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에 대한 소고(小考)

최연희_국회의원(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동해·삼척)

image최근 아프리카 지역의 정정 불안에 따라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입 의존도가 85%에 달하는 두바이유는 2년 5개월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브렌트유의 현물 거래가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주요 회원국인 리비아의 내전 양상으로 인해 세계 석유시장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지닌 우리나라는 유가 급등에 더욱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회복세를 보이던 우리 경제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국개발원(KDI)의 분석 결과를 보더라도 이러한 우려는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유가가 10% 상승하면 물가는 0.12%포인트 오르고, 소비는 0.12%포인트 감소한다고 분석되었고, 또한 총투자는 0.87% 낮아지고, 경상수지도 20억 달러 가량 악화된다고 예측된 바 있다. 실제 기업들은 고유가에 따른 비상경영체제를 도입하기 시작하고 있어, 경제악화에 대한 우려는 더욱 심각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지금의 상황이 배럴당 147달러에 육박했던 2008년의 초고유가 상황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구제역 파동에 전세난, 소비자물가 급등 등의 악재가 겹쳐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다 치밀하고 내실 있는 대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이 더욱 아쉬운 실정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고유가-경제불안의 악순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원유도입선 다변화, 해외자원개발, 적극적 에너지 수요관리, 대체에너지자원 개발 등 몇 가지 과제들을 위기극복의 주요 전략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 원유 도입선다변화는 석유산업의 효율적 운영은 물론 국가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는 다변화 대상지역의 생산 및 수출능력, 운임 및 수송거리 등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는 점에서, 민간기업 차원에서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데, 종래의 원유도입선다변화 지원금과 같은 대증(對症)요법 보다는, 자원외교 및 정부주도의 국가간 협력과 같은 근원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과 일본, 러시아와의 양자간 및 다자간 협력은 유력한 다변화 대상지역인 동시베이라 원유 확보를 둘러싼 수입국 간의 지나친 경쟁을 막고 도입선다변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현 정부 들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여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해외자원개발 정책이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예를 들어, 원유·가스 자주개발률이 2008년 5.2%에서 2010년 10%로 대폭 상승하였고, 민간기업들과 공기업들간의 자원개발 네트워크가 시너지를 불러올 수 있도록 구조적인 진화를 하고 있는 것 역시 해외자원개발에 더 큰 기대를 가지게 한다. 그러나, 희토류를 둘러싼 최근의 중국과 일본의 충돌 양상에서 보듯 세계적으로 자원무기화·자원민족주의 경향이 심화되고 있고,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블랙홀처럼 전세계 자원을 자국의 영향 하에 두고 있는 중국의 정책은 세계자원개발시장에서 우리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자원확보의 지상과제는 결국 더욱 많은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기에, 자원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더욱 치열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에너지 수요관리와 적극적인 에너지절약 실천이라는 수요정책은 도입선다변화, 해외자원개발 등의 공급정책에 대한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로 설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공급정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낼 수 있고, 무엇보다 비용절감의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더 큰 관심으로 시급히 추진해야만 할 것이다. 지난 겨울 이상한파로 연일 최고전력수요가 경신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각종 대책을 제시한 바 있지만, 에너지절약은 국민 개개인의 행동과 실천으로 그 성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결국 우리의 실천의지와 그에 따른 행동이 필수적이다. 정부도 보다 효과적인 정책과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들의 에너지절약 실천의지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석유자원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자원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전략은 석유 수급불안 해소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동 분야 세계 시장규모가 지난 5년간 연평균 28% 가량 성장해 왔고, 2020년에는 현재 세계 자동차산업 규모에 육박하는 1조원달러로 성장할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에 특화분야별 선도기업 육성을 통한 선택과 집중, 해외 선진기술 도입을 위한 국제 R&D 공조 강화, 해외진출 지원체제 구축을 통한 수출산업화 촉진 등에 정책적 역량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래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이러한 글로벌 고유가 상황은 석유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석유산업은 놀라운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왔다. 국내 원유 정제능력은 1964년 하루 3.5만 배럴을 시작으로 꾸준히 증가하여 2010년도에는 하루 285만 배럴에 이르러 세계 6위에 해당하는 규모이고, 2006년 이후 5년 연속 200억달러 이상을 50여개국에 수출하는 등 국내 석유산업은 주요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반세기 동안의 발전상을 공고히 하고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구축·실현하기 위해서 석유업계 관계자를 비롯한 정부와 국민 모두의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 여하에 따라 기후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원유부존량 감소, 유가의 불확실성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석유산업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