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쿠웨이트 기술협력세미나’와, ‘2013 쿠웨이트 석유·가스 컨퍼런스 KOGS 2013’ 을 가다
대한석유협회
국제협력·연구조사팀
조장은 대리
2013년 한-산유국 국제협력사업의 기술협력세미나가 쿠웨이트에서 개최되었다.
한-산유국 국제협력사업은 원유를 전적으로 해외에서 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급안정을 유지하고 더불어 산유국과의 네트워크를 구축·강화, 우호관계를 증대하여 에너지 관련 다방면에서 상호협력을 도모하는, 200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장기 민·관 협력프로그램이다. 사업 프로그램 중 해외기술협력세미나는 산유국에서 해당국가의 국영석유회사 혹은 정부기관과 공동으로 기술협력세미나를 개최하여 양국 기술 전문가들의 교류 및 협력의 기회를 마련하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기업과 기술을 홍보하여 향후 사업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이다.
개최지인 쿠웨이트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전세계 원유의 10%가 매장되어 있는(국토 면적은 우리나라의 경상북도 정도인데 원유매장량 세계4위, 생산량 세계 6위, 1인당 GDP 약 53,000불의, 중동 석유 부국 중 하나이다. Kuwait 국명의 어원은 18세기 초, 오늘날의 사우디, 이라크, 이란 등으로부터 Amaiza족 등이 이주하여 황무지를 개척하고 Koutu라는 명칭의 정착요새를 구축하여 현 쿠웨이트 민족의 주류를 형성(1756년 초대 Sabah왕 즉위)하게 된 것에 기원한다.
우리나라는 쿠웨이트에서 한 해 전체 수입량의 약 14.5% 를 도입, 사우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원유를 수입하고 있으며(2012년 기준), 쿠웨이트도 우리나라에 2번째로 많이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또한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의 중심 국가로서 우리의 경제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었으며 현재에도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정유시설, 도로 및 항만, 발전소 등 쿠웨이트의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 규모는 최근 4~5년간 매년 평균20억불 내외라고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쿠웨이트 국영석유사인 Kuwait Petroleum Corporation (KPC)가 있다.
이번 기술협력세미나를 함께 개최하게 된 KPC는 정부 지분 100%의 국영기업으로 석유부의 지휘 감독하에 쿠웨이트의 석유관련 모든 사업을 10개의 자회사가 맡아 수행하고 있다. 그 역할과 위상답게 석유부와 동일 건물 사용하고 있으며 석유부 장관이 KPC 회장을 역임한다.
많은 양의 원유를 도입하는 만큼 KPC와 국내 정유 기업들과는 매우 긴밀한 관계이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쿠웨이트 내 비중 있는 다수의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바, KPC와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그 동안 한-산유국 국제협력사업의 초청사업이나 연수프로그램을 통해서도 꾸준한 교류가 지속되어 왔다. KPC측에서는 특히 직원들의 교육, 연수, 기술개발 등 인적자원 관리를 통한 역량강화와 자체 기술보유 등을 회사발전의 가장 중점적인 과제로 삼고 있어 프로젝트를 계약할 경우에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방식의 제안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본 기술협력세미나 프로그램을 소개하자 KPC내 여러 분야의 담당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세미나 개최에 기대감을 보였다.
이번 한-쿠웨이트 기술협력세미나에 우리나라에서는 한-산유국 국제협력사업’에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E1, SK가스 등 8개사에서 각 주제별 전문가를 선정하여 참가하였다. 또한 주쿠웨이트 한국대사관에서도 행사기획 초반부터 현지일정 진행까지 세심하게 챙겨주시고 모든 일정에 함께 참여하여 커뮤니케이션만으로는 쉽지 않은 중동에서의 업무진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다.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리고 싶다.
하루 가량을 꼬박 날아가 도착한 쿠웨이트 공항은 입국부터 만만치 않았다. 입국심사 절차는 느리고, 복잡하고, 아닌 듯 하면서도 까다로웠다. 인지를 발급하는 구형 자판기와 씨름을 하고 여러 담당자와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입국승인 도장을 쾅! 찍어주었다. 쿠웨이트는 중동 국가들 중에서도 상당히 개방되고 미국과의 교류가 많아 서구문화가 생활 속에 많이 배어 있다 지만 이슬람 국가로써의 자부심을 지키고 있었다. 외국인일지라도 입국 시 주(酒)류 소지나 반입은 절대금기 사항이다. 주류 소지로 걸려 벌금과 열흘 가량의 구류를 처분 받은 최근 실례를 대사관에서 마중 나오신 국토관께서 설명하며 당부하신 덕분에 면세점에서 주류를 구매하셨던 참가자 몇 분은 안타깝지만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쿠웨이트 땅을 밟을 수 있었다.
2013년 10월 7일 아침. 전날의 장거리 비행의 피로를 뒤로한 채 일찍부터 서둘러 도착한 KPC본사 Burgan 회의실(Burgan은 쿠웨이트에서 처음으로 석유를 생산한 매장량 세계2위 규모 유전의 이름이다)에는 새하얗고 구김 하나 없이 꼿꼿한 ‘칸두라(남성들이 착용하는 일종의 원피스)’에 ‘가트라(머리에 덮는 두건형태의 스카프)’와 ‘아갈(가트라를 지지하는 검은색 링)’을 쓴 아랍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중동 국가에서는 한낮의 뜨거운 기온 때문에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편이며, 오후 2시~3시 사이에 업무를 마치는 상당히 압축적인 근무시간을 실시하고 있다.
KPC 부회장님의 환영사와 주쿠웨이트한국대사님의 축하메세지, 우리 참가자 대표단장님의 개회사로 시작한 ‘한-쿠웨이트 기술협력세미나’는 쿠웨이트 측의 중장기 사업방향과 계획을 담은 ‘KPC 2030 Strategy’ 발표와 우리나라 에너지기업들의 ‘제품 수출 마케팅’, ‘고도화 공정기술’, ‘유지보수 관련 기술’, ‘원유비축 및 가스저장 기술과 시설’에 대한 주제로 이루어졌다.
이날 KPC 측에서는 KPIC의 사장을 비롯, KPC의 마케팅, 투자, 기획, 홍보부서와 KNPC 및 KUFPEC의 임원들이 다수 참여하였다. 또한 ‘NRP프로젝트(쿠웨이트 최대 정유프로젝트)’의 매니저들도 참석하여 우리 발표자들의 프레젠테이션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심 있게 들었으며 현재 및 향후 사업가능성과 연계한 다양한 질문들을 하였고 그들만의 토론을 하기도 하였다.
연이어 계속되는 주제 발표들을 중동스타일에 따라 늦은 오후가 되기 전에 부지런히 모두 마치고 기념촬영과 오찬으로 세미나를 마무리 하였다. 쿠웨이트 측에서는 업계의 핵심 인사들이 참석하여 좋은 정보를 나눌 수 있는 내실 있는 시간이었다는 의견이, 우리측 참가자들에게는 KPC와 계열사의 임원들과 직접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교류의 장이 되었다는 의견이 있었다. 발표와 더불어 자사 홍보를 좀 더 강조할 걸 그랬다며 아쉬워하시는 발표자분도 계셨다.
한편, 이번 기술협력세미나 개최지가 쿠웨이트로 결정된 배경에는 ‘쿠웨이트 석유&가스 컨퍼런스 2013(Kuwait Oil & Gas Show)’의 개최도 한 몫 하였다. 쿠웨이트 석유·가스 컨퍼런스는 쿠웨이트 석유부와 KPC등 쿠웨이트 주요 석유부문 기업들이 주관하는 컨퍼런스와 박람회로, 향후 규모를 확장하여 계속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라 한다. 올해는 특별히 쿠웨이트 석유부 장관의 한국측에 관심과 참여 요청이 있기도 하였다. 기술협력세미나를 마친 참석자들에게는 중동의 석유산업 현황과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행사로 한국 대표단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세미나를 마치고 참석한 개막식에는 쿠웨이트 총리와 석유부 장관을 비롯, OPEC 사무총장과 사우디아람코, 토탈, BP 등의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해 행사에 무게감을 실어 주었다. 중동의 행사답게 개막식의 시작은 경건하게 코란을 외우며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기도로 시작하였다. 풍부한 성량으로 낭랑하게 기도문을 읊는 소리는 아랍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 참가자들도 심적으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그는 쿠웨이트에서 가장 목청이 좋은 사람들 중의 한 명이 아닐까? Executive Plenary Session에서는 중동 석유·가스 업계에서 인적자원과 기술, 융합의 중요성에 대해 토론하였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셰일오일과 가스가 중동 석유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OPEC 사무총장을 비롯 중동의 고위 인사들은 그 영향력은 분명하겠지만 장기적으로 큰 여파를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며 걸프만을 중심으로 하는 중동 산유국들의 협력을 강조하였다.
다음날 오후에는 전시 관람을 위해 서울의 코엑스와 같은 전시회장을 방문하였다. 널리 알려진 중동의 국영석유사들과 글로벌 메이저들의 전시관, 탐사와 시추 분야의 기업들이 다양한 기술을 소개하며 부스를 열고 있었다. 보다 많은 에너지를 찾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치열한 시장의 열기를 느끼고 쿠웨이트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최근 쿠웨이트는 석유의존적인 경제에서 탈피하고자 국가개발계획을 야심차게 수립·추진하고 있어 우리나라와도 양국간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차원의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쿠웨이트의 경제개발 프로젝트도 분명 더 많아질 것이고 그만큼 그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쿠웨이트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초고속 디지털의 시대에도 그들만의 기질과 특색을 석유와 함께 지키며 우리와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우리와 비교하면 너~무 오래 걸리는 듯한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 웬만한 질문에는 일단 ‘인샬라(아랍어로 ‘신이 원하신다면’ 이라는 뜻)’로 대답하기 일쑤라 많은 변수를 고려하고 최종적으로 그때 가봐야 아는 상대이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신의를 중시하며 이슬람 문화의 진수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매력적인 친구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