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을 찾던 사람들, 공유경제를 만나다

희망제작소 김선재 연구원

공유경제, 사람들의 공감과 참여 속에 성장하다

공유경제는 공유, 교환, 대여 등을 통해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얻어 활용하는 경제모델이다

"Move your money!" 2008년 금융위기 과정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다. 이 캠페인은 동일한 사회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대처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잘 보여준다. 캠페인은 우리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이들에게 우리 돈을 맡겨야할 이유가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이 질문은 대형금융 회사는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며 우리 삶을 나아지게 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것도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캠페인은 2008년 위기를 초래한 금융 기관에 맡겨둔 돈을 지역에 기반을 둔 소규모 은행이나 협동조합 은행에 맡기자는 취지로, 전 세계인들의 고민의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전과는 달리 대안을 찾아서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실천을 하는 시민들이 점점 늘고 있다.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은 모두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연관되어 있는 것들이다. 그 중에 세계적으로 연간 80%의 급속한 시장 성장률을 자랑하며 외연을 키워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분야가 있는데, 그것은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이다.

 

공유경제는 보통 '공유, 교환, 대여 등을 통해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얻어 활용하는 경제 모델'로 알려져 있다. 공유경제의 급속한 확대는 사회에 대한 문제인식과 기술 발전의 교차점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소비권장사회에서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소비와 소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느낀다.

베블렌 효과가 전 계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의 부정적인 결과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자원은 빠르게 고갈됐고, 환경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다. 공동체가 사라진 자리에 경쟁과 배제, 소유가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개인화되고 더 배타적이 되고 있다. 사회공동체를 유지하던 유대는 약화되었고, 상대적 박탈감과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를 병들게 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변화가 필요하며 그것은 정부도 기업도 아닌 내가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의 이성에 심어준 계기였다.

한편, IT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의 네트워크는 더욱 촘촘해졌고,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돈을 지불하고, 협력하고,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물건들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사람들에게 요청할 수 있다. 공유경제가 활성화 되는데 필요한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요컨대, 공유경제가 급속하게 성장한 것은 사회구성원들이 가진 문제 인식이 기술 발전과 맞물리면서 사람들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공유경제, 물건을 넘어 사람의 온기를 나누다

공유는 물건을 주고받는 방식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다.

국내에는 80여개의 공유 기업이 있다. 공유경제가 국내에 소개된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공유기업이 다루는 서비스는 공간, 교육, 도서, 물건, 숙박, 의류, 자동차, 경험에 이르기까지 무척이나 다양하다. 자신을 성장으로 이끌었던 경험과 지혜를 실제로 만나서 나누는 <위즈돔>, 주민들이 읽은 책을 등록하고 서로 빌려볼 수 있는 온라인 도서공유 서비스 <구름위의 도서관>, 빨리 자라나는 아기들의 옷 구매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키플>, 카쉐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카>, <그린카> 등 각양각색이다.

 

<열린옷장>은 정장을 기부 받아 청년 구직자와 공유하는 비영리단체이다. 정장은 평상시에 자주 입지 않지만, 면접이나 중요한 자리가 생기면 꼭 필요하다. 그러나 가격이 만만치 않아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청년들에게 정장을 가지는 것은 꽤나 부담이 되는 일이다. <열린옷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정장을 빌려준다.

처음에는 20벌의 정장으로 시작했지만, 생긴지 1년이 지나지 않아 보유 정장만 600벌이 넘었다. <열린옷장>의 좋은 취지를 알고 주변의 한 세탁소는 정장을 관리해주고, 어떤 디자이너는 트렌드에 맞게 정장을 수선해준다. 셔츠를 기부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스킨케어 상품을 제공한다는 곳도 나왔다. <열린옷장>을 중심으로 나눔이 확산된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열린옷장>에서는 단순히 정장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정장을 매개로 사람간의 따뜻한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다. 정장을 기부하면서 자신의 사연이나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 대여자가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로가 원하면 기부자와 대여자간의 연결도 가능하다. <열린옷장>에 따르면 공유는 물건을 주고 받는 방식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다.

공유경제,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까

신뢰와 공동체가 공유경제를 촉진하고, 다시 관계에 기반을 둔 공유 활동을 통해 공동체가 견고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유경제는 앞서 배경에서 언급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의도와 노력이 수반된다면 가능하다. 첫째로, 공유경제는 소유하지 않고도 비슷한 사회 편익을 누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소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그 결과 대량생산으로 인한 무분별한 자원낭비,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대해 공유경제의 선도적 단체인 <쉐어러블>의 창립자 닐 고렌플로는 공유경제를 "자원의 소비를 현저하게 줄이면서 같은 자원에 대한 접근법을 늘리는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둘째 공유경제를 통해서 공동체를 튼튼히 할 수 있다. 화양동 주민이 주축이 되어 만든 <씨앗까페 느티>가 대표적 사례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공유 서가를 통해 책장을 공유하고, '공유 나루'에 기증한 각종 공구, 돗자리, 캠핑 용품 등 생활 물품을 나눠 쓴다. <씨앗까페 느티>는 물건 공유를 통해 화양동 지역 공동체 내의 소통을 이끄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공유경제의 개념을 소개한 레이첼 보츠먼은 공유경제의 가치는 사람들이 관계에 기반을 둔 시장에 참여하면서 잃어버렸던 인간다움을 다시 발견하고 사람 간의 신뢰를 쌓게 되는 것에 있다고 했다.

 

공유경제가 일반적인 대여 업체와 달라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공유 경제 본래의 의도와 목적을 잘 담아내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신뢰와 공동체는 공유경제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공유경제가 기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이기도 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선순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신뢰와 공동체가 공유경제를 촉진하고, 다시 관계에 기반을 둔 공유 활동을 통해 공동체가 견고해지는 것이다. <씨앗까페 느티>의 예로 돌아가면,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공동체에 속한 주민들의 자발적인 협력덕분이다. 그곳에서는 주민들의 각종 모임들이 이뤄진다. 공유경제를 통해 기대되었던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공유경제가 기대한바 대안으로써 작용하기 위해선 공유경제를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그 중심에 관계협력그리고 '공동체'를 목적으로 두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혼자 가는 걸음보다 여럿이 가는 걸음이 더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 이것이야 말로 공유경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