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 규격 완화에 따른 사회적 파장

 

김철경 교수

목원대학교 공과대학

 

들어가는 말

미국 경제의 더블딥(double dip) 현상, EU 국가 등 세계 경기 침체와 금융시장의 불안 등 글로벌경제는 한치 앞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며, 20113·4분기 실적 전망이 당분간 내리막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금융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미국과 EU의 재정위기에 따라 아시아 국가를 포함하여 전 세계는 경기부진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 변화에 민감한 IT, 자동차, 정유, 화학 등 국내 대표업종의 이익 수준이 예상보다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경제도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진 탓으로, 경제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둔화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추가하락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지식경제부는 유가를 잡기 위한 자구책으로 일본으로부터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수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기존 주유소에 비해 석유제품을 저가로 공급하겠다는 사회적 기업형 일명 대안주유소도입을 추진하기 위해서 환경부와 함께 석유제품 성능 기준과 환경 기준을 완화 조정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품질과 환경과의 관계

청정 대기질을 위해서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강화 시에 자동차에 적용되는 기술뿐만 아니라 석유제품 연료의 품질 기준도 연계하여 설정하는 것이 당연한 기본원칙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휘발유 및 경유의 환경품질기준은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현재에는 세계 최고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자동차에도 엔진성능 개선 뿐만 아니라 삼원촉매장치, 매연저감장치(DPF) 등 후처리기술 개선 등을 통해 환경 선진국의 엄격한 기준이 국내에도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느닷없이 연료품질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의심스럽다. 연료품질기준을 완화하면 배출가스기준도 완화해야 하며, 배출가스 정밀검사 기준도 완화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그나마 개선되어 가는 대기질이 하루아침에 악화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등의 대기질은 불과 20여 년 전과 비교하면 자동차연료 환경품질 개선으로 상당히 좋아졌다. 특히 환경부 조사에 의하면, 2006년 도입된 환경부의 환경품질등급 공개제도 이후 정유업계의 자발적인 연료 품질 개선 노력으로 미세먼지 저감 등 수도권 대기질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제 어느 정도 대기질이 개선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품질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소탐대실이 될 것이며, 환경 악화로 인한 일파만파 파장으로 엄청난 시대적 후퇴를 가져올 것이다.

휘발유 제품에서 벤젠 함량은 백혈병 등 인체에 암을 일으키는 전구물질(precursor)이며, 방향족 함량은 옥탄가가 높기 때문에 접촉개질공정에서 생산되는 방향족 화합물을 사용하게 되지만, 방향족 함량이 많으면 배기가스 중 규제물질인 CONOx가 높게 배출되며, 불완전연소 되기 쉬우며, 이로 인해 인체에 위해성을 가져다준다. 또한 황 함량이 높게 되면 자동차의 삼원촉매가 활성을 잃게 된다. 뿐만 아니라, 오존 형성의 전구물질인 올레핀 함량이 높게 되면 전반적으로 대기질이 악화될 것이다. 이와 같이 품질은 환경과 깊은 연관성이 있으며, 인체 및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



품질과 가격과의 관계

물가를 잡기 위해서 석유제품의 가격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조치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적극적이며 강제적으로 품질이 낮은 제품을 저가로 수입하도록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은 단지 수입되는 제품가격만을 생각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에너지경제원에서 펴낸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3년간 일본의 휘발유 수출가와 우리나라에서의 휘발유 수출가는 그렇게 차이가 많지 않다.

수입제품이 약간의 저가라고 해서 가격경쟁력을 지닐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예를 들면,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오면 해상운송비는 타 지역 수입의 경우 보다는 양호하다고 판단될지라도, 수입한 이후 국내에서의 저장비용과 국내수송비 등을 고려한다면, 저가의 석유제품을 도입하여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겠다는 대안주유소정책은 잘못된 것이라고 쉽게 판단될 것이다. 비록 품질 상으로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저가공급은 실현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휘발유 제품 품질보다 낮은 저급의 수입휘발유를 저가에 국내에 공급하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소비자들이 인근 나라의 저급 식품을 선호하지 않듯, 자신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가 더 많은 석유제품을 사용하겠다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며, 단순 가격 대비가 아니라 일반 물류비용까지 감안하면 가격경쟁력은 상실될 것이다.



정유사 설비 투자에 대한 문제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수도권 대기질 개선을 위하여 환경부는 석유제품 규격 강화를 점진적으로 시행해 왔다. 그 결과로 수도권 대기질은 많이 개선되었다. 그동안 정유업계는 규격에 적합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탈황장치 등 설비를 보강했다. 그뿐만 아니라 10여 년 전부터는 알킬화공정, 중질유 분해시설 등 고도화시설을 위해서 투자하였다. 최근 8년 사이에 시설고도화를 위하여 투자된 금액만 6조원 이상에 달한다. 물론 시설고도화 공정은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도 필요한 장치이지만,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며 정유업계가 자발적으로 품질 개선을 위해서 투자한 것이다. 투자가 있으면 당연히 투자회수를 위하여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정부가 품질 규격완화를 한다면, 이로 인하여 정유업계가 받게 되는 경쟁력 약화요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정유업계도 자구 노력은 하겠지만, 구조적인 악화로 발생되는 손실과 부담은 당연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정부 한쪽에서는 품질등급제 공개로 정유업계의 자발적 노력을 유도해오다가, 갑자기 한쪽에서는 품질기준을 완화하겠다면,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누구인가? 정유사 설비 투자회수가 늦어지면 결국 국가적으로 손실이다.



석유 제품 품질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편익 효과

석유제품 연료유는 연소되는 과정에서 대기질을 오염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석유 제품 품질 기준이 강화되면, 대기질이 좋아지고 이로 인하여 소비자들이 느끼는 만족도가 높아지며, 대기질 개선으로 인한 국민들의 건강 유지, 삶의 질의 개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편익효과가 많아진다. 그런데 만약, 석유제품 품질 기준이 완화된다면 반대 현상이 발생될 것이다.

만약, 휘발유 제품의 품질에서 벤젠 함량, 올레핀 함량, 방향족 함량, 증기압 등이 현재 국내 정유업계에서 생산되고 있는 수준보다 저급의 제품이 공급된다면, 연소과정에서 자동차 연소 장치, 배기 장치 등에 악영향을 미치며, 나빠진 배기가스로 인하여 대기질이 악화되며, 이로 인하여 국민들에게는 단순한 기관지염으로부터 암, 백혈병 등 각종 질병 유발도가 높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질병 유발도가 높게 되면, 계수화하기가 쉽지 않지만 치료비가 상승되며, 가계 경제가 악화되며, 사회적으로 폐단이 발생되며, 궁극적으로는 국민들 전체 삶의 질이 저하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석유제품 품질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이다.

따라서 석유 제품 품질 기준을 완화시켜서 저급의 수입제품을 공급하게 된다면, 가격의 인하요소도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단순하게 가격을 인하시키는 요인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가져다주게 될 것이다. 수입제품 공급에 따른 물류비용의 추가 발생 등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사회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마치는 말

만약 수입제품을 국내에 공급하기 위해서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품질기준을 완화시킬 경우, 이로 인한 사회적인 파장은 만만하지 않다.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담보하여 유가를 잡겠다는 것은 크나큰 시대적인 착각이며 잘못된 모험이다.

섣불리 유가를 잡겠다는 생각에, 정부가 강제적으로 석유제품 공급 시스템에 개입하게 된다면, 대기질 악화에 따른 여러 가지 폐단, 예상하지 못한 악영향 요소까지 감안한다면 사회적 파장은 클 것이다.

정유업계들이 자율적으로 가격 경쟁을 하도록 정부는 유도해야 할 것이며, 소비자 가격 인하를 위하여 오히려 세금 부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