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

어느 날 바다 한 가운데서 큰 고래와의 조우를 꿈꾼다.

대한석유협회 국제협력팀 조장은 대리

  주말에 TV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다 보면 물속 깊은 곳에서 수중생물을 사진을 찍거나 해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이라 그런지 각종 해양 관련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한 장면씩은 꼭 보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수영을 배우지 않았던 터라 그저 그들만의 이야기려니 하면서도 신비한 물속 광경에 종종 매료되었던 적이 있다. 그리고 또 나는 우주인이 여기저기 별이 반짝이는 우주에 떠서 느릿느릿 유영을 하며 지구를 바라볼 때의 기분이 어떨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4D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너무나 선명하게 발갛고 예쁜, 곧 아빠가 찾으러 올 법한 니모와 마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그에게 내 모습은 우주에서 온 외계인처럼 느껴졌겠지만... 그리고 유영을 하며 물 속 세계를 가만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자연의 어머니에게 돌아가 바다를 200% 만끽할 수 있는 방법- 바로 스쿠버 다이빙이다.

스쿠버 다이빙은 스쿠버장비를 이용한 다이빙을 일컫는다. 스쿠버란 Self-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 , 수중자가호흡기를 뜻한다. 그 밖에 기본적인 장비로 마스크와 슈트, 핀 등이 필요하다. 굳이 처음부터 장비를 다 갖추고 구입할 필요는 없다. 강습을 받거나 다이빙 투어를 떠날 경우에도 얼마든지 대여가 가능하다.

 요즘은 제주도 여행과 왠만한 동남아 휴양지 또는 리조트 패키지 여행 비용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 소셜커머스의 여행 상품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그런 휴양지에 가게 되면 소위 말하는 옵션코스에 꼭 한 줄 차지하고 있는 항목이 바로 체험 다이빙인지라 별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체험 다이빙은 일종의 다이빙 입문과정으로 현지 강사의 안내와 도움으로 누구나 쉽게 잠수가 가능하다. 물론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내가 처음 장비를 착용하고 입수를 위해 허공에 한 발자국을 떼는데 밀려왔던 두근두근한 두려움은 물속에 들어간 후 바로 설레이는 모험심으로 바뀌었다. 특히나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물위에서 수면만 보고 즐기던 바다와는 다른 환상적인 바닷속 세계를 속속들이 부드러운 바다의 손길을 온몸으로 느끼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조용히 미술관 가듯 물고기들과 일렁이는 감태 숲, 산호병풍만 감상하는 것은 아니다. 물속에서도 워터파크 이상의 스릴 넘치는 경험들을 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바다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는 물속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빠른 조류를 타고 스피드를 즐기거나 날아갈 듯한 급류를 경험할 수도 있다. 캐년이나 바닷속 절벽, 난파선을 탐험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다이빙을 할 경우에는 평상시보다 더욱 안전과 주의를 요구한다.

    대부분의 스포츠와 레포츠는 경쟁구도를 갖고 있다. 작은 경쟁이지만 내기를 하고 점수를 내고, 또 승리했을 때의 쾌감이 있기도 하겠지만 다이빙을 하게 되면 그런 것과는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아마추어 다이버들은 다이빙을 할 때 반드시 버디와 함께 하도록 한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 속에서 서로를 챙김으로써 동시에 나 자신의 안전을 준수하기 위함이다. 누군가를 생각하고 보살필 때 우리는 마음이 따뜻해 진다. 게다가 수중의 진풍경을 버디와 함께 하면 그 순간 즐거움도 두 배가 되는 듯 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디스커버리 채널에 자주 등장하는 오색찬란한 열대어나 큰 고래, 거북들만 눈에 띄는 것은 아니다. 수산시장과 해산물 코너, 식탁에서 흔히 보는 녀석들도 수중에서 보면 색다른 아름다움을 떨친다. 떼를 지어 몰려가는 은빛 갈치무리와 손 끝이 닿을라치면 아롱다롱 변색하며 도망가는 아기오징어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던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어느 날부터 인가 아무렇지 않게 생선요리를 먹기가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알고 보면 내가 어느 바다에선가 만났던 물고기거나 그 물고기의 가족일수도 있지 않은가? 인간세상만 좁은 것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다이빙 과image정 교육을 받게 되면 해양생태계와 해양생물보존 의무에 관해 숙지하고 항상 염두 하도록 배운다. 바다 속을 물고기들의 허락 없이 들어가는 대신 일종의 수중에티켓을 익히는 것이다. 이는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더욱 요구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해산물을 날 것으로 즐기고 회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복이나 문어, 다금바리를 만나면 어느 순간 쓱싹! 낚아채서 뭍으로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비신사적인 행위가 주로 동양인들 사이에 잦다고 하는데 물속에서도 조심스러운 일본인과 아직 다이버 수가 많지 않은 중국을 제외하면 남는 것은 한국인이라는 비공식적인 통계는 억울하지만 한편으론 왠지 그럴 듯 하다. 그래서인지 동남아의 유명 다이빙 포인트에서는 일체의 장비 지참이 허락되지 않으며 무분별한 수중생물 채취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바다에서 처음 다이빙을 했을 때 물속에서 편안히 떠다니며 핀을 몇 번 차고 나왔을 뿐인데도 엄청난 체력소모를 느낄 수 있었다. 부끄럽게도 평소에 운동을 별로 하지 않는 편이라 소위 저질체력군에 속할 것이란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옆에서 내 표정을 본 강사가 말하길 수중에서 하는 유산소 운동이라 운동효과가 크며 뼈나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근육을 강화할 수 있다고 한다. 다이빙이 딱히 운동이라는 개념은 없던 나에게 뭔가 일석이조라는 괜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다이빙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일종의 명상효과라고 생각한다.

    두둥실 물속에 떠있으면 내가 내뱉는 숨과 함께 뽀그르르~ 거품소리만 들린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각양각색의 물고기들과 다양한 빛깔의 산호들, 고요한 물방울들. 그 순간 나는 평화-그 아름다움 속에 존재한다. 우리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수중에 떠있었고 유영을 했다. 잠시나마 그 때로 나를 돌려놓는 것, 그 자체로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반복되는 매일과 일상적인 취미 외에 조금은 특별한 그러나 가까운 무엇인가를 찾고 싶다면 넓은바다의 품 안에 지친 마음을 살짝 놓고 오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고, 지구는 70%가 바다이다. 세상의 모든 바다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1 스쿠버다이빙은 전적으로 안전문제와 직결되므로 다이빙을 배우고자 할 때에는 관련된 전문 스쿠버다이빙 교육기관에서 인증한 강사나 기관에서 교육을 받기를 권하고 싶다.

. 2. 다이빙으로 조금은 지치고 나른한 기분에 썬베드에 누워 야자수 너머 수평선을 물들인 석양을 바라보며 싱싱하고 달콤한 망고를 한 가득 쌓아놓고(3개 천원!)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신선놀음은 동남아 다이빙 투어의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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