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디젤 택시도입의 필요성

  

관동대학교 교수 홍창의


최근 택시산업이 어려워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지자체마다 무분별한 택시의 증차로 인해 교통시장에 경쟁하는 택시 숫자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부랴부랴 택시 총량제를 실시하여 택시 수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으나, 이미 과포화 상태인 택시업계는 과거에 비해 마진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같은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택시업계는 비용절감에 관한 여러 가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개인택시든 법인택시든 간에 공통적으로 극복해야할 문제는 역시 연료비용이다. 그러나 택시 연료는 LPG로 오랫동안 묶여 있었기에 택시업계가 연료비용 절감을 위해 운신할 폭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세계 승용차 시장에서 연료별 구분을 보면, 역시 클린 디젤이 대세다. 녹색환경을 지향하는 나라일수록, 휘발유 차량은 자신의 점유율을 클린 디젤에게 조금씩 넘겨주고 있는 판국이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클린디젤 차량이 대세로 나설 것이 분명하다. 휘발유 차량의 비율이 대폭 줄어드는 가운데, LPG도 수송차량에서 점차 경쟁력을 잃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LPG는 사실 수송용 차량에 적합하지 않다. LPG 차량의 위험한 가스 연료통과 기체배관은 열악한 도로환경과 상충적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뜨거운 여름이 있고 추운 겨울도 있어 LPG 차량의 운행에 적잖은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여름철에는 아열대처럼 폭우가 쏟아지고 겨울에는 오히려 혹한이 몰려드는 한반도 기후변화에 LPG 차량은 도로에서 튀는 빗물 등의 습기에 의한 배관의 녹으로 가스누출 문제와 배관 속에 잔류하고 있는 LPG가 얼어, 저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PG를 수송차량에 과도하게 이용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 효율을 저해할 수도 있다. 특히, 택시는 전체 LPG 차량 240만대 중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사용량은 무려 40%에 달한다. 정유 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정유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LPG 자체 소화를 위해 고안된 택시의 LPG 사용은 택시 숫자의 폭발적 증가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된 LPG로는 충당이 되질 않아 막대한 외화를 지불하고 수입해서 수요를 맞추고 있는 형편이다. 에너지 사용의 효율화를 위해서라도, 국가는 택시로 하여금 꼭 LPG를 사용케 하여야 하는 가의 문제를 심각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원유를 정제하여 휘발유가 8.2%, 경유가 26.6%, LPG가 3.6%가 나온다고 가정하면 이들의 상대 비는 21: 69: 10이 된다. 결국 우리의 정유 산업 실태를 보면 경유가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등록된 연료별 차량비율은 49: 37: 14(휘발유 차량: 경유 차량: LPG 차량)로 나타난다. LPG 차량 중 택시는 24시간 움직이므로 차량비율을 훨씬 상회하는 LPG 연료수요를 보일 것이다. 즉, 에너지 분야, 자동차 산업, 정유 산업 그리고 교통과 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움직이지 않고 모두 따로 따로 겉돈다는 얘기다. 국내 정유 산업의 생산 수율에 맞추어 연료 소모의 차량 등록 대수도 재편되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유는 남아돌아 외국에 되팔아야 하고 LPG연료는 제품수입을 해야 한다. 이런 모순의 고리는 교통 정책으로 끊어야 한다. 경유는 이제 더 이상 대기오염의 주역이 아니다. 클린디젤로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이제는 국제환경 기준에 따른 클린디젤이 차세대 교통의 대표적 수송에너지원이 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아야 할 때에, 아직도 택시가 LPG만을 고수하고 있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택시업계는 업계 나름대로의 많은 고민이 있다. 법인택시 근로자중 개인택시 대기자는 갈수록 장기화되고 개인택시 사업자는 포화상태인 택시시장 탓에 날로 수입이 줄어드는 어려움이 계속 악화일로에 있다. 택시 총량제를 통해 대대적 감차를 시키지 않으면, 점점 실차율이 떨어지고 수익악화로 이어져 여론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택시 종사자들의 불만은 사회불안 요소로 자리 잡을 우려마저 있다.


수입의 극대화를 위해, 개인택시 조합과 법인택시 협의회가 각각 자체적으로 LPG 충전소를 건립하여 운영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사실, 이문제가 택시로 하여금 사용 연료를 LPG에서 클린디젤로 가볍게 갈아타지 못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충전소와 같은 일종의 LPG 인프라가 곳곳에 투자된 상태라 전면적 연료의 전환은 불가능한 상태다. 단계적으로 조금씩 클린디젤로 전환하여 LPG 사용량을 줄여가는 방안 모색이 절실하다.


저렴하다고 생각했던 LPG 가격도 이젠 만만치 않다. 온 나라가 휘발유 값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을 때, LPG는 별 저항 없이 가격을 대폭 인상해왔고 이제는 천 원대를 마치 저지선으로 정한 듯 하방경직성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소비자가 수송용 연료로 최대한 지불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가격이 지금의 LPG 값보다 높다고 판단한 듯싶다. 그것은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 세제개편의 논리를 LPG 업계가 ‘소비자 잉여’ 관점에서 역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당초 정부가 휘발유 값에 비해 LPG 가격을 50% 정도로 조정한 것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우리나라에서는 ‘준 대중교통수단’ 역할을 하고 있는 택시를 배려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정부가 나서서 할인해 준 8백 원이 고스란히 이들에게 전달되어야 맞다. 그런데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이중 3백 원은 열등한 연비 때문에 상쇄되고 2백 원은 어디론가 증발되고 겨우 3백 원만이 남아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그래도 알량한 3백 원이 아직 남아있기에 LPG 고객(?) 자리를 떠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물론 LPG에 관련된 여러 가지 불편 비용은 실제로 나머지 3백 원까지도 더 가볍게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


 최근 휘발유 가격은 1,945원이고 경유는 1,747원이고 LPG 가격은 리터 당 1,080원이므로, 각 연료비별 상대비는 100: 90: 56이고 경유와 LPG 가격 상대비는 100: 62다.


유사한 차량으로 주행 실험했을 때, 1km 거리를 위한 휘발유량 소모를 100으로 기준 한다면, 경유는 71이고 LPG는 133이 된다고 알려져 있으니, 경유와 LPG 연료소모량 상대비는 100: 187가 된다.


LPG 소나타 택시 가격 2,092만원 기준으로 클린디젤 소나타 택시가 출시된다면, 가격이 상승된 2,396만원으로 예상된다. 운송원가를 기준으로 보면, 1km 운행하는 데, 연료비는 디젤차는 125원, LPG 차량은 144원이 소요되고, 차량감각상각은 폐차까지 40만 주행 킬로미터를 달린다는 가정 아래 1km 당 디젤차가 60원, LPG차는 52원이 소요된다.


아래 표와 같이 제반 비용을 합해 보면, 택시의 차량별 운송원가는 클린 디젤 택시가 543원, LPG 택시가 551원으로 산정되어 클린디젤 택시가 더 경제적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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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으로 직접 환산되는 경제성 평가 외에도 LPG 택시의 외부비용에 관한 비경제성은 수도 없이 많다. 특히 LPG 차량 누출 가스 사고가 빈발한 상황에서 택시 운전자와 승객 건강을 고려할 때, LPG를 대중교통 수송차량 연료로 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가스누출로 인한 건강피해 비용과 사고위험 비용 등을 내부화하면, 클린디젤의 편익은 훨씬 늘어나고 LPG의 손실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토목기술의 발달로 나날이 터널이 장대화 되고 있는 요즘, 2011년 7월 14일 남산 1호 터널 택시 폭발사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달리던 택시에 갑자기 불이 붙어 결국 폭발하면서, 터널 안은 삽시간에 연기가 가득 차, 운전자의 시야가 캄캄하게 가려졌다. 다행히도 인명 피해 없이 화제가 진압되었으나, 차량을 내 팽개치고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남산터널은 한 시간 동안, 비오는 퇴근길에 극심한 혼잡으로 얼룩졌다. 이번 사건은 비극의 예고편처럼, 산이 많아 터널운행도 빈번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교통에 심각한 경고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1999년 3월, 프랑스 알프스 산맥을 관통하여 이탈리아에 이르는 11.6 km 연장의 몽블랑 터널 안, 딱 중간 지점에서 차량이 불꽃을 내면서, 터널 전체로 화마가 번져 39명이 사망한 참사가 있었다. 만일, 남산터널화재 사고의 택시가 중간지점에서 폭발했다면 어떠했을 까? 이런 부분들에 대한 상상은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교통 운영 측면에서는 대도시 시내터널 같은 경우, 위험차량 범위를 강력하게 축소할 지도 모른다. LPG, LNG, CNG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는 방법이 시행될 날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교통안전 측면에서도 이제 택시의 클린 디젤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라 본다.

그리고 택시의 클린 디젤화를 계기로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해 주는 사회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전국적으로 버스에게는 준공영제 지원금을 비롯하여 적자노선 보조금, 벽지노선 보조금, 연료 보조금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막대한 지원을 해주면서도 정작 택시에겐 LP 가스 보조금이 거의 전부다. 택시업계는 LPG에서 클린디젤로 환골탈태해야 하며, 1차적으로 운송원가 절감 쪽으로 방향을 잡고, 2차적으로 버스에 준하는 지원체제를 당당히 요구할 필요가 있다.


택시는 승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LPG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차량의 뒤 트렁크에 택시 기사가 승객의 짐을 실어주는 문제가 시비 거리로 되어 가는 현실 속에서, 금명간 택시 짐칸 사용에 대한 『추가 요금제』 실시가 예상되는바, LP 가스통으로 인한 짐칸 부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명품 브랜드 택시, 카드결제기의 활성화, 디지털 운행 기록 장비 등 시설 개선이 지지 부진한 이 시점에서, 클린디젤 택시로의 획기적 변화의 급물살로 일거에 쾌쾌 묵은 택시의 숙원 과제들을 털어버리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전국 대부분이 3부제 운영으로,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관계로 택시 운전자는 장시간 차량 내부에서 생활한다. 상시 가스 흡입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사회 이슈가 아직 안 되었다 뿐이지, 수많은 택시 기사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LPG는 대중교통수단에서 재고해야 할 때가 왔다고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클린디젤 택시는 경제적이고 환경 친화적이며 산업재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생각된다. 정부는 하루빨리 택시업계와 잘 상의하여 클린디젤 택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클린디젤 택시가 빈사상태의 택시업계를 살리는 구세주 역할을 할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