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너지중심 이동과 우리나라 석유산업 

 
                              
최기련 아주대 교수

 
                 
최근 국제에너지시장은 몇 가지 새로운 변화요인이 가시화되면서 기존 관념과 사고방식을 초월하는 변화가 예상된다.

그 변화요인들은;
-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시대의 100년 연장”가능성
- 이에 따른 석유종말론(End of Oil)의 종식
- 액체연료시대에서 가스연료시대로의 이행 가능성 확대
- 청정가스연료 사용 확대에 따른 지구환경문제 해결과정에서 화석연료 기여가능성 확대
- 이러한 모든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로 세계에너지 지정학적 중심이 중동에서 미주(美洲)대륙으로 이동하는 현상의 가속화 등으로 요약된다.


이 같은 여건변화는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OECD)와 미국 너지정보국(EIA) 등 신뢰성 있는 국제기구들의  최신 자료공개에 의해 공인되고 있다.

 
 
1, 화석연료시대 100년 연장가능성

 
IEA의 경우 2012 세계에너지전망(WEO: World Energy Outlook)와 미국 에너지성 에너지정보국(EIA)sms 다양한 자료를 통해 에서 화석에너지가 적어도 2030 –50년까지 세계 주종에너지  위치를 지킬 것으로 공식화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기술혁신에서 가장 현실적인 성과를 나타내는 것이 화석연료 생산-채굴기술 분야이라는 점이 뒷받침된 것이다.

예컨대 3차원탐사나 수평채굴기술의 실용화와 북극, 심해저 등 극한지역 채굴가능성 확대로 화석연료 매장량은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제기구들과 BP자료 등 현존하는 최신 자료들을 종합하면 우리 지구에는 현재 기술과 가격수준 기준으로 약 5조(Trillion)배럴이 석유자원이 부존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지금까지 약 1조 배럴이 이미 생산되었을 것으로 본다면 아직도 약 1.5조 배럴의 경제적 생산 가능량(즉 매장량: Reserves)가 존재한다고 추산할 수 있다.

이를 현재 세계 석유수요량 8,800만 배럴/일 수준을 감안한다면 현재에도 약 50년 이상 지속되는 가채매장량이 확보되어 있다. 여기에다 기술진보와 기상변화 등 생산여건 변화 그리고 자원민족주의 고조 등 천연자원가치 상승추세를 감안할 때 향후 발견될 가능성이 큰 궁극 석유자원(Resources)은 약 5조 배럴인 것으로 관련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 경우 석유의  수명은 100년 이상이 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석유시대 30년 이내 종식 같은 비관론은 이제 그 논리적 근거가 약해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술혁신과 시장변화에 따라 궁극 부존량 5조 배럴 중 보다 많은 부분이 점차 경제적인 생산이 가능한 가채 매장량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석유 매장량의 동태적(Dynamic) 상향조정 가능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2, 석유종말론(End of Oil)의 종식

 
고갈성 자원인 석유는 그 가채매장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할 경우 아무리 기술혁신과 투자증대가 있더라도 생산량 증대가 불가능한 상태(Peak Oil)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석유종말론(End of Oil)이 한 시대를 풍미하였다. 이 이론은 1956년에는 지질학자인 킹 허버트가 종(鐘) 모양의 곡선을 그려 보이며 65~71년 사이에 석유 생산이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71년 오일쇼크가 발생해 그의 예측은 적중한 듯했다.

하지만 그 뒤 석유 생산은 오히려 늘어 그의 이론은 근거를 잃었지만 석유시장이 변할 때마다 다시 되살아나기를 반복되었다. 많은 석유수입국의 에너지정책은 이 논리에 의해 ‘어떠한 희생을  치루더라도 에너지안보 확보“를 위해 대체에너지개발, 사용효율화, 해외자원투자 등을  시행하였다.

우리나라는 가장 적극적인 석유종말론 신봉국가 중 하나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석유증산한계(Peak Oil)이론은 너무 과장되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인 논리로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석유관련 이해 단체들과 관련 전문가들의 이기적 논리조작이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가장 잘 나타내는 사례는 특히 현존하는 가장 저명한 석유경제학자 중 한 사람인 D.Yegrin(예그린)의 최근 고백이다. “캠브리지 에너지연구소(CERA)” 회장인 그는 오랫동안 “Peak Oil”이론에 근거한 비관적이지만 시장상황변화에 “딱 떨어지는” 석유시장전망을 통해 많은 주목을 받았고 많은 개인적 수익도 얻었다.

예컨대 그는 석유생산의 정점이 “허버트”예측보다 조금 늦은 2005년 추수감사절 이전에 도래할 것이며 2007년 이후에는 세계석유수급균형은 절대로 달성될 수 없는 근원적 석유위기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러한 예측이 어긋난 후에도 그는 끊임없이 “2020년 이전 궁극적 석유위기” 설 등을 역설하였다.

비관적 예측은 당장 행동을 취해야 할 단기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그가 주도하는 단기전략 연구결과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명성을 떨쳤다. 그렇지만 그의 예측이 계속 어긋났다. 급기야 궁극적 석유생산하강기 이전에는 에너지효율향상, 기술혁신 등에 기인한  “일정수준 생산량 지속이 가능한 ”정체기(Plateau)“가 온다는 새로운 논리전개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최근 “There will be Oil”이라는 신문칼럼을 통해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자인하였다. ”피크 오일“이론을 완전 부정하고 오랫동안 주장해온 석유/가스시장 원천적 불안정 논리를 포기한 것이다. 공포를 무기로 돈과 명성을 얻는 일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공포논리에서 벗어났는가? 스스로 자문해 보자.

 

3. 가스연료시대의 개막

 
세계에너지기구(IEA)의 2012년 세계에너지전망(WEO)중 가장 강조된 것은 “천연가스 주종에너지시대” 개막가능성을 시사한 “가스 황금시대”(Golden Age of Gas)라는 특별보고서이다. WEO는 세계 전체와 주요지역/국가/에너지원 별 수급분석과 전망, 전략, 그리고 해결이슈들과 함께 최근에는 온실가스 배출자료와 이슈들도 같이 발표한다.

따라서 이번에는 천연가스가 세계에너지문제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새로운 이슈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IEA는 2010 - 2035년 기간 중 세계가스소비는 50% 정도 증가하여 전체 에너지소비의 25%를 점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세계에너지소비가 2035년까지 년 평균 1.2% 증가하지만 천연가스의 경우는 그 2배에 가까운 년 2% 수준 증가하여 “가스 황금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가스소비증가는 당연히 천연가스 생산증가 가능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2035년까지 현재 러시아 생산량의 3배나 되는 1.8tcm(兆 입방미터)규모의 가스 증산이 가능하여 총 소비량은 5.1tcm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천연가스는 2030년쯤에는 세계에너지소비구조 상 석탄을 초월하여 석유에 뒤이은 제2의 주종에너지원으로 등장할 것이다.

이 같은 생산증대는 기존 천연가스자원보다 쉐일(Shale)가스, 석탄층가스 등 새롭게 발견된 “非전통적- 新”천연가스들이 2035년까지 총 공급의 40%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천연가스의 역할 증대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가스자원의 발견에 의한 것이다. 현재 확인 가능한 가스매장량의 가채 년 수는 현 수준 소비량을 기준으로 할 때 75년 이지만 궁극적 가채 매장량은 향후 250년 정도 소비량에 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일본 원전사고를 계기로 한 원자력에너지 역할증대의 한계, 신재생에너지 기술혁신의 지연 등도 “주종 화석연료” 중 가장 청정한 천연가스 역할증대에 일조를 한 것도 사실이다. 석탄 등 고체연료시대가 석유 중심 액체연료시대를 지나 가스연료시대로 가는 것은 기술혁신이론이나 소비자효용차원에서 당연한 것이다.

 

4,지구환경문제 해결과정에서 청정 화석연료 기여가능성 확대

 
세계에너지 수급과정에서 이란사태와 같은 국지분쟁 등 단기적인 불안요인을 제외하면 장기적, 구조적 차원의 불안요인은 최근 많이 감소되고 있다. 여기에 오직 한 가지 미해결과제는 지구온난화 등 환경문제와 에너지문제 연계로 인한 세계에너지수급구조의 왜곡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10여 년 간 우리는 대체에너지/융합시대가 곧 오지 않으면 인류문명의 파멸이라는 강박관념에서 탈피하지 못 하였다.

그러나 가스를 중심으로 한 “청정 화석연료” 활용증대가 가능한 경우 에너지문제와 방식기후변화문제 대응방식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벌써 대체에너지와 청정가스연료간의 경제성과 환경적합성 차원의 경쟁력 역전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무작정” 대체에너지개발 역시 빛을 잃고 있다.

청정연료의 경제적 지속공급이 가능한 경우 지구온난화대책 역시 재고하게 된다. 청정 화석연료 확대공급에 바탕을 둔 온실가스대책은 투자수요가 많은 기술개발, 경제구조조정 등에 의한 온실가스배출 감축대책(Mitigation)보다 사회인프라 개산을 통한 현실적응능력 제고대책(Adaptation)에 중점을 두게 된다. 우리는 여기서 청정연료 확보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는 유럽만이 온실가스강제감축을 주장하는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지난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상과정에서 미국, 러시아, 일본, 캐나다 등의 즉각적 가입거부는 자국의 청정연료개발능력의 검증을 위한 2015년까지 시간벌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청정 화석연료 공급확대는 지구온난화대책의 범주와 한계를 보완하는 동시에 투자절약을 통한 온난화방지대책의 부정적 파급효과를 감축하고 경제복지를 증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5, 세계 에너지 중심의 이동

 
세계에너지시장을 지배하는 지정학 “파워”의 중심지가 중동에서 미주대륙으로 변하고 있다. 에너지부문에서 지난 50년만의 최대 여건변화이다. 이런 주요 여건변화는 미주대륙이 중동을 대신하여 세계에너지, 특히 석유와 가스, 공급의 중심지로 등장할 가능성 때문이다.

최신 자료에 의하면 비(非)전통적 석유자원을 포함할 경우 미국, 브라질, 캐나다 등 미주대륙의 석유-가스 부존량은 이미 중동을 능가(6.4조 배럴이상)한 것 같다. 유가 80-100불/배럴 기준으로도 비-전통에너지 경제성이 확보되어 세계석유매장은 기존 대비 9배, 가스는 6배 정도 확장될 것 같다.

이 결과 미주대륙이 50년 만에 중동을 대신하여 에너지최대부존지역으로 공인되고 나아가 에너지질서형성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에 가스수입국이던 미국이 수출국으로 전환되어 우리나라 등 아시아시장 개척에 나설 것 같다.

물론 석유가 곧 고갈된다는 석유증산한계(Peak Oil)론은 신뢰를 잃고 있다. 미주대륙이 세계에너지중심으로 등장할 경우 그 파급효과는 무엇일까? 아마 에너지시장의 상향 안정일 것이다.

미주대륙의 중심인 미국의 경우 에너지수입에 따른 경제안보위협에서 벗어나고 자국 에너지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수준에서 만족할 것이다. 이에 에너지기업 간 국제연대가 중요한 국제이슈로 등장할 수 있다. 바야흐로 아시아시장이 에너지수입시장을 주도하고 미주대륙이 공급시장결정력을 행사하는 “에너지 파워의 국제연대”현상에 우리는 대비해야 할 것이다.

 

6, 우리나라 석유산업의 새로운 추진전략
 

이러한 국제에너지질서의 급변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전략은 무엇인가?
1) 우리 석유기업은 천연가스 등 청정연료 조기-안정 확보를 중심으로 에너지대책과 기후변화대책의 통합의 주도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주대륙의 에너지생산 “붐”을 활용하여 청정연료 조기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중동 위주 해외자원 확보전략을 바꾸어야 한다. 시장규제 위주 유럽형 기후변화전략의 적정성도 재검토해야 한다.

2)청정연료 확보를 위한 장기선행투자 재원의 안정 확보대책이 시급하다. 이 재원마련을 위해 장기녹색투자는 기초연구 위주로 개편하는 등 선택과 집중전략이 필요하다. 정부의 녹색투자전략도 이에 부응하여 개편하도록 적극적인 건의와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해외자원투자 역시 국내도입이 가능한 청정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한다.

3) 미국이 세계에너지시장 지배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유발하는 거대한 세계질서변화의 활용이 필요하다. 우리는 오랫동안 중동 산유국들에게 예속된 불리한 도입조건을 감수해 왔다. 이번 시장질서 변화과정에서 이를 보정하거나 우리에게 보다 유리하게 바꿀 논리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러시아의 파이프라인 가스공급 제의도 세계에너지질서 변화차원에서 당연한 것으로 우리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 석유기업은 이번 기회를 정유산업이라는 제한된 활동영역을 탈피하고 주종 에너지산업으로 재탄생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