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 도입과 수송부문의 세제개편 방향

조영탁 |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문제와 관련하여 탄소세 문제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의욕적인 중기감축 목표설정 하에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탄소세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기와 수준을 둘러싼 의견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세 도입은 불가피하다. 특히 수송부문은 발전부문과 함께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수송부문의 세제개편은 탄소세 논의의 핵심사안중 하나다.

하지만 고유가로 인해 수송용 유류세 인하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세수부담을 유발하는 탄소세 도입은 적지 않은 논란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왕에 탄소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를 계기로 기존 유류세의 과세수준 및 근거를 재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경제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탄소세 도입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과거에 책정한 사회적 비용(대기오염 및 혼잡비용)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그 동안 기술진전으로 자동차 연료소비가 유발하는 대기오염 배출이 많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혼잡비용은 자동차 보급확대로 다소 증가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KTX 개통, 대중교통의 확대, 도로확충 등의 완충효과를 종합하여 재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고유가의 상황 하에서 에너지소비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을 일시에 모두 세제로 반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수송용 유류의 탄소세 도입은 가능한 국민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측면에서 추가적인 세수부담을 유발하는 신규도입 방안보다 기존 세수의 범위 안에서 각 사회적 비용항목의 반영비율을 내부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탄소세 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현재 수송용 유류세를 개별소비세(일반세)와 탄소세(목적세)로 분할하는 방식으로 세수 부담을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탄소세 체계를 도입하고, 그 재원에 기초하여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다.

셋째, 에너지 소비의 사회적 비용을 세제에 모두 반영하지 못하더라도 이를 과세기준으로 활용함으로써 수송용 유류세의 복잡한 과세체계를 단순하게 합리화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세제를 명실상부하게 에너지와 환경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현재 수송용 유류보다 오염물질 및 탄소배출이 더 많은 유연탄에는 과세를 하지 않으면서 수송용 유류에는 과세가 집중되는 등 에너지세제가 환경오염에 대한 교정과세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는 했지만, 에너지 세제를 에너지와 환경을 위한 정책수단이라기보다 세수확보 수단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한편, 수송용 유류세 개편과 관련하여 국내 자동차 산업과 국가 에너지수급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수송용 유류세가 소비자 가격변화를 통해 소비자의 자동차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장기적으로 자동차 산업 나아가 국가 에너지수급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우선, 자동차산업과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친환경차 시장이다. 고유가와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차가 부상하고 있으며, 앞으로 자동차업계의 흥망성쇠까지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전기 자동차(PHEV 등)와 천연가스 자동차(CNG 및 HCNG) 등 친환경차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전기자동차의 경우 자동차의 기술이 전기차의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천연가스차의 경우 미래 수소시대를 대비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기적으로 볼 때 이들 차량의 높은 비용과 배터리 기술문제(PHEV)와 연료공급 인프라제약(PHEV, CNG)으로 국내외적으로 급속한 시장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에 비해 클린 디젤이나 풀 하이브리드는 연료공급 인프라 측면에서 유리할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 전망 역시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그 동안 이들 차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상대적으로 소홀한 경향이 있다. 이들 차량이 고가이고 국내 업체의 디젤 기술이 유럽업체에 비해 뒤져 있기는 하나 국제시장의 확대, 한-EU FTA를 고려한다면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보급지원이 필요하다'

수송용 연료와 관련한 국내에너지 수급 역시 감안해야 할 요인 중 하나이다. 현재 전통적인 수송용 연료인 휘발유, 경유, LPG에 더하여 천연가스, 전기 등이 새로운 수송용 연료로 부각되고 있다. 이들 연료가 모두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국내 수급상황을 고려하면 다소 차이는 있다. 천연가스의 경우 국내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수송용으로 적극 확대하기에는 다소 불안한 측면이 있다. 전력수급계획상 원전계획과 신재생발전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2010년대 전반에 걸쳐 발전용 가스수급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사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는 현물시장이 발달되어 있지 않고 경직적인 중장기계약을 통해 조달되기 때문에 물량 변동에 대한 유연성이 다소 떨어진다. 국내 천연가스는 당분간 수송용보다 발전용의 변동성을 완충하는 역할에 좀 더 치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송용 연료로서 전기사용 확대는 우리나라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의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전기자동차의 경우 기술상 애로와 인프라 문제는 차치하고 전원구성이 원전, 신재생에너지, 수력과 병행되어야 온실가스 감축의 효과가 배가된다. 우리나라 전원구성상 원전은 사회적 수용성과 송전망 문제로 불확실성이 높고 신재생에너지 역시 자연여건상 그리 풍부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전기자동차의 확대는 심야시간대의 석탄발전 증가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연료비는 유류보다 저렴해지겠지만 이산화탄소는 더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전기자동차의 국내 보급문제와 해외수출문제는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에 전기자동차 자체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지속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친환경차 시장과 국내 연료 수급상황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국내수급에 여유가 있는 경유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경유 역시 다른 에너지원과 마찬가지로 수입에 의존하기는 하나 석유의 경우 천연가스나 LPG보다 현물시장이 발달되어 있고 세계시장에서의 물량조정상 유연성이 있어 수급 안정성이 그나마 좋은 편이다. 따라서 경유를 클린 디젤 등의 친환경차의 보급확대와 연계하여 활용하는 것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디젤기술개발이라는 산업전략에도 부합하고, 국가에너지 수급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부차적이기는 하나 경유의 국내소비 초과분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줄인다는 의미도 있다.

이처럼 친환경차와 에너지수급 차원에서 경유 문제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첫째, 수송용 유류세를 넘어 자동차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소비자의 자동차 선택은 자동차의 구입비용과 연료가격 그리고 자동차세를 모두 포괄하는 총보유비용(Total Cost of Ownership)에 좌우되는데 상대적으로 다소 높은 디젤 차량의 구입비용을 생각하면 자동차세(취득 및 보유단계의 세제혜택이나 지원)가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둘째, 과거와 달리 수송용 유류의 도매가격이 싱가포르 현물시장에 연계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고, 특히 경유는 산업수요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어 국제시장가격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 이는 경유차 선택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을 유발하여 관련 차종의 보급에 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사회적 비용에 입각하여 수송용 세제를 결정하되 급격한 국제가격의 변동으로 인한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세제상 일시적인 완충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는 특정한 유류제품을 위해서라기보다 최종소비자가격간의 상대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바야흐로 전 세계적으로 고유가와 온실가스 감축규제로 에너지 세제, 자동차 시장, 수송용 연료체계 등 수송부문의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추세에서 예외일 수가 없으며, 새로운 변화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탄소세 문제는 단순히 유류가격에 탄소비용을 더하는 덧셈문제를 넘어 온실가스 감축, 국내 자동차산업, 국가 에너지수급간의 시너지효과를 유도하기 위한 곱셈문제이기도 하다. 그 곱셈문제의 해결 실마리는 바로 수송부문의 세제개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