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석유산업의 환경과 대응방향

전용원 대한석유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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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대한석유협회 제20대 회장으로 취임한 전용원입니다. 굴지의 사업자단체인 석유협회를 이끌도록 추대해 주신 회원사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는 한편으로, 업계가 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시기라 더욱 막중한 책임을 느낍니다.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력 예비율은 벌써부터 위험수위를 오르내리고 있다고 합니다.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된 전력 부족 사태와 언제 닥칠지 모르는 블랙아웃의 우려 속에 정부에서도 고강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위기 극복이 쉽지는 않은 듯합니다.

지금의 전력 위기는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다른 에너지를 사용해야 했을 에너지수요들까지 모두 전기로 대체되는 급격한 전기화 현상 때문이라고 봅니다. 값 비싼 2차 에너지인 전기보다 전기를 생산하는 1차 에너지의 가격이 더 높은, ‘옷보다 옷감이 비싼’ 왜곡 현상이 전력 대란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인 것입니다. 현실적인 수요공급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과도한 탈()석유, 지나친 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의존 정책이 지금과 같은 급격한 전기화로 나타났다고 봅니다.

더불어 여러가지 에너지원 가운데서도 석유제품에 편중되어 부과되는 에너지 세금 구조와 그에 따른 가격의 왜곡은 석유산업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국내 석유소비는 1997 79천만배럴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정체되면서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차 에너지원의 소비 가운데 석유는 1992 61.8%를 차지할 정도로 높았습니다만 2011년에는 38.7%로 낮아졌고, 정부가 2008년 작성했던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석유 수요가 더욱 낮아지는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정유산업은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아 왔습니다.  정유산업이 매출의 60% 가까이를 수출로 벌어들이는 대표적인 수출산업으로 탈바꿈한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2009년 국가 수출품목 9위였던 석유제품은 2010 6, 2011 2위에 이어 지난해에는 562억달러를 기록하여 정유업계 수출 역사상 최고액과 국가 수출품목 1위를 동시에 달성하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266억달러를 수출하여 2위인 반도체(264억달러)를 제치고 작년에 이어 국가 수출품목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정유업계가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여 고부가가치 제품인 경질유 생산을 위해 고도화 설비 능력을 향상시켰고, 수출다각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려는 업계 종사자 모두의 땀과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결과인 것입니다.

그러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대외 수출 여건도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양적 완화 정책이 방향을 틀어 출구 전략이 본격화 됨에 따라 반짝 호조를 보였던 세계경제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큽니다. 세계 석유수요는 감소하고 있고, 중국-인도는 물론이고 산유국들의 정제시설 신증설 투자로 아시아 역내 공급이 늘어나면서 수출 전선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입니다. 또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리고 있습니다만,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대규모 셰일가스 붐이 가시화하면 정유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합니다.

존경하는 정유업계 임직원 여러분 !

이렇듯 우리 정유산업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여건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우리들은 새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는 '창조적'인 마인드로 합심해 하나하나 어려움을 뚫고 나가야할 것이며, 저도 힘 닿는데까지 노력하겠습니다.

 

우리가 국내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선제적인 고도화 시설 투자를 통해 수출 기업으로의 전환을 성공리에 추진해 온 것과 같은 창조적인 시장 개척은 곧 새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와도 맥이 닿습니다. 정유산업은 앞으로도 성장동력을 튼튼히 해 친환경 기술 개발 및 일자리 창출에 앞장을 설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여수와 울산을 거점으로 한 동북아 오일허브와 같은 사업에서 업계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울러 우리 업계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여전히 정유업계를 불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사실입니다. 취임 이후 정확한 사실들을 파악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청취해 본 결과 정유산업은 오해 받고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과점이면서도 경쟁적인 시장구조임에도 독과점이라고 오해를 받고 있고, 기름값의 절반이 세금임에도 고유가에 따른 불만을 곧바로 떠안는 문제 등 실제와 다르게 비난 받는 부분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국민들에게 다가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반의 인식이라는 것이 곧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어렵더라도 지속적으로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정유업계의 실제 모습을 꾸준히 알려나가면 결국에는 적합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발전적인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할 생각입니다.

  올해는 새 정부가 들어선 첫해입니다. 그에 따라 에너지정책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어 그에 따른 변화에 적절히 대응해야 합니다. 우선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이 올해 예정되어 있으며, 에너지 세제개편 논의도 가시화될 전망입니다. 석유 유통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비우호적이라고 볼 수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정책 목표에 대한 대응 방안도 모색해야 합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주요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낮은 고도화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도 지속되어야 하고 친환경 에너지 기술 등 전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일을 게을러서는 안될 것입니다.

어느 것 하나 해결하기 쉽지 않은 난제들이지만 회원사 및 석유협회 임직원 여러분이 힘을 모아 적절히 대응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묵묵히 정유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 업계 임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금년에는 우리 정유산업의 가치와 노력이 인정받아 국민들께 사랑 받는 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