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칼럼
자동차와 대한민국 에너지전략
박민식 국회의원
지난 해 초 국토해양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자동차 수가 0.91대라고 한다. 20년 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대수는 2.7가구당 한 대였는데, 한 때 부의 상징이었던 자동차가 이제는 생활필수품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의 보급에 따라 우리 생활도 많이 달라졌다. 우선 여행이나 캠핑 등 야외 레저 활동이 늘어났다. 특히 많은 짐을 싣고 다녀야 하는 캠핑은 그 동안 일부 매니아층에서만 즐기다가 주 5일제 근무, 다양한 레져용 차량(SUV, RV)의 등장으로 활성화되었다. 통신판매의 활성화도 택배산업의 확대와도 무관하지 않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보면 자동차는 우리의 생활을 여유롭고 편리하게 만들어줬다.
그러나 무엇이든 공짜는 없는 법이다. 직접적으로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뿐만이 아니다. 연료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게 될 환경오염을 해소하기 위한 비용까지, 우리는 꽤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1960년대 전후 산업화를 통해 국가 경제발전을 꾀했던 시기에는 사실상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원을 얼마나 싸게, 그리고 많이 확보하느냐가 에너지 자원 정책의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자원확보와 더불어 환경문제, 그리고 부족한 자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용하느냐가 에너지 정책의 주된 과제가 되었다. 즉, 효율과 친환경이 현재 에너지 정책의 화두인 셈이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규제를 위해 자동차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축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며, 지속적인 연료비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하여금 고효율 자동차와 기존의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이용한 자동차의 출현을 원하고 있다.
평균 에너지소비효율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는 각국의 자동차 부문 규제 정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EU는 신규 등록 차량을 대상으로 하는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기준을 2015년 130g/km로 강화하였으며, 미국도 2010년 5월에 신규 등록한 승용차의 2016년 평균연비 기준을 16.1km/l,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기준은 140g/km으로 개선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대내외 환경변화에 2015년 평균연비 기준을 17.0km/l,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기준은 140g/km으로 강화하는 정책을 2011년 6월에 확정해 고시했고, 2015년 이후의 승용차 평균연비 및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에 이미 착수하였다고 한다. 또한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중대형 상용차량에 대한 연비제도 또한 도입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자동차 업계로 하여금 ‘그린카’로 통칭되는 고효율․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끔 만들고 있다. 특히 각국의 정부들운 ‘그린카’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책들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2010년말 범정부 차원의 그린카 발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2015년까지 그린카 120만대 생산을 통해 글로벌 그린카 기술 강국을 달성하기 위해 총 3조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실시할 예정이다.
산업계의 발 빠른 대응과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바다. 특히, 이 분야에서 선발 주자격인 일본과 미국 그리고 EU와 경쟁하기에 사실상 많이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정부의 더욱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기술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시장의 창출이다. 이는 다시 말하면 시장 창출을 위한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보급정책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선도국가에서는 그린카 구입에 대한 보조금, 세제지원 등 금전적인 지원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성과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세제 지원, 그리고 공공기관이 전기자동차를 구입할 경우에 대해서는 보조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지원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옥석을 가린 지원이 필요하다. 실제로 기아차와 현대차는 정부의 지원 하에 LPi하이브리드를 내놓았지만, 지난 해 해당 차량이 모두 단종 되었다. 현대차는 아반떼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면서 2009년에 7,500대, 2010년에는 15,000대를 국내시장에서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지만, 2009년 판매결과 목표량을 밑도는 5,150대 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사실상의 실패로 끝난 셈이다. 이런 측면을 고려했을 때, 활성화를 위해서 적극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needs가 과연 있는지, 다시 말해 소비자들이 이들 차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시장에서 어느 정도 수요가 있을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평가를 통해 정책의 내용과 수준을 결정한다면 시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택시 업계의 파업 사태가 있었다. LPG가격 안정화, 요금 현실화 등의 많은 요구들이 있었지만, 그 중 LPG로만 한정되어 있는 택시 연료를 압축천연가스(CNG), 클린디젤 등으로 다양화 해달라는 요구가 유독 눈에 띄는 이유는 그만큼의 needs가 시장에 존재한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클린디젤 차량은 동일 배기량 기준으로 휘발유차보다 연비가 30% 가량 높아 에너지 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크며, 엄격한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하기 때문에 세제혜택을 부여함으로써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기관의 평가보고도 있는 만큼 택시를 포함한 일반 차량에 대한 적극적인 혜택지원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이제 두서없이 적은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모두가 주지하고 있다시피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매우 높다. 아울러 그 사용량 또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랑 위상에 걸맞게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동안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략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에너지를 더 싼 가격에 도입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관심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대한 요구가 맞물려 환경이 간과할 수 없는 이슈가 되어감에 따라 더 이상 수급에 대한 전략 하나만으로는 장기적인 에너지 정책을 구성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 했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일 것이다.
이에 현 정부도 ‘저탄소 녹생성장’을 기조로 전통적인 에너지 정책을 포함한 포괄적인 국가 성장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필자가 속한 ‘국회 에너지미래전략포럼’에서는 ‘Think Energy’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열고, 산업, 건물, 수송부문에서의 에너지 효율향상 문제 등을 다룬 바 있다.
이제는 에너지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필요한 때다. 보다 나은 미래 사회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