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유사휘발유를 보는 시각 

유사휘발유가 제철을 만난 듯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사휘발유는 해방이후 계속되어온 만큼 고질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최근의 사정은 그 정도를 뛰어넘는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의 가계가 어려워지고 고유가시대 도래와 법망의 미비를 겨냥한 유사휘발유 제조업자들이 급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사휘발유는 첨가제 명목의 유사휘발유 문제가 불거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1년 7월, 휘발유에 40% 첨가하는 첨가제 제품에 대한 환경부의 시험성적서 발급이 화근이었고, 작년 말의 무죄 판결은 여기에 기름을 끼얹는 양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조기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나 대법원까지 갈 경우 아직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전국적으로 불법 유통되고 있는 유사휘발유의 판매실태는 심각하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도로변, 주택가, 카센터, 지하주차장, 심지어 문방구등에서 위험물 취급에 따른 안전시설이나 조치가 전무한 상황에서 주유하는 것을 쉽게 보게 된다. 정부의 유사휘발유 합동 단속반이 운영되고, 국세청의 탈세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유사 휘발유의 제조, 판매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세태를 보면서 무법천지가 횡행하는 우리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소비자도 문제다. 자신의 안전을 위협하고 사회와 국가에 큰 폐해를 끼침에도 불구하고 단지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유사휘발유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것은 불감증의 정도를 벗어난 서민의 무반응 단계라고 본다. 한마디로 소탐대실이다.

유사휘발유는 석유정제의 부산물인 솔벤트, 톨루엔, 메틸알콜 등으로 제조된다. 품질도 정상휘발유에 비해 옥탄가가 낮은 등 여러 가지로 미흡하다. 이와 같은 것들은 대체 에너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에는 마치 대체에너지인양 알려지기도 했다. 또한 일부에서 정상휘발유보다 대기오염물질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 자동차 연료유는 연료유 자체만을 비교할 수 없는 것이며 자동차 엔진과의 관계성을 고려해야 한다. 유사휘발유 환경성능평가의 결과를 보더라도, 배출가스, 연비, 안정성 및 차량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정상적인 휘발유 제품보다 그 우수성을 인정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알콜 함유 연료의 사용은 현재의 자동차 연료 시스템에서는 연료 장치의 부식, 고무부품의 경화 균열 등과 같은 문제점을 대두시킨다.

또한 유사휘발유의 유통판매 과정을 보면, 위험물 취급에 따른 조치가 전혀 없다. 대부분 무방비 상태에서 주유되고 있다. 운송 단계에서도 일반 트럭과 같은 차량에 20리터 캔으로 운반되고 있으며, 위험물 취급 안전장치가 없는 노상에 야적되고 있다. 폭발 및 화재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고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방치할 경우 대기온도가 올라가면서 폭발 등의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유사휘발유가 세금을 탈루하고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는 이 사회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의무와 권리가 있다. 조세정의는 그 중의 중요한 의제다. 휘발유의 용도로 제조 판매되고 있다면 당연히 현행 세법에서 규정하는 대로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를 부과해야 한다.  양심을 버리고 눈앞의 이익에만 관심을 갖는 유사휘발유 제조자와 소비자들이 만들고 있는 작금의 사태는 조속히 종식되어야 한다.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얼마 전에 석유사업법이 개정되어 유사휘발유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될 전망이다. 유사휘발유의 정의를 명확히 하고 제조판매소에 대한 철거 봉인 폐쇄 등 행정부의 법적집행이 가능하도록 한 개정 법률이 오는 4월 23일부로 발효 되었다. 또한 제조유통업자뿐만이 아니라 사용자도 처벌을 받게 되기 때문에 소비자도 이젠 신중한 소비가 필요하게 되었다. 꼭 법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안전을 지키고 사회정의를 위해서 사려 깊은 소비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