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폭발사고 이후 가짜석유와 전쟁선포

　　
김성용

지식경제부 석유산업과 김성용 사무관

◇ 주유소 폭발사고

최근 수원 및 화성 소재 주유소에서 비밀탱크를 설치하여 유사석유를 판매하다 유증기로 인해 폭발사고가 발생하여 4명이 사망하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은 일이 도심 한 복판에서 발생했다. 정상적인 주유소는 유증기를 빼내는 관이 지상으로 나와 있는데 반해, 유사석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는 비밀탱크의 유증기 관이 지하에 숨겨져 있어 밀폐된 지하에 유증기가 차서 폭발한 것이다.

또한, 안산에서는 주택가에서 유사석유를 차량에 주입하다 화재가 발생하여 주유차량 등이 전소되는 등 하마터면 주택가 인근에서 더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일이 있었다.

이처럼, 유사석유는 우리 생활주변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원 폭발주유소 현장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처참했으며 유증기의 위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콘크리트 바닥은 온통 뒤틀려 있었으며 천정 또한 돔처럼 파여 이 곳이 주유소였나 의심이 갈 지경이었다.

먼저, ‘유사석유’라는 용어가 정상석유와 유사한 석유로 오인하는 사례가 많아 이번 기회에 유사석유를 ‘가짜석유’로 용어를 변경하여 소비자들이 쉽게 불법석유임을 이해시킬 필요가 있어 이제부터는 ‘가짜석유’로 용어를 통일하고자 한다.

◇ 왜 유통될까

가짜석유가 유통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쉽게 벌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가짜석유는 휘발유에 용제 등을 혼합하거나, 경유에 등유․용제 등을 단순히 혼합하여 제조하는 것으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을 만큼 제조방법이 단순하다는데 있다. 이렇게 단순 제조한 가짜석유를 판매할 경우 석유제품간 세금차이로 인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길 수 있다.

한 예로 주유소에서 한 달간 가짜석유를 취급 할 경우, 전국 월평균 판매량(약 20만리터)을 기준으로 약 1억 5천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가짜석유 취급주유소 부당이득 산출 내역 
 

　
이러한 가짜석유는 연간 1조 6천억 원의 세금이 탈루되는 것으로 추정(’09년 기준)되었으나, 2010년 7월부터 보일러 등유가 폐지되었기 때문에 유사경유로 불법전용이 상당히 줄어든 점을 감안하더라도 연간 약 1조 원의 세금이 탈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가짜석유 취급자들이 막대한 부당이익의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없어 적발되고도 또다시 가짜석유를 취급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심각하다. 이렇게 다시 가짜석유를 판매하는 이유 중에는 사법당국의 미미한 처벌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가짜석유를 판매하는 행위를 생계형 범죄로 인식하는 경향으로 최근 4년간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위반으로 적발되어 유기징역을 받은 경우는 약 10%에 불과하여 단속의 실효성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 최근 4년간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 처리현황 >

                           * 자료출처 : 대법원

또한, 고유가가 지속됨에 따라 정품 휘발유보다 길거리 가짜휘발유가 500원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값싼 제품만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왜곡된 인식도 불법 길거리 가짜석유 유통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길거리판매를 단속하기 위해 사용자를 처벌할 수 있는 과태료 규정 신설(‘07.7)을 계기로 대구, 경북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길거리판매가 대부분 사라졌으며, 현재까지 1,146건 적발, 약 9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였다.

◇ 갈수록 지능화된 유통실태

최근 고유가가 지속됨에 따라 가짜석유제품 유통이 증가해 정부의 단속이 심해지자 가짜석유를 취급하고 있는 사업자들은 적발되지 않으려고 갈수록 지능화·교묘화 되어가고 있다.

먼저, 최근 가짜석유를 취급하다 폭발한 주유소처럼 비밀탱크․이중탱크를 설치하고 리모컨 조작을 통해 정부의 단속을 회피하는 사례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 이는 아래의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년대비 약 3.5배 이상 증가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중탱크 등 지능적인 판매수법 적발현황>

                                                             * 자료출처 : 한국석유관리원

현재, 가짜석유 단속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이 지능적인 가짜석유 판매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비노출검사시험차량, 산업용내시경, 전파탐지기 등을 활용하고 있으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상 석유제품 품질검사 및 유통관리 권한만 있어, 비밀탱크 및 이중탱크 설치 등의 불법시설물 점검권한이 제한된 상태에서는 지능적인 가짜석유 판매수법 단속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 비노출검사시험차량 : 일반차량에 시험장비를 탑재하여 주유와 동시에 가짜석유여부를 분석할 수 있는 최첨단암행검사 차량
 * 전파탐지기 : 원격 송․수신장치(리모컨 조작) 감지장비
 * 산업용내시경 : 이중탱크 설치여부를 확인하는 장비

지능적인 판매수법은 이것에 그치지 않고 경찰과 석유관리원 차량번호를 미리 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단속차량이 주유소에 들어오면 알람이 울리게 하여 가짜석유 단속을 지능적으로 회피하는 일명 특정차량 인식프로그램을 활용한 사례가 적발되었다.

또한, 최근 제조수법은 과거 인적이 드문 무허가 건물에서 단순하게 혼합만 하는 수준을 벗어나, 버젓이 대학의 산학협력단 사무실을 임대하여 최첨단 분석 장비를 갖추고 석유화학분야에 대한 전문가까지 고용하여 제조하기 때문에 아래 그림과 같이 정상제품과 구별이 거의 힘들 정도로 교묘해지고 있다.

◇ 어떻게 달라지나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는 가짜석유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근절되지 않은 이유는 정부의 안일한 대책과 미온적인 처벌이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가짜석유 불법유통근절에 관한 청문회”를 개최(‘11.11.8)하여 가짜석유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 및 특단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였다.
 
정부는 지속적인 가짜석유에 대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유통이 근절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지능화․교묘화되는 등 탈세․품질차원을 벗어나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자 국무총리 주관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개최(‘11.10.14)하여 “가짜석유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등 가짜석유와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그럼, 이번 사고이후 정부가 마련한 가짜석유 근절대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로, 정부차원의 상시합동 단속체계 구축이다.

가짜석유 불법유통에 대한 단속은 석유관리원에서 전담하고 있지만 가짜석유 제조 및 판매는 비밀리에 음성적·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수사권을 행사하는 경찰청 협조가 필수적이며 지원이 있어야만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3~6월) 약 4개월간 경찰청과 합동단속을 실시한 결과 총 2,092명의 가짜석유 제조·판매사범을 단속하였으며, 약 343백만리터를 압수하는 등의 큰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폭발사고 이후 10월 한달동안 경찰청, 소방방재청 등과 함께 과거 5년간 가짜석유를 취급하다 적발된 주유소를 대상으로 시설물 점검 및 가짜석유 특별단속을 실시하여 비밀탱크 등 불법시설물 설치 주유소 65개 업소를 적발하였다.

정부는 앞으로도 경찰청, 소방방재청 등 유관기관과 상시적인 합동점검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사석유를 취급하다 적발된 사업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시설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둘째로, 가짜석유 단속 전문기관인 석유관리원의 단속인원을 충원하고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가짜석유를 취급하는 대부분의 주유소는 앞서 가짜석유 유통실태에서 언급하였듯이 불법시설물 등을 설치하여 교묘하게 판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관리원은 비밀탱크 등 가짜석유 취급을 위한 시설물 등을 점검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소방방재청, 지자체 공무원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에 따라, 석유관리원에게 주유소 시설물 점검 및 가짜석유 판매 중지명령·봉인조치 등의 권한을 부여하여 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인 단속을 할 수 있게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을 개정하고 있다.

아울러, 폭발사고 이후 가장 호되게 지적받은 내용이 전국 18,000여 석유사업자와 2,000여 길거리 가짜석유 판매업소를 현재 105명에 불과한 석유관리원 단속인력으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단속인력 부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어 90명의 단속인력을 증원키로 했다.

또한, 첨단장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GPR(Ground Penetration Radar), 산업용 내시경 등을 긴급히 구매를 완료하였으며, 최근 가평의 한 주유소에서 GPR 장비를 통해 지하에 매설된 탱크 2기(아래그림)를 찾아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셋째로, 가장 핵심적인 가짜석유 취급자에 대한 처벌 강화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짜석유 유통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미미한 처벌이었다.

이에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처벌을 하고자 비밀탱크 등 악의적으로 가짜석유를 취급하다 단 1회만 적발되더라도 등록을 취소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키로 하였다.

또한, 등록 취소되면 재등록을 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할 계획이었으나, 국회 유사석유 청문회 과정에서 최연희 의원님 등이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인적제한 기간과 동일하게 영업 제한기간을 2년으로 하기로 하였다.

가짜석유를 취급하던 사업자들은 대부분 임대를 통해 주유소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이기 때문에 2년 동안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면, 원 소유자도 주유소 사업을 포기해야 될 지경에 이르기 때문에 주유소 임대사업의 형태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단순 가짜석유 취급자에 대한 과징금을 현행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범죄수익은익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가짜석유 유통행위를 범죄수익 환수대상 범죄에 포함토록 하였다.

넷째로, 가짜석유의 주된 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용제에 대한 철저한 관리다.

용제는 세척, 희석 등의 용도로 사용되어야 하나 용제의 정확한 유통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워 가짜석유 제조에 전용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용제판매업자가 가상의 용제실소비자에게 판매한 것으로 보고하고 불법 유통하거나, 실소비자와 공모하여 수백억원대 가짜석유를 제조, 불법 유통하는 사례가 적발되었다.

이에 따라, 석유관리원에 용제를 관리할 수 있는 조직을 신설하고 그동안 수급보고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연간 100㎘이상(50드럼)의 용제소비자에 대한 보고를 의무화하여, 자료를 면밀히 분석하여 이를 토대로 실지조사를 통해 가짜석유 유통을 원천차단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신고포상제 활성화다.

현재 가짜석유 제조장은 최고 500만 원, 석유사업자는 최고 20만 원, 길거리 5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주유소인 석유사업자의 포상금을 50만 원으로 인상하여 국민들의 신고의식 고취시키고, 신고포상금 이외에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에 보상금을 신청하면 과징금이나 과태료 부과금액의 20%를 받을 수 있어 이에 대한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 맺음말

수원소재 주유소 폭발사고로 선량한 시민이 희생됐다. 선량한 시민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폭발사건을 계기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뿐만 아니라 총리실, 지식경제부를 주축으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으므로 이번만큼은 가짜석유 문제를 확실하게 매듭짓게 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동안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가짜석유 판매가 끊이지 않았던 것은 과징금 위주의 미약한 행정처벌과 생계형 범죄로 취급되어 2∼3백만원 벌금위주의 형사처벌도 한몫을 했기 때문에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가짜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되면 바로 등록을 취소하고 등록이 취소된 사업자는 2년 동안 그 장소에서 같은 시설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으므로 가짜석유 유통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본다.

예전에는 가짜석유를 팔다 적발되더라도 명의이전이라든가 법의 허점을 이용해 바지사장을 내세웠으나 이제는 적발되면 2년 동안 영업자체가 제한되므로 가짜석유를 판매하여 얻는 이익보다 처벌이 훨씬 강력해 위험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가짜석유를 팔다 적발되면 패가망신(敗家亡身)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가짜석유를 사용하는 것은 작게는 내 가족, 크게는 국가 전체에 크나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국민적 의식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가짜석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