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복지의 현황 및 과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유승훈 교수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 구입비용이 가구 소득의 10% 이상인 가구를 에너지빈곤층이라 정의할 수 있다. 경기침체와 사회양극화 심화에 따른 빈곤층 증가와 더불어 에너지가격 상승, 춥고 더운 날씨의 지속 등 기후적 요인으로 인해 에너지빈곤층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소득계층별 연료(광열)비 지출 추이를 살펴보면 소득수준이 낮은 소득1분위 계층의 연료비가 경상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의 9.4%에서 2012년에 10.8%1.4%p 증가하였다. 반면에 소득10분위 계층은 2006년의 1.8%에서 2012년에 1.7%로 오히려 0.1%p 감소하였다. 즉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일수록 다른 계층에 비해 생존에 필수적인 에너지 비용 부담이 높은 역진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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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비용부담이 높은 유류(등유 및 프로판)를 난방 및 취사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비율이 높다. 지식경제부(2011, 에너지총조사)에 따르면 월소득 6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 가구의 경우 주택용 에너지 지출에서 유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지만 1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에서는 26.5%에 이른다. 하지만 도시가스나 지역난방에 비해 등유 및 프로판의 가격은 2배 가까이 높아 유류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사용하는 저소득층일수록 상대적으로 비싼 연료를 사용하는 역진적 가격구조가 유지되고 있어 저소득층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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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청정한 연료인 도시가스의 경우 2010년 기준 보급률이 72.2%로 약 540만 가구는 도시가스를 아예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도시가스 보급률(2010년 기준)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이 89.6%로 가장 높지만 광역시의 경우 부산이 69.4%로 가장 낮으며, 제주도를 제외한 7개 도지역의 경우 강원(39.5%) 및 충남(41.7%)이 하위권이다. 즉 도시가스를 공급받지 못하는 지역일수록 등유 및 프로판의 사용비중이 높을 것인데 도시가스에 비해 등유 및 프로판 가격이 높아 에너지 지출 측면에서 심각한 지역간 격차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복지 측면에서 소득계층간, 연료원간, 지역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에너지복지란 모든 국민이 소득에 관계없이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 사용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기관이 제공하는 사회적 서비스를 의미한다. 선진국에서는 에너지복지를 인권문제로 다루면서 사회발전을 위한 기본요소로 인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점차 에너지가 일반적인 재화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재화로 인식하면서 에너지복지 확충 및 에너지기본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었다. 이에 에너지기본법(200633일 공포)을 제정했는데, 동법 제4조 제5항에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에너지공급자는 빈곤층 등 모든 국민에 대한 에너지의 보편적 공급에 기여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정부는 에너지복지를 위해 저소득층에 대해 난방비(등유, LPG, 연탄) 지원 및 에너지효율개선(단열/창호/바닥시공 및 보일러 교체 지원, 고효율조명 고체 지원 등)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2012년 기준 예산이 1,089억원에 불과하며 지원받은 가구는 377,851 가구로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850,689 가구의 44.4%에 불과한 수준이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민간 지역난방 사업자 포함), 한국가스공사(민간 도시가스 사업자 포함) 등 에너지 관련 기업도 저소득층에 대한 요금할인 등 에너지복지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정유 4사의 경우 취약계층 난방유 지원사업, 내복지원사업, 에너지효율개선사업 등 에너지복지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에너지복지의 실현을 위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정부 및 민간의 다양한 에너지복지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그 규모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빈곤층 증가 추세를 완화하기 위해 몇 가지 제도적인 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 첫째, 중앙정부, 지자체, 여러 에너지공급 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에너지복지사업을 추진함으로 인해 중복, 소외, 누수, 왜곡,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므로, 참여형 에너지복지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에너지재단과 같은 특정 주체가 조정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효과적인 에너지복지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등유 및 프로판 세제의 소득 역진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류가격은 자유화되어 중과세되는 반면에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의 망에너지 가격은 억제와 보조를 지속함으로써 망에너지와 유류가격간 불균형이 소득역진과 수급위기를 유발하고 있다. 등유 및 프로판을 소비하는 가구는 대부분 농어촌, 중소도시, 도시 변두리에 거주하고 있어 주택단열수준 역시 열악하다. 반면에 도시가스는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가구의 연료임에도 불구하고 교차보조 및 낮은 세금수준으로 인해 세후가격이 등유 또는 프로판의 절반 수준이다. 2004년 골프채, 요트, 모터보트, 귀금속 등 24개 사치품에 대한 특별소비세가 폐지되었지만 등유 및 프로판에 대해서는 개별소비세로 개명(2008)되었을 뿐 그대로 부과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세전 등유가격은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높지만 세후 가격은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더 높다. 따라서 왜곡된 국내 에너지가격구조의 개선없이 에너지빈곤의 근본적 해결은 어려우므로 망에너지와 난방용 유류간 심각한 가격 불균형을 개선해야 한다.

셋째,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22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경유 세후가격(구매력지수로 조정)OECD 30개 국가 중에서 8위로 우리나라와 동일한 비산유국이면서 경쟁국인 일본(21), 프랑스(24), 독일(16), 이탈리아(15)보다 높은 수준이라 경유차량을 이용하는 영세자영업자 등 저소득층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따라서 세후 경유가격의 약 40%에 달하는 세금 중 유류세 부분의 인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