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주유소업계 생존방안은?
(사)한국주유소협회 이사 정상필
“경영난으로 문닫는 주유소 5년째 급증”, “가족 동원해 일해도 대기업 초봉수준”
최근 언론에 집중 조명된 주유소 관련 기사의 제목들이다. 이 기사들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주유소업계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하루에 한 개꼴로 문을 닫고 있고, 과도한 경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주유소’ 하면 ‘지역유지’, ‘갑부’라는 인식은 이미 옛말이 되었고, 이제는 ‘속빈강정’, ‘10억 거지’라는 원색적인 표현도 서슴없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 1980년대까지 정부의 석유산업 발전전략에 따라 정부의 보호속에 성장해온 주유소업계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정부의 석유산업 정책이 자유화와 경쟁촉진정책으로 전환되면서 1992년 주유소간 거리제한 완화를 시작으로 1995년 거리제한이 폐지되고, 1997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되면서 주유소수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1997년 가격자율화가 실시되면서 주유소간 가격경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년 후 주유소시장은 판매량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매출이익 역시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한때 지역 유지소리를 듣던 주유소사업이 이제는 한계사업으로 치부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전락했다.
줄어들고 있는 주유소
2013년도 주유소 현황 조사 결과 1991년대비 영업주유소 수는 3,382개소에서 281.5% 증가한 12,687개소로 조사됐다. 반면, 주유소당 월평균 판매량은 1991년 2,003드럼에서 2013년 1,059드럼으로 50% 감소했다.
영업주유소수는 2010년 13,003개소를 정점으로 2011년 12,901개소로 전년대비 102개소가 감소하며 유사이래 최초로 영업주유소수가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후에도 영업주유소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2012년에는 12,803개소로 98개소가, 2013년에는 12,687개소로 116개소가 감소하면서 2010년 이후 3년동안 영업주유소수는 총 316개소가 감소했다.
영업주유소수의 감소는 신규 영업 주유소보다 폐업 주유소수가 많아지면서 감소한 것으로, 연간 폐업 주유소 수는 2008년 101개소, 2009년 109개소, 2010년 127개소로 지속적으로 증가해 오다가 2011년 205개소로 급증한 이후 2012년 261개소에 이어 2013년에는 310개소가 폐업으로 문을 닫았다.
이러한 폐업주유소의 증가는 주유소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2013년도 주유소 판매량 조사결과 32,117,086㎘를 판매해 전년대비 2.6% 증가한 것에 비해 주유소당 월평균 판매량은 211.8㎘로 전년대비 3.7% 증가했다.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알뜰이나 셀프주유소와 같은 특정주유소로 소비자가 몰리면서 판매량이 집중되다보니 주유소당 월평균 판매량이 전체 판매량 보다 1.1%p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초래한 불행
결국, 주유소 양극화의 원인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 때문으로, 지난 2008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으면서 촉발된 고유가시대에 국민들의 불만이 정부로 집중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정부는 고유가의 책임을 석유유통구조의 문제로 돌리며 석유유통시장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 단초는 정유사의 폭리 논란에서부터 출발했다. 정유사의 비정상적인 유통구조로 인해 석유제품 가격을 왜곡하고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판단아래 정부의 시장개입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정유사의 독과점 시장을 개선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현재는 최말단에 있는 주유소사업자들의 목만 조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마트주유소, 농협주유소, 알뜰주유소 등 정부정책에 편승해 등장한 주유소들이 정부의 특혜로 리터당 30원 가량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이들 주유소의 판매량은 3~5배 이상 증가한 반면, 인근 주유소들의 판매량은 30~70%까지 감소하는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의 시장개입을 통한 부당한 횡포에 힘없는 우리 주유소업계만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정부가 석유시장에 직접 개일할 정도로 현재의 석유유통구조가 ‘시장실패’에 해당 하는가이다.
지난 2011년 당시 글로벌 경제 불안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국내 기름값이 치솟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름값이 묘하다”라는 발언을 했다. 이에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즉시 태스크포스팀을 꾸렸고 3개월 만에 석유 유통시장 구조 개선책으로 석유공사를 국내 유통업에 진출시키고 석유수입사와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해 기존 주유소보다 리터당 100원이 싼 알뜰주유소를 만들겠다는 것이 요지였다.
인위적인 시장개입을 위해 정부는 △알뜰주유소 운영을 위한 시설자금 및 외상거래 지원 △수입사의 석유 수입관세와 부과금 환급 △법인세 혜택 제공 등 막대한 혈세를 투입했다.
석유시장의 유통구조가 ‘시장실패’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분석은 전혀 없이 단지 대통령이 호통을 치니깐 정부가 부랴부랴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든 것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바로 알뜰주유소다. 현재 전국적으로 알뜰주유소의 개수는 1,038개(3월31일 기준)다. 2011년 12월29일 경기도 용인에 알뜰주유소 1호점이 문을 연 이후 2년 동안 1,000개가 넘는 알뜰주유소가 생긴 것이다. 도입 당시 우리협회를 비롯해 정유사 등 석유유통 업계는 알뜰주유소 정책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심판을 봐야 할 정부가 직접 선수로 뛰는 것은 시장논리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삼성토탈이 석유공사의 저장시설과 유통망을 이용해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면서 대기업인 삼성토탈과 공기업인 석유공사, 알뜰주유소가 비정상적인 석유유통체계를 이어옴에 따라 특정 사업자들만 특혜를 받는 반면, 기존 석유사업자들은 판매량 감소와 과당경쟁에 따른 이익감소로 사업포기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자금력이 있는 주유소는 셀프서비스 주유소로 전환하여 생존을 위한 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대도시와 같은 사업부지의 타 용도 전환이 가능한 경우 주유소를 폐업하고 타업종으로 전업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주유소의 경우 셀프전환이나 폐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마련할 길이 없어 사업을 포기하고 타 사업자에게 임대를 주거나, 아예 휴업상태에서 방치된 주유소들이 증가하고 있다.
달라지고 있는 주유소
시장 자율의 구조조정인가 인위적인 구조조정인가를 떠나 작금의 주유소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러 한계주유소가 급증하고 있으며, 영업주유소수가 감소세로 전환되는 시점에 향후 주유소의 운영방향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 주유소의 수익구조가 유류판매에 집중되어 있는 구조에서 유류 매출이익의 감소와 영업이익 감소는 주유소의 한계상황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일본의 주유소들은 생존을 위해 주유소를 유류판매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유외사업을 통해 전체 매출액에서 유류판매를 통한 매출을 40%로 낮추고, 세차나 차량검사, 커피숍 등 다양한 유외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그래도 수익개선이 안되면 정부의 보조를 통해 과감한 퇴출을 결정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주유소에서도 사업다각화를 위해 편의점 등 신규사업을 도입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업이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미 인증된 유외사업을 특화하는 것이 가장 성공가능성이 높다. 주유소간 가격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주유소에 병설’하는 개념에서 ‘주유소를 병설’하는 개념으로 전환하고 유외사업에 적극 뛰어들어야 성공할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세차인 것이다. 최근 들어 고급화된 세차서비스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유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유소 유외사업으로 성공가능성이 가장 높다 할 수 있다.
세차의 사업화 외에도 커피전문점을 병설하거나 최근 들어서는 패스트푸드점을 겸하는 등 입지에 따라 성공가능성이 달라지는 유외사업도 도입되고 있으며, 전기자동차 충전소 등 친환경에너지의 판매를 겸하는 사업장으로 전환하여 에너지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필요성도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대두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도 주유소의 사업다각화를 위해 관련 규제의 완화는 물론 향후에도 주유소가 에너지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친환경 연료의 공급처를 병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시설의 노후화나 누적된 적자경영으로 인해 사업을 영위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과감하게 사업을 폐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2013년 폐업 주유소수가 310개소로 증가했을 만큼 폐업주유소수가 증가하고 있는데, 대부분 입지 특성을 살려 편의점이나 외식업 등의 새로운 사업으로 전업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주유소 철거시 소요되는 비용이 7,000만원 이상 소요되고, 토양오염시 정화책임이 있기 때문에 토양정화비용을 합할 경우 약 1억4천만원정도가 소요되는데, 타 사업으로 전환하거나 매각하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 1억4천만원을 들여 주유소를 철거하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할 사업자는 적기 때문에 폐업하지 않고 방치되는 사례가 많아 안전사고와 토양오염의 우려가 높음에 따라 정부차원의 지원을 통해 철거비용과 토양오염정화비용을 폐업보조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
다행히 지난 4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 개정되어 주유소 공제조합 설립을 위한 근거법안이 마련된 만큼 충분한 예산반영을 통해 폐업 주유소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우리 주유소업계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시장 조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유사 공급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사업자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고, 경쟁을 위해 가짜석유 판매나 면세유 부정유통 등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는 사업자들도 있어 정상적인 유통경로로는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룰에 따라서 다양한 경기결과가 나오게 된다. 우리 주유소업계에서도 당연히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룰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주유소업계는 이러한 룰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가 소비자의 입장만을 고려한 경쟁촉진정책으로 인해 대형마트주유소나 알뜰주유소와 같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시장경제의 룰을 무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해를 입게되는 주유소는 하소연할 곳도 없이 한계상황에 도달해 가족의 생계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의 주유소가 미래에도 연료공급처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불공정한 경쟁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정부의 시장개입은 철저히 배제되어야 하며, 주유소간 과도한 경쟁은 지양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주유소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다각화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내야 하는 등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현재의 주유소 상황을 적시해 시장개입을 통한 경쟁일변도의 정부정책은 배제하고, 한계상황에 도달한 주유소에 대해서는 정리하되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닌 연착륙식 구조조정이 되도록 정부의 적극적이며 다양한 정책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