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정유업계 경영실적 분석 및 '14년 실적 전망

조상범 부장(석유협회 정책협력팀)

2013년 국내 정유사 경영실적 분석

정유사 경영실적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는 2012년에 이어 또다시 극히 저조한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12) 대비 8% 감소한 143651억원 이었으며, 영업이익은 6% 하락한 16,301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 또한 67% 감소한 6,872억원을 기록하여,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하락하는 불황형 실적을 나타냈다.

기업의 영업활동 성과를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1%로 전년과 동일하였으나, 분기별 실적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악화되어 급기야 4분기의 영업이익은 3,374억원의 적자에 영업이익률 -0.9%를 기록하였다. 1분기의 영업이익이 13천억원에 달하였고 2~3분기도 3천억원에 이르는 이익이 발생하였으나 불과 1분기만에 경영환경이 급변하였다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의 저조한 경영실적은 정유부문 실적이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으로 수익성이 좋았던 비정유부문 실적이 악화된 영향이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정유사의 사업구조는 석유를 정제하여 판매하는 주력분야인 정유부문과 석유화학, 윤활유 등의 비정유부문으로 나뉘는데, 통상 매출액 등은 정유부문이 9:1의 비중으로 높지만 영업이익은  비정유부문의 수익률이 오히려 높은 상황이 이어져 왔으며, 2012년에는 사상최악의 정유부문 적자를 기록하면서 정유부문이 오히려 적자를 기록했고 비정유 부문에서 이를 보전하였었다.

지난 2013년에도 정유부문에서 1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는 하였으B098`, 전년의 4,193억원 적자에 비해서는 그 폭을 크게 좁혔다. 하지만 전년과는 달리 비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은 24%나 감소한 16,460억원을 기록해 법인 전체의 이익은 오히려 더욱 감소한 결과로 나타났다.

우선 정유부문 매출액은 129 1,87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8.1%가 감소하였는데 감소의 주요 요인은 국제유가와 환율하락에 따른 제품 판매단가의 하락과 정유공장 정기보수로 가동율이 낮아지면서 제품판매량도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유도입가격은 전년동기대비 4% 하락하였고 같은 기간 환율도 1% 하락하여 국제유가와 환율의 영향을 받는 국내 석유제품 판매가격은 6% 하락하였다. 더욱이 가동율도 4% 하락하여 정유사의 석유제품 판매량도 3% 감소하였다.

정유부문 영업이익의 악화는 첫째, 원유와 석유제품간 스프레드 축소와 이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의 영향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년동기 대비 원유가격은 배럴당 3.8$ 하락했으나, 경질 국제석유제품 가격은 4.3$ 하락하여 스프레드가 축소되었다.

IEA(국제에너지기구)에서 발표하는 싱가폴 두바이유 정제마진도 단순정제마진과 복합정제마진 모두 전년동기대비 각각 배럴당 1.6$, 0.7$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수출채산성 소폭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동율 저하에 따른 수출물량 감소로 수출수익성이 악화되었다.

2013년 수출채산성은 전년에 비해 약 1%가 개선되었으나 가동율이 약 4% 저하되면서 수출물량 또한 4% 감소로 이어졌다. 2012년 석유제품 수출은 선박, 자동차, 반도체 등을 제치고 주요 수출품목중 1위를 차지하는 등 6분기 연속 1위를 기록하였으나 지난해에는 반도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비정유부문 수익성 악화

한편 2013년 비정유부문 매출액은 138,781억원으로 전년대비 4.9% 감소하였고, 영업이익은 16,460억원을 기록하여 23.9% 감소하는 법인 전체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쳤다.

비정유부문중 석유화학 분야의 영업이익 감소는 원료인 나프타와 석유화학제품간의 스프레드 축소와 판매물량 감소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에는 고유가에 따른 BTX 석유화학제품의 판매가격 상승으로 매출액도 증가하였고 대부분의 석유화학제품의 스프레드가 높게 형성되었으나, 지난 2013년에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벤젠을 제외한 BTX 제품의 가격이 하락하였고 특히 고수익 부가가치 제품인 파라자일렌은 하반기에 가격과 스프레드가 급락하였다. 더욱이 일부 회사의 공장 정기보수에 따른 판매량 감소로 석유화학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7% 감소한 13 ,024억원을 기록하였다.

비정유부문중 윤활유 부문의 수익성 악화는 석유화학보다 더욱 심각했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윤활유 부문도 원료인 벙커C유가 배럴당 7.4달러 하락하였지만 제품인 윤활기유의 가격하락은 18.7달러 하락하여 스프레드가 크게 축소되었다. 여기에 가동율 하락에 따라 판매물량도 9% 감소하면서 매출액은 전년대비 18% 감소한 3 3,044억원을 기록하였고 영업이익은 42%나 감소한 3,436억원에 그쳤다.

이상에서 살펴본 2013년 정유사 경영실적은 143조원에 이르는 높은 매출액 규모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 1.1%, 순이익률 0.5%의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해 국내 12월 결산법인 전체 상장사 평균 영업이익률 5.5%에 크게 못미쳤다.

정유사 경영실적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메이저와의 비교시에도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석유메이저사인 엑슨모빌, BP, 로얄더치쉘, 쉐브론, 토탈 등은 평균 5.9%의 순수익률을 보여 국내 정유사의 12배에 달했다.

이는 해외메이저가 상류부문의 비중이 하류부문보다 높은 반면, 국내 정유사는 상류부문 보다 하류부문에 치우쳐져 있어서, 유가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과 메이저 상류부문의 수익성은 하류부문에 비해 덜 악화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14년 전망 및 결어

2013년 정유업계는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정유부문 적자를 기록해 정유업에 대한 미래 전망을 어두워 지고 있는 가운데, 비정유부문 또한 수익성이 악화되었다. 정유업계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국제 정제마진 회복이 절실한 시점이나, 향후 국제유가는 미 연준의 초저금리 유지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 지속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의 저조한 경기지표 등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 등 국제유가 예측 전문기관에서 예상한 두바이유의 향후 유가추이는 2014 1분기에 비해 2015 1분기는 점차적으로 6% 하향 안정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통상 유가하락기에 정제마진은 감소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국내 정유사가 받는 영향과 충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의 비정유부문의 수익성 악화는 예전 정유부문의 적자를 비정유부문에서 보전하던 추세도 변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석유화학의 고수익 제품인 파라자일렌(PX) 가격 급락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더욱이 하반기에는 SK인천석유화학, 삼성토탈 등에서 연간 330만톤 규모의 파라자일렌 제조시설 준공이 예정되어 국내 파라자일렌 공급량은 전년대비 51%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대수요처인 중국의 경기위축에 따른 수요부진과 국내 공급과잉에 따라 석유화학부분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한편 최근 집계된 2014 1분기 경영실적은 매출액 34 1,191억원, 영업이익 2,68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8%가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무려 79%나 감소하였다. 통상 정유업계는 1분기의 수익이 가장 높고 하반기로 갈수록 수익이 낮아지는 '초고말저'의 추세를 나타내는 점을 고려한다면 2014년의 정유업계 경영실적은 2012, 2013년에 이어 3년 연속 저조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되는 대목이다.

2011년 이후 고유가로 인한 물가상승 대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정부의 석유유통시장 경쟁촉진 정책에 따라 국내 석유시장에서 사업자간 경쟁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석유제품의 안정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기간산업인 정유사의 지속적인 실적악화는 정유업계를 둘러싼 대내외 경영환경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는 동시에 경쟁촉진 정책 기조의 변화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