만으로 장기적인 생존을 논할 수 없다.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정유제품에서 합성수지와 같은 석유화학제품까지의 밸류체인 확장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범용수지의 고부가화를 위한 메탈로센 공정개발 등을 적극 추진하여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고부가 시장을 적극 공략할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더불어 윤활기유 등 비정유 부문에 대한 증설투자도 합리하게 추진하여 영업이익 구조 개선을 통해 전자나 자동차에 결코 뒤지지 않는 수출역군의 타이틀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