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에너지기본계획의 의의와 정유업계의 제안



임찬수(GS칼텍스 에너지업무팀 차장)



민관협의를 통해 수립된 에너지기본계획에 거는 기대


에너지기본계획은 우리나라의 최상위 에너지관련 기본계획으로 에너지법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근거로 하여 20년을 계획기간으로 매 5년마다 수립된다. 지난 2008년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이 원전 확대와 탈석유화, 수요관리를 목표하여 왔으나, 가격 및 세제의 기능을 경시한 나머지 값싼 전기요금과 비싼 석유제품(1차에너지) 현상의 고착화로 블랙아웃 이라는 초유의 에너지 수급위기를 초래하였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밀양송전탑 갈등이라는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국민수용성에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정부는 2013 5월 민간, 정부, 학계, NGO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통한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준비해 왔고, 지난 10월 워킹그룹의 정책권고() 발표와 12월 공청회 끝에 2014 1 14일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금번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초기 정책수립 과정부터 민관협의를 통해 계획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또한 공급중심의 에너지정책에서 수요관리 우선의 에너지정책으로 전환했다는 점도 바람직하다고 하겠으나, 무엇보다도 유연탄 과세, 등유 과세완화, 전기요금 정상화 등 전기수요 억제를 위해 1,2차 에너지가격의 개선에 중점을 두었다는 건 역대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다루지 못한 큰 성과라 할 수 있겠다. 발전측면에서는 분산형 전원 활성화 정책을 통해 장기적으로 과도한 수도권의 전력집중을 분산하는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며, 석유산업측면에서도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의 탈석유화라는 정책목표를 제2차 계획에는 의제화하지 않아, 향후 석유의 합리적 사용 및 역할 재정립 등의 기대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금번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아니 더 나아가 우리나라 에너지정책 전반의 사항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에너지정책의 문제점을 에너지믹스, 에너지세제의 관점으로 살펴보고 제안사항을 말하고자 한다.


에너지믹스 : 석유수요와 전기화 문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제1차 에너지기본계획의탈석유화기조는 급격한 전기화 등 여러 부작용을 야기하였고, 석유가격 대비 훨씬 싼 전기요금 문제에 따라 전기소비가 급증하였고(최근 2~3년 동안 동계기간 전력피크 발생) 에너지수급의 위기가 발생하였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전기비중 증가와 석유비중 감소가 가장 빠르며, 이로 인해, 정전사태 등 911 블랙아웃과 같은 에너지 수급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탈석유-전력화 현상은 계속되어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도 여전히 석유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믹스 : 신재생에너지와 원전의 한계


신재생에너지는 입지여건, 기술력, 예산 등을 고려할 시 비중을 확대하기에 한계가 있으며, 원전은 심각한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성이 낮아(일부 대단위 풍력발전 제외), 정부지원이 없으면 보급 확대가 어려우며, 원전은 후쿠시마 사고에서 나타나듯이 원전사고 피해복구비용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며, 원전입지/발전/송전/사용후핵처리/폐로 등 일련의 과정에 국민수용성이 문제가 크게 고려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에너지믹스 : 석유의 활용도 제고


최근 셰일가스, 타이트오일 등 비전통 화석연료의 공급량이 확대되고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석유탐사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석유 등 화석연료의 가채년수는 지속 증가하고 있어, 향후 10~20년간 석유 등 화석연료는 수급안정성과 경제성을 갖춘 현실적인 에너지 대안이 될 것이 확실하다. 또한 석유제품은 자원한계를 극복하고 2012년 국내 수출품목 1위를 기록하는 등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수출품목이자, 창조경제의 좋은 롤모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나아가기 위한 “Bridge Energy”인 석유의 활용도를 제고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중단기적으로 전체 에너지소비에서 차지하는 석유의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국가경제발전 및 안정적인 에너지수급을 달성하는 길이다. 그러나 금번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는 그러한 논의가 더 이상 확장되어 담겨지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다.



에너지세제 개편


현행 우리나라의 에너지세제 체계는 에너지원별로 세금을 차등하여 부과하고 있다. 특히 수송용석유제품에 과세가 편중되어 국민들의 에너지소비를 왜곡하고 있고, 국가 에너지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 금번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이러한 에너지세제를 조정하고자 유연탄 과세, 등유 과세완화를 발표하였지만, 수송용 석유제품에 대한 에너지세제 편중현상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세제는 중장기적으로 동일한 용도의 에너지원에 대해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 소비자들이 경제성, 편의성 등에 따라 합리적으로 에너지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일용도 동일세금 부과방식은 에너지효율이 높은 에너지로 수요가 전환되어 국가 에너지비용을 감소시켜, 전기 등에 집중된 수요를 전환하여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큰틀을 제공한다. 또한 수송용 석유제품 간 세금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특정 석유제품으로의 수요 편중과 에너지효율이 떨어지는 수송용 석유제품에 대한 비정상적인 수요증가 문제도 해소하여 국가차원의 에너지절약과 온실가스 배출저감도 가능하게 한다. 또한 가짜석유, 불법면세유와 같이 석유제품의 불법유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동일용도 동일세금 방식에 대해 에너지원별로 배출가스 환경비용이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유해가스 배출량에 대한 직접 규제 관리방식으로 전환하여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송용 에너지는 차량별 배출 가스량을 규제하고, 산업체 난방용 에너지는 각 사업장의 배출가스 총량의 상한을 설정하는 등의 방식을 적용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에너지 수입국 입장에서는 에너지 수급안정(Security)과 에너지비용 최소화(Economic Energy Mix)가 에너지 정책의 Mission이다. 그러나 국제에너지 환경은 예측이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위의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금번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이 그러한 목표를 한단계씩 해결해 나가는 첫걸음이기는 하나 여전히 아쉬운 점은 많은 상황이다.

“Bridge Energy”인 석유 활용도의 제고, 중장기적 동일용도 동일세금으로의 에너지세제 개편은 합리적인 에너지 가격과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조정됨으로써,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믹스를 달성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