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성화는 석유산업과 함께 간다.
박희천(인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산업연관분석을 통해 본 석유산업의 역할 및 영향
석유산업은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기간산업이다. 일각에서는 석유산업이 내수산업으로서 큰 매출액에 비하여 고용효과나 부가가치효과가 낮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의 석유산업은 제품생산의 50% 이상을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내수산업뿐만 아니라 수출산업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석유산업이 독과점 산업으로서 효율성이 낮기 때문에 경제성장 기여도가 낮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석유산업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타당한지를 경제적 효과분석을 통하여 밝힐 필요가 있다. 경제적 효과가 상대적일 수 있기 때문에 본 연구는 타 기간산업과의 비교를 통하여 석유산업의 역할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석유산업은 철강, 석유화학 및 반도체산업과 달리 모든 소비자들이 최종 소비제품으로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상승에 민감하며, 일방적인 평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산업연관표를 통해 알아보는 석유산업의 효과성 분석
산업연관표는 비교적 상세하게 분류된 업종 간의 연관관계를 잘 묘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연관표를 이용하면 각 업종의 수급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산업연관표보다 상세하게 한 국가 전체의 업종별 수급현황을 나타내고 있는 통계자료는 없다. 산업연관표를 이용하면 업종별 특정 제품(예: 석유)의 투입비중, 부가가치 생산, 외생부문인 소비나 수출에 따른 생산유발효과, 직접뿐만 아니라 간접소비(Park and Heo, 2007) 등의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특정 업종(예: 석유 업종)을 외생화 하면 [표 1]에서와 같이 업종별 생산유발효과, 취업유발효과, 부가가치유발효과, 물가파급효과, 공급지장효과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정식 (5)는 석유공급에 지장이 생기면 각 업종에 발생하는 생산차질비용, 즉 공급지장비용(supply failure cost)을 추정할 수 있게 한다. 이 추정은 공급유도형 모형(supply driven model)을 통해 할 수 있는 바, 이 모형은 투입량에 따라 총생산이 변화한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급유도형 모형을 이용하면, 투입량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 총생산에도 지장(failure)이 생기는 것을 분석할 수 있다(Wu and Chen, 1990; Hoover, 1975; Giarratani, 1976).
후방연쇄효과(backward linkage effect)란 어떤 산업부문이 생산물에 대한 최종수요가 한 단위 발생할 때 전산업부문에 미치는 영향으로서 영향력계수로 표현한다. 영향력계수는 당해 산업의 생산유발계수의 열합계를 전산업 평균으로 나누어 구한 수치이다. 전방연쇄효과(forward linkage effect)란 모든 산업부문의 생산물에 대한 최종수요가 각각 한 단위씩 발생할 때 어떤 산업이 받는 영향으로서 감응도계수로 표현한다. 감응도계수는 그 산업의 생산유발계수의 행합계를 전산업의 평균으로 나누어 구한 수치이다 (한국은행, 2011).
석유산업의 역할
석유산업의 역할을 파악하기 위해 석탄, 천연가스, 전력, 증기 및 온수 등 다른 에너지 업종, 석유화학, 철강과 반도체 등 다른 기간산업과 비교하면 [표 2]와 같다.
3.1 부가가치 비중
석유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2011년 각각 16.1%로 18.6%인 천연가스, 18.3%인 증기 및 온수업과 17%인 철강산업과 비슷하지만 전력과 반도체산업에 비하여서는 낮게 나타나고 있었다. 산업별 부가가치의 규모는 2011년에 석유(26.9조원), 반도체(19.3조원), 철강(15.9조원), 전력(13.8조원), 천연가스(6.1조원) 등의 순이었다.
3.2 영업잉여 비중
석유산업의 영업잉여 비중은 2011년에 1.9%로 비교대상 업종 중 제일 낮았다. 천연가스산업의 영업잉여 비중은 7.9%로 비교적 높았다. 반도체산업의 영업잉여 비중은 무려 16.5%로 상당히 높았다. 2011년 영업잉여 규모는 반도체(10.3조원), 철강(8.5조원), 석유(3.2조원), 천연가스(2.6조원) 등 순이었다.
3.3 생산세금 비중
한편 석유산업의 생산세금 비중은 2011년에 12.1%로 다른 어느 산업보다 높았다. 천연가스산업의 생산세금 비중은 2.6%로 전력의 3.6% 보다는 낮고 증기 및 온수업종(2.6%)과 같았다. 다른 기간산업의 경우 생산세금의 비중이 미미하였다. 2011년 산업별 생산세금 규모는 석유(20.3조원), 전력(1.7조원), 천연가스와 증기 및 온수(각각 0.9조원) 순으로 에너지산업이 생산세금을 주로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석유산업이 부담한 20.3조원은 산업 전체가 부담한 118.0조원의 17.04%에 해당된다.
3.4 후방연쇄효과
후방연쇄효과의 경우, 2011년 석유산업의 영향력계수는 각각 1.4325로서 천연가스, 전력, 증기 및 온수와 철강과 비슷하였고, 석탄(2.1986)보다 낮았으나 반도체(0.9399)보다는 높았다.
3.5 전방연쇄효과
석유산업의 감응도계수는 2011년 22.926으로서 전방연쇄효과가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석탄산업과 천연가스산업의 감응도계수가 각각 8.256과 8.113로서 전방연쇄효과가 비교적 높았다. 한편 증기 및 온수업과 반도체산업의 전방연쇄효과는 각각 0.48과 1.092로 가장 낮았다. 석유산업의 전방연쇄효과가 큰 원인은 많은 업종에서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석유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
석유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생산유발효과, 부가가치유발효과, 취업유발효과, 물가파급효과, 공급지장효과를 효과별로 분석하면 [표 3]과 같다.
4.1 생산유발효과
석유산업에 2011년에 1원이 투자되었을 때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표 3]에서와 같이 0.3282원 이었다. 이 생산유발효과는 석탄산업(0.4455원)을 제외하고 모든 대상 산업에 비하여 낮게 나타났다. 석유산업에서 1원이 투자되거나 최종수요가 발생하면, 가스(0.0419원), 석유화학기초제품(0.033원), 석탄(0.0231원), 도소매(0.134원), 전력(0.129원) 등 업종에서 0.3282원의 생산이 유발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4.2 부가가치유발효과
해당 업종을 제외시킨 부가가치계수의 대각행렬에 생산유발계수를 곱하여 구한 부가가치유발효과는 [표 3]에 나타나고 있는 바와 같이 생산유발효과와 비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1년에 석유산업의 부가가치유발효과는 다른 업종에 비하여 낮게 나타나고 있다. 전력과 증기 및 온수업종을 포함한 다른 산업의 생산이 늘면 석유 및 가스의 생산 및 부가가치가 유발되지만, 석유생산이 늘면 다른 업종의 생산이나 부가가치가 많이 늘지 않는다.
4.3 취업유발효과
취업유발효과의 경우도 한국은행의 취업계수 대각행렬에 생산유발계수를 곱하여 구하였기 때문에 석유산업의 취업유발효과는 2011년에 투자 10억원당 1.72명으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기간산업인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에서는 투자 10억원당 6.1∼9.3명으로 비교적 높은 취업유발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4.4 물가파급효과
석유산업의 물가가 2011년에 10% 상승할 때, 각 산업의 투입총액 비중을 가중 평균하여 추정한 한국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0.97%로 조사되었다. 이 물가파급효과는 석탄(0.81%)을 제외하고는 제일 크게 나타났다. 1차 에너지 형태의 석유가격이 10% 상승하면 석유화학(0.175%), 도로운송(0.049%), 도소매(0.047%), 전력(0.035%), 항공운송(0.031%), 수상운송(0.031%) 업종 등 순으로 비용이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천연가스의 가격이 10% 상승하면 석유화학기초제품(0.227%), 전력(0.168%), 증기 및 온수(0.114%), 반도체(0.032%) 등 순으로 비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전력, 반도체와 철강산업에서 가격이 10% 상승할 때 한국 경제에 미치는 물가파급효과는 각각 0.39%, 0.33%와 0.15%로 비교적 미미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증기 및 온수업의 가격이 10% 상승하며 전체 산업의 물가는 0.0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물가파급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4.5 공급지장효과
특히 석유산업이 2011년에 1원의 공급지장을 받으면 전체 산업에 무려 20.3원의 공급지장효과가 발생하였다. 다음으로 공급지장효과가 큰 업종은 철강(8.2원), 전력(6.9원), 가스(5원) 등이었다. 석유산업에 1원의 공급지장은 석유화학기초제품(0.81원), 합성수지(0.56원), 합성고무(0.53원), 기타유기화학기초제품(0.47원), 화학섬유(0.45원), 택배(0.42원), 항공운송(0.42원), 수상운송(0.40원)에 상당한 공급지장비용을 유발한다. 한편 천연가스산업에서 1원의 공급지장은 전체 산업에 5원의 공급지장효과를 의미하는데, 이중 증기 및 온수공급업과 전력에 각각 0.80원과 0.28원의 공급지장효과가 발생한다. 증기 및 온수공급업과 석유화학에서 1원의 공급지장은 2011년에 전체 산업에 0.74원과 0.52원의 공급지장을 초래하였을 정도로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였다.
정책시사점
석유산업은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기간산업이다. 이 산업의 제품은 전력, 석유화학기초제품 등 다른 기간산업의 필수 투입재로서 경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석유는 석유화학, 항공운수, 택배, 도로운송, 수상운송, 기타 비금속광물, 수산어업, 비철금속광석, 비식용작물, 건설용 골재, 점토제품 등의 투입총액의 10% 이상이 소요되는 중요한 투입요소로서 전방연쇄효과가 대단히 큰 산업이다. 석유산업은 금액측면에서 수입한 원유의 56%를 석유제품으로 수출함으로써 경상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석유산업은 2011년에 부가가치를 포함한 투입총액의 12.1% 해당하는 20.3조원의 생산세금을 부담함으로써 국가 재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독과점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석유산업의 영업잉여 비중은 2011년 겨우 1.88%로서 반도체(16.49%), 철강(9.14%), 천연가스(7.87%)와 증기 및 온수(7.64%)는 물론 석탄(3.33%), 전력(3.21%)과 석유화학(2.76%)보다도 낮았다. 석유산업이 독과점 이윤을 창출할 수 없었던 원인은 국내 수요가 공급의 절반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효 경쟁이 작동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석유산업은 다른 산업에 필수 투입재로 공급이 되며,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후방연쇄효과는 작은 반면 전방연쇄효과는 큰 기간산업이다. [표 3]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과 같이 석유는 천연가스와 마찬가지로 후방연쇄효과는 작은 반면 전방연쇄효과가 큼에 따라 이들 기간산업의 생산유발효과, 부가가치유발효과와 취업유발효과는 작은 반면 물가파급효과와 공급지장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부가가치유발효과나 취업유발효과가 낮다고 하여 석유산업의 경제적 역할을 평가절하 하는 것은 이들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거의 모든 산업의 필수 투입재인 석유산업에서 1원의 공급지장이 발생하면 전체 산업에 2011년 무려 20.3원의 공급지장이 발생하였다. 산업의 쌀인 석유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마비된다는 의미이다. 원활한 경제성장은 효율적인 석유산업만이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석유산업에 대한 과도한 통제와 규제를 지양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