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RFS제도 도입 논의에 대한 소고

 

박진호 대한석유협회 정책협력팀장

금년 초부터 지식경제부의 발주로 한국석유관리원(이하 석관)에서 RFS(신재생연료의무보급제도) 국내 도입방안 연구를 수행중에 있으며, 연료업계, 자동차업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TF가 구성운영되고 있다. 이미 2007년부터 바이오디젤 0.5%가 자동차용경유에 혼합되어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지경부에서는 신재생에너지법 상에 동 제도를 담아 고시가 아닌 법의 형태로 운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국회에서는 지경위 이강후 의원실에서 RFS 제도 시행 법안이 상정되기도 했다. 다만, 국내 전체 차량이 1,870만대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오연료 의무보급제도 시행은 전체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사항이니 만큼 반드시 사전검토가 필요한 사항 등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지속가능성, 실제 온실가스 감축 여부 논란 지속

바이오연료를 도입하는 가장 큰 목적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축이다. 바이오연료는 식물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므로, ‘식물을 가공한 연료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러나, 바이오연료는 작물의 생산방법, 바이오연료로 가공하는 방법, 작물의 종류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수준이 천차만별이다. 특히, 기존의 열대 우림을 없애고 작물을 재배할 경우 오히려 석유 연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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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RFS를 먼저 시행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작물의 재배 시점부터 바이오 연료로 생산하기까지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실제 어느 정도 배출되는지를 조사(LCA ; Life Cycle Assessment)하고 있고, 이에 따라 RFS 시행국가에서는 전 과정 온실가스 감축 기준을 먼저 마련하고 이를 충족하는 바이오연료만을 도입함으로서 실제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를 정량적으로 판단하고 그 성과를 확인하고 있다.

 

<선진국의 RFS 정책 수립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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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이미 2006년부터 바이오디젤을 사용해오고 있으나, 국내에서 사용되는 바이오디젤에 대해 제대로 된 온실가스 전 과정 분석이 시행된 적이 없었다. 이에 따라, 전국민이 바이오디젤을 자동차 연료로써 7년째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오디젤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저감 효과에 대해서는 그동안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선진국에서는 자국산 바이오연료의 사용량을 제한하면서까지 지속가능성 기준을 두어 온실가스 저감에 노력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전량을 해외에 수입 의존하면서 이러한 기준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RFS 정책 수립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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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S 시행은 유가상승의 직접적인 요인

온실가스 감축 여부에 대한 논란과 아울러, 바이오연료의 높은 가격 또한 고려해야 할 중요 사항이다. 대부분의 바이오연료 원료인 곡물 등 농산물 가격은 거의 자동적으로 원유가격 상승세를 따라간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바이오연료는 기존 석유연료대비 값비싼 연료임이다. 1리터당 세전 가격을 단순 비교 시 바이오연료가 석유보다 고가(50~380/리터)이며, 특히 바이오 에탄올은 휘발유보다 발열량이 훨씬 낮아, 단위 열량당 가격으로 환산 시에는 더욱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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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은 소비자물가 및 국가성장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RFS 제도 시행 전 RFS정책에 따른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하여 국민 모두에게 명확히 내용을 전달하고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 및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 테이블에 모두 올려놓고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시행과정 시 발생하는 부작용, 문제점 발생 시 국민에게 설득력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바이오연료 도입의 확대는 에너지 안보 정책에 역행

바이오연료 보급의 목적 중 하나가 에너지 해외 수입 의존도의 감소, 에너지 수급 다변화를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이나 사실,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는 변함이 없고 에너지 안보는 오히려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그저 에너지원 다양화만 기여할 수 있는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철에 사용하는 바이오디젤은 주로 팜유이며, 이는 전량 동남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바이오디젤 일부 물량을 국내산 폐식용유로 사용하고 있으나, 이는 팜유보다 가격이 비싸, 겨울철 등 일부 기간에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바이오에탄올은 국내산 농작물로 만들 경우, 가격이 너무 비싸 경제성이 없으므로 수출 물량이 가장 많은 브라질로부터 전량 수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래 자료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브라질의 에탄올 생산량과 수출량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다. 특히 BE5 보급을 가정할 경우, 국내 에탄올 수요는 연간 54KL에 이르며 이는 2011년경의 브라질 에탄올 수출량의 25%에 해당하는 상당한 양으로서 수요 급증에 따른 에탄올 가격 폭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우려된다. 54KL는 배럴 기준으로 340만배럴로 '한국에서 연간 340만배럴의 바이오에탄올 수요가 발생한다'고 하면 국제 에탄올 시장의 급등세는 불 보듯 뻔하고 가뜩이나 비싼 바이오에탄올 급등으로 우리나라 국민은 2, 3차 가격인상 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과연 바이오연료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갖고 있지 못한 대다수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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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RFS Roadmap, 시행년도, 시행방법에 관한 논의는 시기상조이며, 그보다 먼저 과연 우리나라가 해외로부터 어떤 바이오연료를 도입해야만 국가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지 정확한 분석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형 RFS를 실행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최소한 검토되어야 할 사항은 아래 순서와 같다.

 

현 바이오디젤 보급 정책효과의 객관적 검증

수송용 연료 부문의 온실가스 저감 목표 설정

바이오연료의 지속가능성 기준 마련

시나리오 별 온실가스 저감 효과 예측 및 사회적 편익 분석

의무당사자 지정 및 RFS Roadmap 논의

세부 이행방안 마련을 통한 한국형 RFS제도 최종 수립

바이오연료의 실제 온실가스 감축 효과와 별도로 현재 시행중인 바이오연료 사용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반영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2010년에 정부가 발표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BAU대비 30% 감축이다. 통상 BAU 산출은 정책 발표 당시의 기 시행 중인 제도를 기초로 하므로, 2010년도 당시 혼합하고 있던 바이오디젤은 BAU로 계산되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이행실적으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 온실가스 정책과 연계되지 않고 단순히 바이오연료 의무 혼합량만 증가시키는 정책이 시급히 결정될 경우,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적 비용만 낭비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현재 국제사회에서 바이오연료의 온실가스 저감 인정에 대해 컨센서스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해 RFS 제도 도입은 신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바이오연료는 곡물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임

 바이오연료는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십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도입 당시부터 따라다니는 논란이 바로 식량 문제이다. RFS를 주도적으로 시행하는 국가는 미국, 브라질, 유럽 등이며 이들 국가는 자국의 풍부한 농산물을 바탕으로 하여 경제적인 생산이 가능할 뿐 아니라 온실가스 저감 목적, 농업 이익극대화 및 에너지 안보의 목적을 겸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1980년대부터 옥수수로 제조된 에탄올을 휘발유에 혼합해서 사용하고 있었으나, 보조금 및 의무 사용 정책 등으로 최근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옥수수 가격 상승을 부추겨 식량 부족 등의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금년 미국의 57년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옥수수 작황이 좋지 않아 전세계 곡물가격이 급등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G20정상들에게 서한을 통해 곡물의 바이오연료 정책의 수정을 요청한 바 있으며, UN 식량농업기구에서는 곡물가격 안정을 위해 각국의 바이오연료 사용 정책을 유보토록 요청하기도 했다.

 

<바이오연료 관련 최근 국제동향>

- UN FAO(식량농업기구) 호세 그라시아노 다 실바 사무총장은 미국 내 가뭄으로 옥수수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미국의 에탄올 의무 생산은 국제 식량 공급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바이오에탄올 의무생산 조치 중단 요청함.

- '11년에는 세계식량계획(WFP)에서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

- 지난 8월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EPA(미국환경보호청)과 농무부가 에탄올 정책에 대해 검토중이라고 밝힘.

- 독일 국가학술아카데미는 환경에 긍정적 역할을 미치기는 커녕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바이오에너지를 더 이상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으며, EU2020년까지 전체 연료의 10%를 바이오매스로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

- 유럽위원회의 기후변화 대응 관련 유럽 담당관 Connie Hedegaard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바이오연료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지속가능한 바이오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며 또한 식량과 경쟁구도에 놓이지 않는 바이오연료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힘

 

결론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과 달리 바이오연료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RFS 시행시 소비자 가격 상승에 따른 국민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저감 효과와 그에 따른 국민 편익의 객관적 검증이 우선되어야 하며 제도 시행할 경우, 국민들에게 사전에 제대로 알려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신재생에너지 공급비율 제고에만 집착하여 시행할 경우, 해외 농민, 국제농산물 트레이더들의 이익으로만 전락할 우려가 있다. RFS정책은 특정 이해관계자간 의견으로 섣불리 방향이 설정되어서는 안 되며, 정부가 우리나라 에너지 및 온실가스 정책과 바이오연료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에 대해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비자가격, 연료품질, 차량 보증문제 등 다방면의 쟁점사안을 모두 검토한 후에 추진되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