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의한 회색 공포의 정체
이덕환 교수(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인류 역사와 함께 해온 먼지의 역사
중국발 스모그 탓에 미세먼지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증폭된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중국의 스모그가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 발전 때문에 더욱 심각해진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대기 중의 미세먼지 오염이 모두 과학기술을 이용한 산업화 때문에 시작된 것이라는 인식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실제로 지구촌을 뒤덮고 있는 미세먼지의 상당한 부분은 건조지역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초미세먼지(PM2.5)의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은 산업화가 진행된 유럽이나 미국이 아니라 중국, 인도 북부, 중동, 아프리카 북부 지역이라는 사실이 가장 확실한 근거다. 인류는 미세먼지와 함께 살아왔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다.
먼지에 의한 대기 오염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중국 서부의 건조 지대에서 발생한 ‘황사’(黃砂)다. 건조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강한 돌풍이 황사의 주범이다. 건조한 기후 탓에 식물이 자라지 못해 그대로 노출된 지표면의 흙먼지가 강한 돌풍에 휩쓸려 대기 중으로 확산되는 것이 바로 황사라는 모래 폭풍이다. 모래 폭풍에는 모래알처럼 굵은 알갱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풍화 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작은 미세먼지의 양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 도달하는 황사의 대부분이 지표면에서 5~8킬로미터 높이까지 솟아오른 후에 강한 편서풍을 따로 우리나라까지 날아온 것이다. 우리나라에 도달하는 황사에도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엄청난 양의 미세먼지가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다.
황사와 같은 모래 폭풍이 중국의 서부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기후 변화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전 세계의 모든 건조 지역에서는 예외 없이 발생하는 자연 현상이다. 공기 중의 습도가 낮아서 생기는 일이다. 사하라의 모래 바람은 북유럽에까지 피해를 준다. 사하라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바람은 황사와 달리 적도 지역의 편동풍을 타고 동쪽으로 이동한다. 미스트랄, 캄심, 하부브, 시로코, 시문 등이 모두 사하라에서 발생한 먼지바람을 일컫는 말이다. 미국의 건조 지역에서도 거대한 더스트볼이 만들어진다.
먼지가 건조 지대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장작이나 낙엽이 타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양의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시골집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하얀 ‘연기’(煙氣)가 평화롭고 한가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우리의 건강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미세먼지다. 시골 초가집의 바닥이나 벽면에 사용하는 진흙에서도 적지 않은 양의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그래서 전통적인 건축 자재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황토에 집착하는 것은 결코 과학적으로 합리적인 자세라고 하기 어렵다. 농경지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도 무시할 수 없다.
산업화로 악화되는 미세먼지 오염
그렇다고 모든 미세먼지가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장의 굴뚝이나 자동차의 배기가스에 포함된 미세먼지도 무시할 수 없다. 자동차의 경우처럼 과학기술을 이용한 산업화 자체가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산업화에 의한 인구의 증가와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진 것도 미세먼지에 의한 대기오염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산업화와 경제 발전으로 인구의 도시화에 의해 발생하는 중국발 스모그의 경우가 그렇다.
특히 취사와 난방에 사용하는 저질 연료가 문제가 된다. 특히 중국의 경우처럼 품질이 낮은 저질 무연탄이나 분말이나 어설프게 뭉친 조개탄 형태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정말 심각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숯이나 연탄을 사용하는 직화구이 음식점이나 숯가마 사우나가 미세먼지 배출의 중요한 오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 시내 직화구이 음식점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자동차 배기가스와 같은 수준인 21%나 된다고 한다. 앞으로 전력난 해소를 위해 분산형 발전이 확대되면 연료에 의한 미세먼지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자동차 배기가스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유 자동차가 미세먼지 발생의 67%를 차지한다는 환경부의 2001년 자료는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다. 경유의 품질도 우리보다 나쁘고,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도 우리보다 훨씬 느슨한 중국의 경우에도 자동차 배기가스에 의한 미세먼지 배출은 심각한 스모그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이미 자동차에서 직접 배출되는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실제로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는 경유(디젤)의 황 함유율을 세계 최저 수준인 10ppm으로 규제하고 있고,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엄격하다. 대형 경유 자동차의 미세먼지 배출을 50%나 강화한 유로-6 기준이 적용되는 올해부터는 더 이상 자동차 배기가스를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비난하기 어려워진다.
경유 자동차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치명적인 폭발 위험과 이산화탄소보다 더 심각한 온실가스인 메탄의 배출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가스(CNG와 LPG) 자동차 보급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정책은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다. 심각한 전력난을 무시하고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도 못한 전기 자동차 보급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대안이 될 수도 없다.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까지 포함하면 가스나 전기 자동차가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는지조차 불확실하다. 오히려 자동차 운행에 의해 도로에서 비산(飛散)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