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현_대한석유협회장
친애하는 석유산업 가족 여러분!
올해는 대한석유협회가 창립된 지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대한석유협회는 그동안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석유산업의 발전을 위해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지난 이립(而立)의 성상동안 협회의 올바른 기능 정립과 성장을 위해 성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회원사와 정부, 그리고 각계각층에서 애정과 질책을 보내주신 많은 관계자와 조언자 여러분에게도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협회는 70년대 중후반 국가경제의 근간을 흔들었던 1차, 2차 석유위기로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에 창립되었습니다. 국가 존립에 필요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안정적인 석유공급이 절실했던 상황에서, 난국타개의 구심점이자 업계 현안 해결을 위한 협의기구로서 협회는 출발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크고 작은 분쟁과 위기를 겪으면서도 우리 협회가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생활 향상에 기여하는 사업자단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온 데 대해 커다란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석유산업이 시작된 1964년, 하루 2만배럴에 불과했던 석유소비량은 230만배럴로 늘어 세계9대 석유소비국이 됐고, 하루 3만5천배럴의 원유 정제능력은 현재 300만배럴에 육박해 세계 6위의 명실상부한 석유강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석유산업이 국가기간산업의 역할에서 확장돼 세계시장을 개척, 매출액의 60%를 수출로 벌어들이고, 2006년 이후 5년 연속 200억달러 이상을 50여개국에 수출하는 등 주요 수출산업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불모지에서 석유산업 태동 반세기만에 석유산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정도로, 세계가 경험하지 못한 탁월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눈부신 국내석유산업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최근 석유산업을 둘러싼 국내외의 환경은 크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닥쳐오는 일련의 변화는 단순한 시대의 변화라기보다는 경쟁의 패러다임 자체가 급변하는 위기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석유산업은 2000년을 전후로 커다란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1997년 ‘석유산업 자유화 조치’로 우리는 국내외 시장에서 해외 석유제품과 무한경쟁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업계는 핵심산업의 지속적 투자, 마케팅 및 조직운영의 효율화, 수출전략 강화 등 경쟁력 제고에 힘써 왔습니다. 그러나 내수시장은 IMF 금융위기가 발생한 1997년 7억9천만배럴을 정점으로 계속 정체되고 있고, 수출 또한 최근 중국․인도․중동국가들의 설비 신․증설과 수요감소로 시장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산업자유화이후 영업이익(정유부문)이 기껏해야 1~3%대에 머무르고 있고, 2009년에는 정유업 사상 최초로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경영실적에 여실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영업이익이 8~10%대에 달하는 해외 메이저 및 주요 국내 상장기업과 비교하여도 현저히 낮은 상황이며, 향후 투자재원 확보는 커녕 산업의 존립마저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제업의 수익모델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가의 불확실성이 심화되어 안정적인 경영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2002년 이후 신(新)고유가시대를 맞아, 국제 금융시장의 파생상품이 되어버린 석유는 2008년 8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0달러를 기록한 후, 같은 해 연말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배럴당 30달러대로 폭락하는 믿기 힘든 롤러코스터 장세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들어 세계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배럴당 80달러대에 머무르고 있으나, 유럽의 재정위기, 위안화 절상으로 불거진 주요국의 환율갈등과 같은 불안요소가 잠재해 있습니다.
최근의 유가변동은 생산량 및 재고와 무관하게 수급외적 요인에 좌우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중국․인도․베트남 등 신흥국가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수요팽창, 이란의 핵개발을 둘러싼 정세불안, 국제적 투기자금의 시장개입 등 유가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이 산재해 있어, 급변하는 시장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 강화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석유산업은 또 기후변화에 대처한 세계적 온실가스 감축 경쟁 속에서 화석연료의 비중을 낮추어야 한다는 명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정부도 이러한 세계적인 패러다임 하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비전을 제시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석유산업은 2012년부터 도입될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2020년까지 BAU대비 30%로 설정된 온실가스배출 감축목표와 같은 국가전략에 부응해야하고,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청정에너지와 녹색기술을 통한 신성장동력 모색에 전력을 기울여야할 상황입니다.
친애하는 석유산업 가족 여러분!
우리는 이제 한 시대의 큰 성공을 뒤로 하고, 또 다른 도약의 분수령에 서 있습니다. 그 동안 무에서 유를 창조한 소중한 경험과 향상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여러 과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우선, ‘저탄소 녹색성장’의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석유업계는 그동안 청정에너지시대를 대비하여 석유제품의 환경품질기준 향상에 힘써 왔고, 그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이루어 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클린디젤하이브리드버스 개발과 같은, 연료와 자동차 모두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연구개발사업을 적극 추진해 왔습니다. 정부 역시 환경친화자동차에 클린디젤자동차를 포함시키고, 5조원대에 이르는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클린디젤은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연비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입니다. 우리 업계는 클린디젤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적극 실천하여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해야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에너지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향후 에너지원의 형태가 지금의 화석연료 중심에서 다른 에너지원으로 이동할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세계의 온실가스 감축경쟁, 자원전쟁, 석유자원의 고갈, 급변하는 국제유가, 국제정세 등을 감안해 본다면 대체에너지 확보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과제이며 이를 위하여 가장 노력해야 할 주역은 바로 우리 업계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에너지 시대를 선도하고 국제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대체에너지 개발과 투자에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효율성을 추구하고 고부가가치창출을 위한 합리적인 사업다각화를 모색해야합니다. 우리 업계는 고도화시설 투자를 통해 올해 고도화비율을 18%로 끌어 올렸습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 평균 48%에 비하면 아직 미진한 수준입니다. 중질유 수요가 감소하고 경질유 수요가 증대되고 있는 석유시장 환경에서 고도화 시설의 확충은 경쟁력강화를 위한 요체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이미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베트남 등 신흥국에 진출하고 있는 정유기술 제휴사업을 확대하여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자원개발사업 활성화와 석유화학부분 강화 등의 사업다각화를 통해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역량강화에 한층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석유산업 가족 여러분!
위기는 기회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러한 난제들을 극복하여 재도약으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모든 역량과 지혜를 모아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속에서 석유산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정부와 국민들에게 상호이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일에 더 한층 힘써 나가야겠습니다. 석유산업 전반에 걸친 석유정책과 이슈 해결을 위해 각자 맡은 바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고 배전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지난 반세기와 같이 앞으로도 국가경제발전과 국민생활증진에 핵심적인 역할을 지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석유는 미래에도 차세대 대체에너지와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석유산업이 국민생활 증진과 국가경제의 견실한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여러분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