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을 통해 만난 사람들

기획행정팀 박진주 대리

   그 어느 해보다도 추웠던 겨울도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한층 더 가벼워진 발걸음과 시작을 알리는 입학식 등 분주함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이러한 설레임은 비단 시작이라는 단어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나눔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도 그 설레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나눔과 봉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는 가운데, 협회와 회원사는 세상을 더 따뜻하게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들을 진행해왔다. ‘취약계층 난방유 지원사업, ‘에너지효율개선사업’, ‘사랑의 내복지원사업’, ‘재해구호 지원사업등 형형색색 조끼를 입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행복한 웃음과 희망이 가득했던 우리의 소중한 만남 이야기를 몇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목도리를 칭칭 감으며 매서운 바람과 추위에 맞서 걷고 있었던 겨울, 그 속에 만난 사람은 바로 서울의 달동네라고 하는 백사마을에 계신 독거어르신이었다.

백사마을은 아주 높았고 골목을 잘못 들어서면 마치 미로 같아서 제자리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는 곳이었다. 이 곳에서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은 가파른 언덕이 겨울에는 너무도 미끄러워서 외출한번 제대로 못하고 추운 겨울을 외로이 지내고 계셨다.

기름을 넣기에는 너무 높이 있어서 우리조차 놀랐던 어르신 가정에 기름통을 들고 들어서자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손을 꼭 부여잡으셨다. 그리고는 연신 감사하다며 따뜻해진 아랫목까지 양보하시려는 모습에서 거칠지만 포근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인 날, 우리는 또 봉사활동을 나섰다. 파주에 있는 한 가정의 겨울나기를 돕기 위해서였다. 부부와 두 아이는 곰팡이가 잔뜩한 곳에서 추운 겨울을 버티고 있었다. 우리는 떨어져가는 벽지를 떼어내고 단열재와 벽지를 바르며 갓난아이에게 만들어 줄 따뜻한 새 보금자리를 위해 늦은 밤까지 구슬땀을 흘렸다.

그리고 입학을 앞둔 첫째 아이와 손을 잡고 새학기 준비를 위해 학용품을 함께 구입하기도 하였는데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것을 손에 쥔 아이는 너무도 해맑았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바빴던 이들 부부에게 아이를 위한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 더없이 기쁘다며 눈물을 보이는 엄마. 첫째와 갓난아기 사이에 또 한명의 아이가 있었지만 경제상황 때문에 다른 곳으로 보내게 되었다는 사연을 듣고 우리는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희망을 품고 모두가 모이는 날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 가족의 모습은 그 어느 가정보다도 에너지가 넘쳤다.

우리가 찾은 다른 곳은 장애인생활시설로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주었다. 함께 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홍보대사가 된 쥬얼리(여성그룹)가 더 반가웠던 것이겠지만.. 우리는 또다시 기름통을 들고 장애인분들의 작업능력 향상을 위해 마련된 직물수업이 이루어지는 곳에 따뜻한 온기를 나누어주었다. 이 곳에서 알록달록한 실로 짜여질 이 분들의 작품이 기대되었다.

식사시간이 되어 우리는 반찬과 국을 한명씩 담당하여 생활하시는 분들과 일일이 눈을 맞춰가며 음식과 함께 정을 나누었다. 사진을 찍자며 팔짱을 끼는 분, 노래를 하시는 분 저마다 개성이 가득했다. 처음 만났지만 전혀 낯설어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게 대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한 시간이 값진 하루였다.

추석을 앞둔 어느 날, 우리는 경기도에 위치한 아동보호치료시설을 방문하였다. 이 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예상과는 달리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꿈을 꾸고 있었다. 밋밋한 벽과 수많은 낙서들, 새로운 꿈을 꾸기에는 너무도 외롭게 느껴지는 이 공간을 따뜻하고 아늑하게 바꾸기 위해 공사가 한창 진행되었다.

마침 명절을 앞두고 있어 우리들은 아이들과 함께 송편을 빚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수다시간도 잠깐, 밋밋한 외벽을 새롭게 단장할 벽화그리기에 도전하였다. 꽃과 나비가 한 가득 그려진 벽에 정성스레 색을 입히는 작업이었다.

한편에서 서로 하고 싶다며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벽에 그려진 나비처럼 큰 날개를 펴고 훗날 어디선가 멋진 활약을 펼치고 있을 너희들을 기대해봐도 되겠지?

그리고 얼마전, 우리는 전라남도 강진으로 봉사여정을 떠났다. 바로 2011년 볼라벤 태풍으로 이 곳의 지역아동센터 지붕이 무너지고 사용하던 물건마저 망가져 지원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바다가 인접해 있는 이 곳에 아이들에게 유일한 희망이 되었던 지역아동센터가 없어져 아이들의 마음에도 깊은 멍이 들었다고 하였다.

아이들의 희망인 센터 건물을 복구하기 위해 우리는 공사비를 후원하였고, 굽이굽이 해안길을 따라 도착하자 그 사이 진행된 공사로 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을 맞을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우리는 공사의 마지막 작업인 외부 공간 도색작업을 위해 옷을 갈아입고 구석구석 아이들의 발길이 닿을 곳을 정성스레 작업하였다. 그 작업하는 모습을 똘망똘망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도 귀여웠다.

오랫동안 자신들의 공간이 없어 헤맸던 아이들이 희망으로 다시 태어난 이 곳에서 꿈을 펼치고 사랑을 배우기를 바래본다.

이렇게 우리가 직접 만난 분들도 있었지만 체험수기라는 글을 통해 알게 된 분들도 있다. 보내주신 글을 읽으며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들. 조금이나마 우리의 나눔이 기쁨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이렇게 나눔이라는 것을 통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서툴지만 정성을 다했으며, 조금이나마 그들의 입장에 서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게 된다.

비록, 회사는 다르지만 나눔 앞에서는 모두 하나될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우리가 만난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노력들이 우리 사회에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고민하고 나눈 것들에 함께 동참하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