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사 자동차세 탈루, 더 이상은 안 된다
양진형(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최근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 등 석유업계 3개 협회는 안전행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세청, 경찰청 등에 석유수입사 자동차세 탈루관련 대책마련 및 수사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공동으로 제출했다.
수입사 탈루, 국가재정 좀 먹고 석유유통질서 문란 초래
일부 석유수입사들이 수입석유에 부과되는 자동차세를 상습적으로 탈루하여 국가재정을 어렵게 하고, 석유시장의 유통질서를 문란케 하고 있으니 이를 하루빨리 근절시켜 달라는 게 요지다.
현행법에 의하면 석유제품 수입 시 교통세와 교육세는 관세와 함께 세관통관 시 납부토록 되어있으나, 자동차세(옛 주행세, 경유 1리터당 97.5원)는 통관 후 15일 이내에 납부하도록 되어있어 자금 여력이 없는 수입업자들이 그동안 이를 악용해 왔던 것이다.
특히 이들은 탈루한 석유제품을 현물대리점 등에 덤핑가격으로 유통시킨 뒤 폐업을 하고 잠적하는 수법을 써왔다. 주무 부서인 산업부가 지자체의 요청을 받아, 뒤늦게 이들 업체들에 대해 석유수입업 등록을 취소하더라도 이미 체납한 세금은 받을 수 없다. 이들은 ‘바지사장’을 내세워 다시 수입사를 설립하고 탈루를 일삼아왔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이들이 탈루한 자동차세는 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여기에 수입부과금과 부가가치세 탈루를 더하면 탈루금액은 수천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들이 덤핑가격으로 유통시킨 석유제품과 경쟁하느라 정유사 - 대리점 - 주유소 등 정상적인 석유유통업자들은 경영상 큰 손실을 입었음은 물론이다.
최근의 3년간 탈루는 ‘정부의 수입사 우대정책이’ 원인
그렇다면, 2005년 이후 2011년까지 한 건도 없었던 수입사 탈루가 2002년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원인은 무엇일까?
2005년 이후 국제석유시장의 변화로 자금력이 약한 수입사는 거의 도산하고, 자금력과 고도의 노하우를 갖춘 일부 수입사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런 수입시장에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2011년 국제유가 상승으로 기름 값이 치솟자 이명박 대통령은 ‘기름값이 묘하다’는 화두를 던진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산업부는 부랴부랴 석유유통시장구조 개선책이라는 것을 내놓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수입석유제품에 할당관세 면제와 수입부과금 환급 등 리터당 55원에 달하는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2011년 중반부터 자금력이 약한 수입사들이 대거 유입되었는데 이 중에는 예전의 ‘먹튀세력’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박성효 의원실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13년 11월까지 자동차세를 탈루한 석유수입사는 8개 업체(77건) 7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3월에도 (주)지엘스마트오일이 26억원을 체납해 등록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탈루업체 대표들은 직원 1~2명만을 고용하고, 자동차세 체납한도 기간 내에 4~5건의 석유제품을 집중 수입한 뒤 폐업을 하는 수법을 써왔다.
‘수입부과금 환급혜택’ 일몰하고, 수입사 관리감독 및 등록 강화 시급
결국 전자상거래 활성화 명분으로 정부가 수입사 우대정책을 쓴 것이, 수입사 탈루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따라서 수입사 탈루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혈세로 투입된 수입사 우대정책은 폐지되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올해 6월말로 일몰예정인 ‘수입부과금 16원/ℓ 환급’ 혜택은 예정대로 일몰하는 게 맞다.
또한, 이제부터라도 석유수입사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 정부는 수입사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다 풀어주었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산업부는 관세청 및 안전행정부와 ‘지방세외수입통합정보시스템’을 공유, 세관을 통과한 수입물량이 15일 이내에 자동차세를 납부하는지 또한 체납한 상태에서 수입물량을 들여오는지 등을 체크하여 2차, 3차의 탈세가 일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어느 정도 자금력을 갖춰야만 수입업을 할 수 있도록 수입사 등록을 강화해야 한다.
‘국회’ 법 개정 서두르고, ‘국세청’과 ‘경찰청’은 시장 교란세력 엄단해야
다행히 최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김기선 의원(새누리당)과 김민기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수입사 탈루 방지를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의 핵심은 현재 담배소비세에서 운영되고 있는 납세담보 제도를 자동차세에 도입하자는 내용인데 법 개정이 되고나면, 수입사의 탈루를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이 개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 되는 만큼 국세청은 탈루업체들의 계보를 파악하여 철저한 세무조사에 나서야 할 것이며, 경찰청은 이들에 대해 즉각적인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