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전자상거래정책, 이대로 좋은가

활성화 유도 위한 비합리적 세금 혜택, 재고되야..

국회 에너지미래전략포럼 대표의원

국회의원 박 민 식 (새누리당, 부산 북구강서구갑)

지난 해 1, 대통령의 기름 값이 묘하다는 발언 이후 소관 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유가 인하를 위해 전전긍긍해 왔다. 업계 측에 일정 기간 동안 기름 값 인하를 구체적으로 요구하는가 하면, 알뜰주유소, 석유전자상거래, 주유소 혼합판매 허용 등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형태의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나 석유전자상거래에 대해서는 여러 언론과 시민단체의 지적뿐만 아니라, 국회에서도 지난 국정감사를 통해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제도의 도입으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과연 석유전자상거래가 유가 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을까?

석유전자상거래란 석유제품을 주식처럼 거래소에 전자상거래 시장을 개설하여 현물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 거래 방식을 말한다. 정부는 국내 정유4사의 공급에 의존하는 국내 석유 유통 시장의 경쟁을 유발하기 위해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수입하는 외국 석유제품에 대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제도 도입 초기 활발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경쟁거래(판매자와 구매자가 매도호가, 매수호가를 제시하고 호가의 우선순위에 따라 거래를 체결하는 방식)를 원칙으로 하되 협의상대거래(가격, 수량, 배송방법 등에 대하여 당사자 간에 협의한 경우 협의된 내용에 따라 매매거래를 체결하는 방식)를 허용하고 있으며, 지난 71일부터는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거래되는 수입 제품에 대해서는 관세 및 수입부과금 면제 혜택과 바이오디젤 혼합의무 면제 혜택(경유 : 리터당 약 53)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혜택이 주어지다 보니, 석유전자상거래 상에서 경쟁거래를 통한 주유소로의 직접 거래 물량은 전체 거래량의 약 20% 이며, 나머지 80%는 협의상대거래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지난 7월부터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한 경유 수입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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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경쟁거래를 통한 거래는 주유소 단계까지 거래 물량과 단가가 전자상거래 상에 공개가 되기 때문에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나, 협의상대거래는 주유소까지 공급되는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 , 전체 거래 물량 가운데 80%에 달하는 협의상대거래를 통한 물량에 지원된 53원의 세금 지원이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가는지는 모니터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수입된 석유제품에 지원된 약 150억원의 세금이 소비자에 혜택으로 돌아가는지 감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일부 석유수입업자 및 유통업자들이 이러한 점을 악용하여 실제 거래는 석유전자상거래 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매매 당사자 간의 구두 협의에 의한 것이나,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한 거래인 것처럼 꾸며 관세 및 수입부과금 등 53원의 세금 지원 혜택을 받아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협의상대거래 물량 가운데 상위 4개 수입사의 협의상대거래가 전체의 88%를 차지하고 있는데, 어쩌면 4개 수입사들에게 150억 원에 이르는 묻지마 세금 혜택을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마련해 주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석유전자상거래 정책에 대한 신중한 점검 및 보완 필요

정부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바이오디젤의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경유에 바이오디젤 혼합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입 경유는 바이오디젤 혼합 의무를 면제해 주고 있어 환경보호에 역행하며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는 당장 올해 말까지로 예정된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입석유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 혜택 및 20146월까지 예정된 수입부과금 면제 혜택, 바이오디젤 혼합의무 면제 혜택을 계속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석유전자상거래를 통해 공급하는 물량에 대해 소득세 또는 법인세 공제를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고유가로 고통 받는 서민들을 위한 유류세 인하에는 인색하고, 유통 단계의 특정 업자들과 외국 정유사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세금 혜택을 아끼지 않는 정부의 행태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직 석유전자상거래정책은 시행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여러 가지 문제점들의 발생은 어찌 보면 불가피할 수 있다. 다만 이를 묵과하고, 방치해선 안 된다. 이대로 더 늦기 전에 석유전자상거래 정책에 대한 신중한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

 

협의상대거래에 지원된 세금 = 282,114,000 × 53 = 14,952,04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