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에 대한 오해와 진실




대한석유협회 정책협력팀 조상범 차장


현대사회에서 소비자는 항상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휘발유가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넘고 있고, 국내 휘발유가격은 좀처럼 리터당 2000원 아래로 내려오기 힘들어 하는 것 같다.

가뜩이나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기름값마저 치솟자 여기저기서 유류세 인하 요구도 빗발친다. 정유사 가격산정과정이 불투명하고 원가공개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름값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증대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각종 제품이나 용역의 가격과 가격변동에 대해 민감한 관심을 보이지만 가격 자체가 제대로 정당하게 매겨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부분이 시장의 경쟁원리나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됐다고 여겨서 생각보다 싼지 혹은 비싼지에 관심을 보이지 가격 자체가 잘못됐거나 부당하게 매겨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정부가 가격 결정에 개입하거나 독과점적 사업자나 카르텔이 정하는 가격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가격 자체가 제대로 매겨진 것인지를 항상 따져본다.

그런데 유독 휘발유 등 기름값은 가격결정에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정유사간 또는 정유사와 수입사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가격이 결정되는 데도 사람들은 가격의 정당성에 대해 거의 항상 의문을 제기하고 불신을 품는 경향이 강하다.

사람들은 유가나 환율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정유사들이 잽싸게 기름값을 올리면서 유가 등이 떨어질 때면 한 참 뒤에 떠밀리듯이 마지못해 기름값을 내린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이 때문에 정유사들이 국제유가가 변동되어 기름값을 조정할 때마다 관련 인터넷 기사의 댓글에서는 기름값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불평하거나 정유사가 자기 잇속만을 챙긴다고 성토하는 글로 도배질 된다.

기름값과 관련해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주요 결정주체는 주유소다. 가격자유화 이후 주유소는 독자적으로 가격을 결정해 소비자들에게 팔고 있다. 이 때문에 정유사가 공급가격을 내려도 주유소에서는 값을 조금만 인하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물론 정유사가 공급가격을 올릴 때에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일부만 올리는 경우도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주유소 유가비교 사이트를 통해서 저렴한 주유소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유소별로 마케팅 방법이 다르고 서비스 차별화가 이루어지다 보니 같은 지역내에서도 가격이 리터당 최대 400원 내외의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주유소에서의 기름값 결정구조가 복잡 다양화 되면서 소비자들로서는 내가 지불하는 기름값이 과연 적정한 것인지, 정유사와 주유소는 합리적으로 가격책정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국내 유가는 국제석유제품가격, 환율 등을 감안하여 투명하게 결정

우선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가격은 싱가포르 국제석유제품가격과 환율 등을 고려하여 결정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석유제품가격이 국제 석유제품가격을 기준하여 결정되는 이유는 국내 석유제품 수출입 시장이 자유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의 수요공급곡선처럼 국내가격이 높다면 외국에서의 수입이 발생될 것이고, 국내가격이 낮다면 수출이 발생될 것이기 때문에 국내 가격은 자연스럽게 국제 현물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자유화된 석유시장에서는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시장가격(국제 석유제품가격)에 연동하여 자국 석유제품 가격을 산정하며, 이는 유럽이 로테르담 현물시장 가격에 연동하고, 미국은 자국내 현물시장(US Gulf, 뉴욕 및 LA) 가격에 연동하여 인근 주(州)들의 세전 판매가격 결정된다는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같은 국제제품가격 기준의 유가결정 방법은 고유가가 진행되면서 언론과 방송, 시민단체 등을 통해 수차례 소개되기도 하여서 대중의 이해도는 어느 정도 높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오해의 벽이 높은 부분은 흔히 `올릴 때는 재빨리 많이, 내릴 때는 천천히 찔끔'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국제유가 변동폭에 대한 국내유가의 조정폭 적정여부이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정유사의 세전 판매가격은 통상 직전 1~2주전 국제 석유제품가격에 연동되기 때문에 일정 기간 시차가 발생하고 국내 시장상황 등에 따라 단기적으로 상승/하락분이 지연 반영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나 장기적으로는 대칭적이다.

한편 석유제품 소비자가격은 정액인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유류세와 주유소 유통마진 등이 포함되어 있어 국제유가의 변동률에 비해 크게 낮으며 국제 석유제품 가격에 비대칭적이다. 이 같은 결과는 그 동안의 가격대칭/비대칭 연구 등에서도 확인된 사항이기도 하다.

아래 <표1>에서 살펴보면 '10년, 11년, 그리고 올해 1~3월까지 소비자 판매가격은 꾸준히 상승하였고, 가격상승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 국제휘발유가격의 상승인 점을 알 수 있다. 반면 정유사의 국내 유통비용은 '10년의 53원에 비해서 '11년 42원, 올해 1~3월은 32원으로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주유소 판매마진도 올해 1~3월은 80원으로 '10년과 '11년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표1> 휘발유 가격구조 현황
 


하지만 연평균이나 장기간의 평균이 아닌 주별 정유사 유통비용과 주유소 판매마진 추이를 살펴보면 편차가 발생한다.

아래 <그림1>은 한시적 가격인하 시점인 '11년 4월~7월은 제외한 '11년 1월부터 '12년 5월까지의 정유사 유통비용과 주유소 판매마진 그리고 주유소 소비자가격을 나타낸 것이다. 정유사 유통비용의 경우 '11년 1월부터 '12년 5월까지 최저 20원에서 최대 70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석유시장의 특성상 월말에는 거래가 집중되며 공급가격이 하락하고, 월초에는 거래가 드물며 공급가격이 상승하는 월말-월초 현상에 따른 것이며, 실제적으로 거래물량이 집중되는 월말의 가격이 낮기 때문에 물량 가중평균한 전체 평균 유통비용은 40~50원대로 형성된다.

주유소 판매마진의 경우는 편차가 더 크게 나타나며 최저 60원에서 최대 170원대 사이에서 등락하고 있고, 평균적으로 100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주유소 판매마진은 통상 유가하락기에는 증가하고, 유가상승기에는 감소하는 특성을 나타낸다. <그림1>에서도 2012년 들어서서 소비자가격이 상승추세에 들어서자 주유소 판매마진는 감소경향을 나타내다가 4월 후반경부터 가격이 하락추세를 나타내면서 판매마진은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특성이 소비자로 하여금 '내릴 때는 찔끔 내린다'는 인식을 가지게끔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1> 정유사 유통비용 및 주유소 판매마진 주별 추이 ('11.1.1주~'12.5.4주)


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자료 활용 (정유사와 주유소간 1주 시차 반영)



그럼 우리나라의 기름값은 OECD국가와 비교했을 때 과연 어떠한 수준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세금을 제외한 휘발유 가격은 OECD국가에 비해서 비슷하거나 낮은 수준이며 한국에만 있는 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을 제외하면 OECD평균의 97%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비산유국으로서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일본의 세금제외 휘발유가격이 리터당 1312원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세금제외 휘발유가격은 1058원으로 일본의 81% 수준밖에 이르지 않는 점은 국내 석유산업이 세계적인 가격경쟁력을 지녔음을 시사한다.


<그림2> 주요 OECD국가의 세금제외 휘발유가격 비교 ('12.5.21 기준)

 


합리적인 소비자 행동이 해결책

국내 휘발유가격이 OECD국가에 비해 낮다고는 하지만 과거 2~3년전에 비해서는 아직도 높은 수준이고, 더구나 물가상승으로 지갑이 얄팍해진 소비자 입장에서의 체감유가는 더욱 버거운 수준이다. 하지만 현명하게 행동하면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우선 편하고 익숙하다고 해서 평소 이용하는 주유소만 이용해서는 곤란하다. 오피넷에서 실시간으로 주변 주유소를 검색하여 저렴한 가격의 주유소를 이용할 수 있다. 나아가 주변 주유소의 기름값 인하폭만큼 내리지 않거나 서비스나 부대시설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는데도 비싼 값을 받고 있는 주유소는 이용하지 않는 게 좋다. 관심을 갖고 어느 주유소가 값이 싼 지, 제대로 서비스 하는지를 잘 살펴 주유소를 선택해야 한다. 터무니 없이 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주유소는 가짜휘발유를 판매할 수도 있으니 무조건 저렴한 주유소만을 찾는 것도 유의하여야 한다.

기름값에 대해서 항상 관심을 가지고 손품을 팔아서 국제유가의 변동과 국내유가 예상가격도 확인하는 등 지혜로운 소비에도 노력을 기울인다면 소비자의 힘으로 보다 건전한 석유시장 유통질서 확립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