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유사휘발유를 보는 시각

유사석유 사용하면 국가 세금 훔치는 꼴

글·김신|석유가스신문 취재팀장

- 사용자도 최고 5년까지 징역형 가능해

- 용제판매점 영업범위 제한해 원료공급 차단

image기름값좀 아껴보겠다고 유사석유를 사용한 운전자들이 혼나고 있다. 지난 4 23일 개정 석유사업법이 본격 발효되며 유사석유 제조자와 판매자는 물론 사용자까지도 처벌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개정 석유사업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유사석유제품을 제조·판매 또는 사용해서는 안되며 유사석유제품임을 알고 이를 저장하거나 운송 또는 보관해서도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결국 유사석유 제조상은 물론 사용자들 역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법률적인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개정 법이 본격 시행된 이후 유사석유 사용자들의 적발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5 4일 울산에서 유사휘발유를 차량에 주유하던 운전자 3명이 석유사업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된데 이어 6일에는 충남 논산에서 또다른 운전자가 적발됐다.

8일에는 충북 청원군의 한 도로에서 LP파워 한통을 구입해 자신의 차량에 주입하던 운전자가 적발돼 역시 불구속 입건처리됐다.

세녹스 논란을 계기로 유사석유가 석유대체에너지로 오도되는 틈을 타 유사석유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왔던 소비자들은 이제 그 환각에서 깨어나고 있다.

아무리 불법 제품이라도 사용자까지 처벌하는 전례가 흔치 않고 고유가상황까지 겹치면서 유사석유 사용자를 단속하는데 대해 일부 운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유사석유의 본질이 국가세금의 탈루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용자처벌을 과도한 규제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산업자원부는 충고하고 있다.

유사석유가 제조되는 과정에서 리터당 861원의 세금이 탈루되고 그 세금혜택을 제조자와 유통업자, 소비자들이 사이 좋게 나눠 갖는 만큼 유사석유 사용자도 국가 세금을 훔치는 행동에 동참하고 있어 처벌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산자부 석유산업과 고영균사무관은 “남의 물건을 훔친 사람과 더불어 그 제품을 구입한 장물아비 역시 법의 심판을 받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해석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사석유 유통량은 전체 휘발유 소비량의 12.9%에 달했고 그로 인한 탈세액은 무려 19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실업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청소년 직장 체험 등 고용안정재원으로 올해 지원하겠다고 책정한 예산이 53백억원대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유사석유에 따른 세금탈루만 막는다면 정부 계획보다 두배나 많은 실업자들을 구제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 세금을 일부 유사석유 사용자들이 훔치면서 그 부담은 정상적인 일반 국민 모두가 떠앉게 됐다.

다소 과장해서 유사석유를 사용하는 운전자들은 결국 타인의 호주머니에서 그만큼의 세금을 훔쳐 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스스로도 상당한 죄의식을 가져야 한다.

유사석유 사용자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지면서 최소한 드러내놓고 유사석유를 구입하는 운전자들은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됐다.

찾는 소비자가 없는 유사석유를 형사처벌까지 감수하면서 제조하거나 유통시킬 업자들도 당연히 줄어들게 된다.

사용자처벌을 포함해 유사석유에 대한 강력한 근절방안을 담고 있는 개정 석유사업법의 효력은 시장에 즉각 반영되고 있다.

대부분의 유사석유 취급점이 이미 사업을 포기했거나 또는 폐업 의사를 밝혀오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품질검사소의 신성철 검사처장은 “4월말 개정 석유사업법이 발효된 이후 유사석유 판매업소의 폐쇄나 철거 등 행정대집행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자진 폐쇄하겠다는 확인서를 제출해 유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사석유 사용자에 대한 처벌이 우회적으로 상위 공급자들이 불법 행위에 나설 동기나 의지를 꺾어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어떤 처방보다도 강력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유사석유 원료 차단방안도 모색

한편에서는 유사석유의 원료공급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석유사업법 시행령을 고쳐 용제판매점들에 대한 영업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방안을 마련중에 있다.

지난해 용제수급조정명령을 발동하며 유사석유 원료가 제조사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려 했던 산자부는 하위 유통단계인 용제판매점에 대한 관리방안 부재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용제를 실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소매개념의 용제판매점들이 탱크로리 등을 이용해 벌크형태로 용제를 유사석유 제조업자들에게 대량 공급하면서 효과적인 원료차단에 실패했던 것.

이에 따라 산업자원부는 용제판매점에 대한 법적 지위를 ‘용제를 공급받아 용기에 넣은 상태로 실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업소’로 새롭게 규정했다.

최소한 벌크형태로 대량의 용제가 유사석유제조상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것은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그 영업범위를 어길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지게 된다.

용제판매점에 대한 거래상황관리도 강화된다.

현재 용제판매점들은 거래상황기록을 용제공급업자에게 보고하면 된다.

하지만 개정 시행령이 확정되고 본격적인 효력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10월 이후 용제판매점들은 그 거래상황기록을 석유품질검사소에 보고해야 한다.

보고주기도 분기에서 월간으로 좁혀지게 된다.

석유품질 전문기관으로 거래상황 관리주체가 옮겨 가면서 행정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용제판매점은 더 이상 용제를 불법으로 유사석유 원료로 제공하는 행위가 어렵게 됐다.

‘막연하게 유사석유를 생산해서도 또 판매하거나 저장, 운송, 보관해서도 안된다’고 규정되어 있던 석유사업법령이 이제는 사용자도 처벌하고 불법적인 원료공급창구도 차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면서 정상 석유사업자를 보호하고 국가 세금 탈루를 방지하는 새로운 법으로 태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