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축구동호회

권형민 | 현대오일뱅크 지원팀 대리

현대오일뱅크 축구동호회는 축구사랑으로 똘똘 뭉친 현대오일뱅크 서울사무소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1995년 출범 시 회원은 20여명에 불과 했지만 지금은 회원수가 49명에 이르러 인원수로도 사내 동호회 중 으뜸이다. 현대오일뱅크 축구동호회는 회원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그 활동도 가장 왕성하다. 매주 토요일 오전 수도권 지역에서 타 회사 축구 동호회나 지역클럽과 함께 친선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보통 현대오일뱅크 사내 동호회들이 월 1~2회 정도 활동 하는 것에 비하면 독보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작년 현대중공업 가족이 되고 난 후에는 모회사인 현대중공업 축구동호회와의 교류도 더욱 활발해 지고 있는데,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와의 교류전에 이어 최근에는 용인을 방문하여 현대중공업 연구소 축구팀과의 교류전을 펼친 바 있다. 이렇게 활발한 활동으로 현대오일뱅크 축구동호회는 그 활약상이 일간신문에도 소개될 만큼 이목을 끌고 있다.

오일뱅크FC 동호회 회원은 2011년 갓 입사한 신입사원부터 임원에 이르기 까지 연령대도 직위도 다양하다. 2002월드컵 4강신화를 일구어낸 히딩크는 대한민국 축구의 가장 큰 문제점이 엄격한 위계질서라고 했다고 한다. 과도한 위계질서와 선후배간의 경직된 관계가 유기적인 경기의 흐름을 저해하는 것으로 지적하고 경기 시 선수끼리 편안한 호칭을 사용하고 적극적으로 의사소통 하도록 하는 것을 핵심전술로 사용했다고 한다.

보통 ‘현대’라는 기업의 문화는 선후배간 위계 질서가 확실한 군대문화를 떠올리기 쉽지만, 현대오일뱅크 축구동호회의 경기에서는 전혀 그런 점을 느낄 수 없다. 함께 축구를 하는 시간만큼은 나이도 직급도 없는 한 팀으로 몸으로 부딪히고 눈빛으로 소통한다. 경기 중간 쉬는 시간에도 후배 사원이 선배의 실수를 꼬집는 농담을 건네면서 한바탕 웃음꽃을 피운다.이렇게 땀으로 함께한 시간이 업무에서도 자연스럽게 연장되어 일의 성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동호회의 활동은 그저 운동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움직이는 활력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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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와 프리미어리그에는 있지만 오일뱅크축구동호회에는 없는 것이 있다. 현대오일뱅크축구동호회에는 인터시즌이 없다. 영하 20도의 혹한이든 영상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든 추우면 추운대로 더우면 더운대로 정점의 날씨를 즐기며 365일 매주 토요일 축구시즌을 즐긴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새로 입단한 신입 회원들에게 간혹 경기가 있느냐는 비상연락이 오고는 한다. 대답은 하나다. 토네이도가 오지 않는 한 상대팀과 약속한 경기는 반드시 치뤄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일뱅크축구동호회가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보통 친목을 위한 축구경기라고 하면 경기 짬짬이 막걸리를 나누는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오일뱅크축구동호회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어떤 스포츠이든지 부상의 위험은 따르기 마련인데, 경기 중 음주는 부상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경기 중 금주는 회원간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경기 후에는 양상이 조금 달라진다.

경기 후 뒷풀이 때문에 동호회 활동을 하는 직원들도 더러 있을 정도로 뒷풀이는 빼놓을 수 없는 일정이다. 몸을 부딪히며 한바탕 격렬하게 땀을 흘렸기도 하거니와, 보통 경기 종료 시간이 점심시간에 맞춰지기 때문에 경기 후에는 항상 인근 맛집을 찾아 끈적한 정을 더하는 시간을 가진다. 막걸리가 한 순배 돌면 회원 모두가 어느새 피붙이 같은 형님 아우가 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지만, 이때 만큼은 땀은 피보다 진하다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현대오일뱅크 축구동호회의 분위기가 이렇게 좋은 데에는 감독인 정용화 차장의 독특한 전술도 한 몫 하고 있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그의 전술은 이기는 경기가 아니다. 그는 경기를 하다가 선수들이 실수를 해도 화를 내는 법이 없다. 그러나 혼자 볼을 몰다가 빼앗기거나 옆에 다른 선수가 더 좋은 위치에 있음에도 골에 욕심을 부렸을 때는 꼭 짚고 넘어간다. 정용화 감독은 축구는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스포츠라는 것을 강조한다.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군대이야기와 군대에서 축구 한 이야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렇다면, 축구동호회 회원의 배우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회사이야기와 회사사람들과 축구 한 이야기가 당연할 수 있지만 오일뱅크 축구동호회 회원들의 가족은 다르다. 매년 가족을 동반해 각 지방으로 야유회를 떠나기 때문이다. 기억할 만한 동호회 가족 이벤트로 2009년 8월에는 고향이 강원도 양구군인 회원 가족의 초청으로 50여명의 가족이 양구군 천문대등 자녀들의 교육에도 보탬이 되는 관광과 함께 지역 사회인팀과 원정 친선경기를 가졌었다. 올해에는 태극기휘날리며, 자이언트 등과 같은 영상물이 제작된 영상테마파크를 구경하고 저렴한 가격에 한우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경남 합천군으로 떠나는 원정 경기가 계획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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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직장인들이 토요일 오전 시간에는 지난 5일간 미뤄두었던 잠을 몰아서 늦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필자 또한 그랬으니까.) 그런데, 토요일 오후에 정신을 차리고 나면 토요일 하루 시간이 그렇게 빨리 흘러가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주말에 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기대하고 있는 가족들의 성화를 듣기 일쑤다. 그런데, 현대오일뱅크 축구동호회 회원들은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하게 되니 토요일 하루가 그렇게 길어질 수가 없다. 동호회 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자고 있을 시간에 2~3시간 운동을 하게 되니 가족들과 함께 주말 시간을 함께 보내는 데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시간을 짜임새 있게 쓰고 있다는 뿌듯한 기분은 덤으로 챙길 수 있다.

축구라는 운동이 좋은 것은 시작이 간편하기 때문이다. 축구화, 정강이 보호대, 스타킹만 있으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 그나마, 요즘은 동호회 가입 회원에게 유니폼과 함께 정강이 보호대와 스타킹은 지급해 주고 있어 운동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데에 크게 신경 쓸 것 없이 간편하다.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학교 운동장이나 근린공원에 인조잔디 구장이 많이 조성되어 있어 거의 모든 경기를 인조잔디 구장에서 하고 있어서 딱딱한 운동장에서 넘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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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현대오일뱅크가 K리그 공식 스폰서를 맡은 만큼 현대오일뱅크 축구동호회도 단순히 축구를 즐기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노숙자 대표팀과의 자선 경기를 통해 사회적인 약자를 돌아보고, 지속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인연을 맺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축구라는 운동 자체가 주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축구 동호회 활동으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매력 덕에 현대오일뱅크 축구 동호회 회원들은 항상 토요일 오전 시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