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에너지 관련 세제의 발전 방향

김승래_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1970∼80년대의 주종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던 석탄이 석유로 전환된 이후 석유에너지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석유산업은 기후변화라는 새로운 대응의 시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적 온실가스규제 강화에 따라 2009년에 온실가스 중기 감축목표를 2020년 배출전망치(Business as Usual; BAU) 대비 30%(또는 2005년 실적치 대비 4%) 감축으로 확정함으로써, 이제 부문별로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수단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온실가스 저감수단 및 관련 기술개발을 중심으로 세계시장이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는 시점에서 친환경 세제개편(환경세, 환경친화보조금 등)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최근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각도에서 친환경 세제개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탄소세를 도입하거나, 자동차 보유에 대해 부과하는 자동차세와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2005년 교토의정서가 발효된 것을 계기로 환경보전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더욱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10위(2005년 기준)와 그 증가율이 세계 1위인 우리나라는 향후 어떠한 형태로든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추세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에너지 관련 과세체계가 복잡할 뿐만 아니라 특정 용도에 지출이 너무 치중된 목적세적 성격으로 인해 재정운용의 비효율성을 초래하여 왔다. 경제의 여러 부분에 걸쳐 에너지 관련 비과세 조치 및 각종 감면이 많이 존재하고, 수송부문의 교통에너지환경세의 경우는 선진국과 비교하여 낮지 않은 과세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경직적인 목적세로 운영되어 왔다. 특히 에너지조세체계가 에너지 소비절약이나 환경부하 경감보다는 교통부문 지원, 일부 산업지원 및 지역균형발전 지원 등을 위해 매우 복잡하게 운영되고 있어 사회적 비용이 경제활동에 제대로 내재화되는 과정이 불분명하였다. 그리고 수송부문 이외의 산업, 발전부문 등 기타부문에서는 에너지 가격의 현실화가 매우 부족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소비절감이나 에너지 효율성 개선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환경관련 세제는 시장기능과 외부성 교정기능에 더욱 충실하도록 관련 정책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커지고 있다. 향후의 세제개편 방향은 에너지세제의 탄소저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에너지원별로 세율에 환경오염·온실가스배출 등 각종 사회적 비용을 최대한 반영해 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탄소세(환경세) 도입 등 친환경 세제개편 추진

우리나라는 2008년 새정부 출범이후 성장동력 확충을 위하여 소득세·법인세 인하 등이 이미 추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환경세를 신규 도입할 경우 유럽의 조세중립적 차원의 직접세에 대한 추가적 인하는 다소 점진적이고 중장기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부 유럽국가들은 과도한 소득세 부담의 인하와 더불어 환경세 강화라는 조세전반적 세제개편을 추진한 반면, 우리나라는 직접세 인하와 별도로 친환경 세제개편이 저탄소 녹색성장 대책과 연관되어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에너지원별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탄소세의 형태로 가격 체계에 반영하여 탄소배출을 억제하고 녹색성장 투자의 재원 마련 차원에서 점진적으로 에너지세제의 광범위한 개편을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탄소세 도입을 고려할 경우 유럽국가들이 탄소세 도입 당시 소득관련 세제의 세수 비중이 높았던 반면, 우리나라는 유럽국가들과 비교해서 직접세의 비중이 높은 편이 아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높은 직접세의 감세와 함께 환경세 강화를 추진한 일부 유럽국가들의 세제개편 방식과는 다소 다른 우리나라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한다면, 일단 초기에는 직접세 인하와는 별도로 환경세 도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탄소세 도입 이후 중장기적으로 세율의 점진적 강화나 물가연동이 필요할 경우 유럽의 사례에서와 같이 개인소득세, 법인세 등 소득관련세 인하나 사회보장기여금 완화와 적극 연계하는 전반적 세제개편 차원의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가령, 탄소세 도입 지연의 사회적 비용과 탄소 예상가격에 따른 적정 세수 규모를 감안하여 초기의 도입단계에서는 GDP 대비 낮은 규모로 탄소세를 신설하고, 향후 탄소세의 점진적 강화 시 소득관련 세제 감세와 병행하여 직접세에서 환경세로 세부담을 이동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 에너지세제에 대한 환경친화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에너지 관련 세제를 환경세로 통합·개편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기존의 교통에너지환경세 및 에너지 관련 개별소비세는 점진적으로 환경세로 통합해 나가며, 에너지과세는 비수송부문으로 그 세원을 확대하여 에너지 전반에 걸친 상대적 세율구조를 환경피해의 각종 사회적 비용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할 것이다.

한편, 온실가스 감축의 에너지 수요관리 방안 중에서 환경세 부과와 관련 녹색재정의 추진은 배출권거래제와 함께 경제전반적으로 비용효율적 정책수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의 경우는 제도설계에 따라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거래비용이 높고 이산화탄소 감축비용에 수반된 불확실성이 상당히 크다. 반면, 탄소세는 그 적용대상이 광범위하고 행정비용이 적으며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높고 세수 재활용을 위한 재원확보가 용이하다.

배출권 거래제는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국제적 대세이므로,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경우에서처럼 환경세와 배출권거래제를 적절히 혼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낮은 세율로 광범위한 영역에서 환경세를 도입하고, 기존의 환경유해보조금 제거, 가스 및 전력부문의 에너지가격 원가연동제, 업종별 온실가스목표관리제 및 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 등 각종 비세제적 정책수단의 실행시기와 적절하게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경제전반의 친환경 세제개편은 경제주체들의 온실가스 저감과 녹색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비세제적 정책수단들의 정책실효성 제고 및 관리 수단으로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친환경 세제운용에 따른 특정부문 지원 강화 필요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환경세 강화와 더불어 그린카, 친환경 상품 및 녹색투자 활성화를 위한 각종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각종 부담금 및 보조금을 보다 기후변화 대응적으로 보완·개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자동차 관련 개별소비세는 승용차에 한정하여 과세되고 있으나, 자동차 수요의 각종 외부비용(혼잡비용, 도로파손 등)을 엄격하게 반영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비승용차 부문으로 과세대상을 확대하고 과세방법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한시적으로 그린카 등 에너지효율적 차량에 취·등록세 감면이나 면세ㆍ보조금 등 각종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근본적으로 자동차 세제를 배기량이 아닌 CO2 배출량 등급 및 연비효율 기준에 기초하여 세제개편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친환경제품(환경마크, GR마크 등)에 대한 세제 감면 조치 강구하고 친환경건물(그림홈, 그린빌딩 등) 및 자산에 대한 취·등록세 및 보유세 감면 등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에너지절약, 청정생산시설. 환경보전설비, 신재생에너지 투자 및 R&D 등의 세액공제율의 대폭 확대 및 영구화를 고려할 필요도 존재한다.

한편, 국제환경규제의 강화에 따른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예산 확보를 위한 각종 부담금, 부과금 제도에 대한 정비와 개선도 요구된다. 환경관련 각종 부담금은 조세로의 전환, 기존 부담금간의 통합, 행정벌로의 전환, 사용료로의 전환 등으로 구분하여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일반회계에서 수행할 사업이나 조세와 성격이 유사한 부담금은 일반세금으로 전환하여 부담금과 특별회계의 연계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특정 공익사업 비용조달보다는 전반적 환경재원의 확보목적이 큰 부담금은 조세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사 부담금은 통폐합하여 부담금 개수는 줄이고 부담금당 징수액은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오염배출 에너지원에 대한 면세 및 환경유해보조금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저탄소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위한 환경친화보조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신규 환경세 도입이나 환경세적 기능 강화로 발생하는 추가적 세수는 신재생에너지기술, 에너지효율 기술 및 환경산업 육성 등 각종 기후변화대책의 재원(재정지원, 세제 인센티브)에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이러한 세수는 환경세 강화에 따라 기존 에너지다소비 국가전략 수출업종의 국제경쟁력 유지를 위한 법인세나 고용지원 부담 완화 등의 각종 세제지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 외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하여 직접보조 등 재정지출 확대를 위한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탄소세의 근본적 강화를 기타 개인소득세, 법인세, 사회보장기여금 등 소득관련 세부담의 완화와 직접 연계하여 추진함이 바람직하다.

특히 탄소세 도입이나 기존 에너지세제를 강화할 경우, 단기적으로 국제경쟁력 저하의 우려가 있는 업종의 체질 강화를 위한 관련 세제지원의 병행이 필요하다. 탄소세도입은 산업부문의 경우 오염저감의 정책 목표에 따라 배출권거래제, 목표관리제, 배출 및 효율 기준의 강화 등과 같은 비세제적인 정책수단과 적절하게 병행하여야 할 것이다. 가령, 기간산업인 철강, 금속소제, 석유화학, 비철금속, 자동차ㆍ조선, 전기전자 등 업종별 배출권거래제나 목표관리제의 이행(CDM, 공정효율화, 기타 감축ㆍ적응 노력) 실적을 환경세 도입 및 강화시의 각종 세제 혜택이나 경감조치와 적극 연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친환경 에너지세제의 강화로 필수재로서 에너지소비의 특성 상 소득계층간 다소 역진적인 성격은 에너지복지 재정지원의 강화를 통해 보완해 나가야 한다. 기초에너지사용권 확립, 소득재분배 및 사회적 형평성 제고를 위해서 세율조정보다는 오히려 세출부문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효과적 직접지원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이 우선시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저소득층 보호 및 민생대책을 위하여 에너지 바우처제도, 생계형 사업자 유가 보조금, 기타 에너지복지 프로그램 확대 등 재정지원의 강화를 통해 보완해 나가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시한(2020년)이 10년 밖에 남지 않아 구체적인 감축수단을 조기에 실행할 필요가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저탄소 사회를 위한 경제전반의 체질 강화와 인프라 구축을 위하여, 조기에 친환경 세제개편을 효과적으로 시행하여 중장기적으로 국민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정책은 국가경제의 에너지효율성을 제고하고 친환경기술의 개발·보급을 더욱 촉진하여, 급팽창하고 있는 녹색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수출전략화 및 선점에 기여하고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후생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