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배출권거래제 준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지난 해 11월 15일부터 시작되었다. 18대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 하에 통과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배출권거래제법)이 제정·공포(5.14)된 후 6개월 만이다. 법의 시행에 맞추어 정부 내 의견 조율을 거친 시행령이 확정·공포(11.15)되었다. 앞으로 배출권거래제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배출권의 할당과 거래의 당사자인 산업계의 이해와 협조가 꼭 필요하다.

이제 배출권거래제의 주무관청으로서 환경부가 해야 할 일에 대해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배출권의 할당과 거래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는 일이다. 우선 할당위원회 위원장(기획재정부장관)은 올해 말까지「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기본계획에서는 배출권거래제의 중장기 정책목표와 기본방향을 정하는데 환경부장관이 마련한 기본계획안에 대해 공청회를 개최하고, 녹색성장위원회의 심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한다. 이 기본계획을 토대로 환경부장관은 2014년 6월까지「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을 수립한다. 할당계획에는 계획기간('15~'17)의 배출허용총량, 부문·업종 별 할당기준 및 할당량, 업체별 할당기준, 유상할당과 예비분의 구성·운영 방법, 이월·차입·상쇄에 관한 세부사항이 포함된다. 배출권거래제법 시행령에서 정하기 어려운 할당과 거래에 관한 기술적 사항은 환경부장관이 고시하도록 되어있다. 일단 15건의 내용을 3개의 통합고시로 제정할 계획이다. 할당기준과 할당량 산정방법, 할당신청서 제출과 심사절차 등 5건(시행령 제12조, 제13조, 제15조, 제21조, 제22조)은 (가칭)「배출권의 할당 등에 관한 고시」로, 조기감축 인정기준, 명세서 제출 및 외부사업 승인기준 등 7건(시행령 제19조, 제31조, 제32조, 제33조, 제39조, 제40조, 제49조)은 (가칭)「배출량의 인증 및 상쇄에 관한 고시」로, 배출권 거래계정의 등록, 거래신고 방법 및 중개회사의 등록요건 등 3건(시행령 제11조, 제25조, 제29조)은 (가칭)「배출권의 할당 등에 관한 고시」로 만들어 진다. 배출권이 거래되는 시장이 배출권거래소이다. 환경부는 일정자격을 가진 기관의 신청을 받아 거래소를 지정하는데, 거래소의 신청자격, 제출서류와 이의 평가기준 등을 담은 (가칭)「배출권거래소 지정 및 평가기준 등에 관한 고시」가 필요하다.

둘째, 환경부는 이러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산업계와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고자 한다. 분명 배출권의 할당은 쉽지 않는 절차이다. 할당을 받는 업체의 입장에서는 되도록 많은 양의 배출권을 할당 받으려 하겠지만, 주무관청은 정해진 배출권의 총량을 넘어서 할당할 수 없다. 일종의 제로섬(zero-sum) 게임이 될 터인데, 쉽게 이야기해서 한 업체가 할당을 더 받으면 다른 업체는 그 만큼 할당을 덜 받아야 한다. 이해가 부딪치고 다투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문제는 모두가 동의할만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면 해결되겠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과정 전반에 기업과 함께 고민을 나누면서 공감대를 넓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더욱이 할당에는 개별기업이 처한 상황과 여건, 무엇보다 잠재 감축량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는 상당히 기술적인 지식과 정보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환경부 입장에서는 기업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와 자료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기업과 업종 별 협회의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대목이다. 어쨌든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한다는 차원에서 뿐 아니라 제도의 운영에 필요한 정보의 획득을 위해서도 정부와 산업계 간에 긴밀한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기업과 함께「상설협의체」를 구성·운영하게 된다. 독일의 경우를 보아도 기업대표, 협회, 노동조합,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포럼 형태의 협의체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배출권 할당과 거래의 당사자와 전문가 위주로 구성하되, 관심분야 별로 분과를 만들어 진지한 토론을 진행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할당 대상기업이 배출권거래제라는 새로운 제도에 빠른 시일 내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업의 역량 형성과 경험 축적을 위한「배출권 거래제 시범사업」을 올해부터 시행한다. 기업이 할당→거래→배출량 보고→이월과 차입→배출권 제출 등 일련의 절차를 사전에 학습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시범사업은 녹색성장위원회와 관계부처가 함께 하며, 현재 시행 중인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와 연계함으로써 참여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은 일단 기본과정으로 시작하는데 일주일 정도의 기간 동안 해외의 기후변화 동향, 거래제의 개요와 탄소시장 활용전략, 배출권 가격의 형성요인과 거래방법, 기업의 경영여건을 고려한 중장기 감축전략 수립방법 등에 관한 강의로 구성된다. 이후 기본과정에 참여한 업체실무자의 의견과 수요를 파악해서 심화과정을 만들어 진행하고자 한다. 또 배출권거래소가 연말까지 지정되면 거래에 관한 자세하고 실제적인 설명과 모의거래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바람직한 배출권거래제 설계방안을 찾는데 꼭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시범사업 또한 정부와 업체가 실무자 수준에서 소통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