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위기의 전망과 대응 과제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연초부터 휘발유 가격이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2,000원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미 서울 시내 휘발유 가격은 2,076원(2월 24일 기준)에 이르고 있다. 최근 이러한 휘발유 가격의 급은은 역시 중동 지역의 리스크 고조에 기인한다.

리비아 내전 이후 잠잠해지는가 했던 중동 정세가 이번에는 이란과 미국 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전쟁 발발까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갈등의 핵심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과 핵무기 개발이다. 작년 말 이란 핵무기 개발이 본격화되었다는 IAEA의 핵보고서가 발표 이후 이란의 우라늄 농축과 핵무기 제조 사실이 부각되면서 4월께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미국이 이란 중앙은행과의 모든 거래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키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일로에 접어들었다. EU도 최근 이란의 석유 수입을 금하는데 일단 동의하면서 이란의 석유수출로가 본격적으로 차단당할 위기에 놓이게 되자 이란은 핵무기 개발 지속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맞불작전에 나서면서 중동에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양으로 빠져나가는 유일한 해로이다. 이 지역의 중요성은 뭐니 뭐니 해도 원유 수송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으로 1일 수송되는 원유량은 1,700만 배럴로 세계 해상수송량의 약 35%를 차지한다.

작년 기준으로 중동지역의 1일 평균 원유 생산량은 2,520만 배럴(2010년 기준)으로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무려 30%를 차지한다. 이렇게 중동에서 생산되는 원유의 대부분은 바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전 세계로 운송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전쟁 발발로 인해 차단될 경우 전 세계의 원유 공급이 일대 차질이 빚어지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미국과 이란 간에 전쟁 가능성이 제기되자 작년 연말까지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다시 요동치고 있다. WTI유가는 작년 10월 3일에 77달러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이란 사태가 악화되고 최근 IAEA 대표단의 이란과의 협상 실패 소식이 전해되자 2012년 2월 4일에 107.7달러까지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브렌트유는 124.0달러, 두바이유는 120.0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현재도 유가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더구나  이라크, 나이지리아, 카자흐스탄 등의 중견 산유국들에서의 정정 불안사태가 악화 또는 장기화 되면서 쉽게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제 원유 수급에 대한 불안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여기에다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조치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다른 산유국들의 증산 물량으로 원유 수요와 투기 자본들이 몰려들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현실화 될 경우 오일쇼크 가능성 커져

만약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이 악화되어 중동 지역 전쟁 및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현실화된다면 국제유가는 오일쇼크를 가져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일어나고 전쟁이 발발하면 국제 유가는 160달러에서 최고 21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 또한 현대경제연구원은 시나리오에 따라 전쟁이 6개월 이내의 단기전에 그치면 세계 경제는 성장률이 3.4%수준으로 하락하고, 물가는 4.5%로 상승하며, 국내 경제도 성장률이 3.3%, 물가는 5.5%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전쟁이 1년 이상 장기화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차단이 장기화되고 이란의 정유시설과 원유수송시설은 전쟁으로 대파될 것이다. 그러면 이란과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의 상당부분이 장기간 불가능하게 되며, 이란의 원유 생산도 전쟁으로 인해 장기간 불능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2.9%를 기록하고 물가는 5.1%수준으로 급등할 것이다. 국내 경제도 성장률은 2.9%, 물가는 7.1%로 저성장에 초고물가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발생까지 우려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시나리오는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며, 실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는 지속되고 있으며 미국과 이란의 대치로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더욱이 지난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3.8%로 전망되는 가운데 물가는 이미 4%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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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는 이보다 더 상황이 안 좋을 것으로 정부와 각 연구기관들은 예상하고 있다. 특히 유로존의 신용등급 강등 도미노와 그리스의 디폴트 위험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중국, 신흥국 할 것 없이 모두 불확실성에 떨고 있다. 더구나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가 악화되어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커다란 악재를 떠안게 될 것이다.

전쟁 발발이 아니더라도 당장 미국의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에 동참해야 하는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국방수권법으로 본격적인 이란 제재가 시행되기까지는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미국의 이란 제재안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당장 6개월 안에 이란산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원유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처지다. 현재 우리가 이란으로부터 연간 약 8천 3백만 배럴(2011년 11월 기준)정도이며 전체 원유수입량에서 사우디, 쿠웨이트, 카타르에 이어 네 번째로 비중(9.7%)이 크다.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감축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증산 여력이 있는 사우디와 UAE,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등의 나라들이 대체 원유 확보의 대상 국가들로 지목된다.

우선 시간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이 국가들에 대한 외교력을 총동원해서 6개월 안에 향후 감축 예상되는 이란산 원유에 상당하는 원유 물량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해야만 한다. 물론 이것도 미국이 예외조항을 인정해 줄 때 가능한 이야기이다. 따라서 대미 또는 대중동 외교라인 할 것 없이 지금으로서는 한국의 외교력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초고유가 상황에 대한 대응책 마련해야

미국에는 최소한의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으로 제재 동참의 명분을 얻는 반면, 이란과 중동 국가들부터는 최대한 원유 수입물량을 확보하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그러한 외교가 절실한 시점인 것이다.

더불어 이란 원유 감축과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에 따르는 초고유가 상황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매우 시급하다. 첫째, 중동 리스크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을 대비하여 비상 대책 마련과 석유 비축 규모 증대 및 에너지 수급로를 다양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예상되는 석유 수급 위기와 유가 급등 상황에 대비한 비상 수급 대책과 에너지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선물 시장을 활용하여 석유 자원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석유 비축 규모를 증대하여 국제 유가 상승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대책들이 위기 발생시에 효과적으로 또 신속하게 실행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 태세를 철저히 점검하고 상황에 따른 매뉴얼 마련 등 위기 대응 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물가 안정 등 경제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 방안이 필요하다. 전기, 가스, 대중교통 등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을 억제해 물가상승으로 인한 가계 부담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특히 임금과 물가 상승의 악순환 고리 차단을 위해 노사 합의에 의한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완화해야 한다. 또한 석유에 대한 관세인하 조치를 시행하는 한편, 중동 상황이 악화될 경우에 대비하여 서민경제 부담을 완화시키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유류세의 인하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알뜰주유소 확대, 서민생활용품의 사전 물량 확보 등을 통해 예상되는 물가 상승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셋째, 경제․사회 부문의 비용 절감 노력 등을 통해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차단해야 한다. 에너지 소비가 큰 산업구조를 자원 절감이나 제품의 고부가가치화 등 자원 효율적인 산업 구조로의 전환하는 등의 산업의 구조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대국민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에너지 고효율 차량 및 가전제품 사용을 권장하며, 이러한 캠페인이 전사회적으로 확산 및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국가차원의 중장기 에너지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80%가 넘는 중동에 대한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보다 리스크가 적은 러시아나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의 원유개발 사업에 참여하여 석유 자주개발율을 높이고 원유 수입로의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또한 태양광, 풍력, 조력발전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하고, 에너지 의존도가 낮은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청사진과 실효성있는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동 지역에 대한 면밀한 상황 파악과 모니터링을 위해 중동 지역 전문가 및 네트워크 정보망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세계 석유 7대 소비국으로서 중동의 위기는 결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2012년 국내 및 경제는 이미 험난한 여정이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기업, 국민이 힘과 지혜를 모아위기 상황을 준비하고 차분하게 대응해 나간다면 위기는 충분히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 심각성을 감지한 듯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9.7%에 이르는 이란산 원유도입선을 전환하려는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