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하게 하늘을 가르는 야구공과 함께 스트레스도 저 멀리~
SK에너지 야구동호회 「SK Reds」

글 | 김정민_SK에너지 R&M전략기획팀 과장

image

흔히 스포츠는 ‘보는 스포츠’와 ‘하는 스포츠’로 나뉜다고 한다. 온 몸을 부딪히며 땀 흘리는 즐거움과 숨죽이며 지켜보는 박진감. 축구가 두 가지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는 스포츠라면, 과거 야구는 ‘보는’ 쪽에 좀 더 가까웠지 않았나 싶다.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공 하나만 던져 주어도 성립할(?) 수 있는 축구와 달리, 최소한 글러브 너댓 개에 방망이, 그리고 포수 마스크 정도를 갖춰 10명 넘는 사람이 모이는 것은 쉽지 않았을테니.

image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WBC 준우승과 북경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연예인 야구팀을 주제로 작년부터 방영중인 모 TV 프로그램 등등을 굳이 얘기하지 않더라도, 이제 주말이면 서울시내 운동장과 공원 곳곳에서 야구 시합을 지켜보는 일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게 되었으니 말이다. 참고로 올 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약 1,000여팀, 전국적으로는 약 5,200여개의 팀이 전국 사회인야구 연합회에 등록되어 활동중이라고 한다. (미등록 상태로 활동하는 팀까지 합하면 총 1만개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SK에너지 본사 야구동호회 「SK Reds」는 최근의 붐을 타고 만들어 진 동호회는 아니다. 80년대 초반부터 활동 기록이 남아 있으니 아마도 탄생한 지 30년은 족히 넘지 않았을까. 손꼽히는 사내 장수 동호회 중 하나이다. 현재 동호회원은 모두 22명. 가사와 업무 등등 불가피 한 일정이 있는 몇몇 회원을 제외하고 열 다섯명 남짓 붉은 유니폼의 Reds 동호회원들이 일요일마다 운동장에 모여 함께 뛰고 있다.

현재 SK Reds는 서울시 대표 사회인 야구 리그중 하나인 「한강리그」에 참여하고 있다. 한강리그에는 10개의 산하 조별리그와 총 142개팀이 있는데, 각 리그별로 연간 13~14 게임 정도를 소화하고 있다. 3월에 시즌을 개막하면 격주 정도로 시합을 치루고 10월 정도에 일정이 끝나게 된다. (비가 오거나 운동장 사정으로 종종 시합이 연기되어 실제 11월이 지나서 겨울에 리그가 끝나는 경우도 있다) 그밖에 매년 가을이면 SK 전 그룹사가 참여하여 당일 토너먼트로 열리는 SK그룹 행복날개 야구대회와, 시즌 종료 후 본사와 울산CLX, 인천CLX 야구 동호회 세 팀이 함께 모여 친목을 도모하는 SK에너지 야구 교류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행복날개 야구대회에서는 4강 이상에 오를 경우 SK와이번스 김광현 선수가 강속구를 뿌려대던 바로 그 자리, 인천 문학야구장 마운드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image

되돌아보면 작년 한 해는 SK Reds 동호회 역사상 가장 뜻 깊은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사실 승리만을 위해 치열하게 뛰는 대부분의 다른 팀들과 달리, Reds는 성적보다 운동장에서 뛰는 즐거움과 고른 참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컸었고, 자연스레 성적도 리그 중위권 정도에 만족해야만 했었다. 그런데, 2009년 성적은 10승3무. 3~4년전부터 활동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경험이 붙은 신참들의 활약과 투수와 수비 안정을 바탕으로 당당히 한강리그 루키E리그(3부)에서 무패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우승이 확정되는 바로 그 순간 - 익히 짐작할 수 있겠지만 - 동호회원 모두가 엄청난 환호성과 더불어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짜릿한 희열을 맛보았다. 과연 회사를 다니면서 업무 외적으로 이만큼 성취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더 있을까. 참으로 소중한 추억이었다.

모든 스포츠에는 그 성격과 참여하는 사람의 자세에 따라 나름대로 얻을 수 있는 효과와 장점의 차이가 있다. 지구력 또는 유연성에 도움을 주는 스포츠,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정신 수련의 효과를 주는 스포츠, 단순한 레져의 성격을 지녀서 일상 생활을 환기시켜 주는 스포츠 등등. 그럼 과연 야구의 장점은 무엇일까. 각자 다를 수 있는 결론이겠지만, 감히 “야구의 장점이자 매력은 바로 팀 정신 (Team Spirit)”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자기의 영역과 역할(Position)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스포츠이다. 거기에 더해 목표(득점)를 달성하기 위해 - 홈스틸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 반드시 다른 이의 지원 또는 희생이 필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나만 혼자 잘해서는 부족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실수에 서로 어깨를 토닥여주고 파이팅을 외치며, 내가 맡은 부분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팀 전체가 하나가 되는 야구만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내가 라인업에 들지 않았더라도 넓은 운동장 한 켠 벤치에 앉아 소리치고 응원하며 일상 생활의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또 하나의 덤일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어렸을 적 추억으로만 묻어두지 말고, 맥주 한잔에 프로야구 중계를 시청하는 즐거움에만 그치지도 말고, 친구와 동료와 가볍게 캐치볼이라도 시작해 보심이 어떨런지. 108개 매듭의 흰 공을 쥐고 던지는 순간 또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될 테니.

주변으로부터 야구에 대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세 가지…

질문 하나,
사회인야구 실력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돈이 많이 들지는 않나요

팀 마다 실력은 천차만별 입니다. 사람마다 야구 내공(?)의 차이가 꽤 크죠. 특히 중고등학교 선수 출신인 경우 투수로 공을 뿌려대면 어지간해서는 타석에서 파울볼 만들어내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선수출신은 보통 한 팀에 두 명 정도로 제한하고, 40살 이상부터 마운드에 설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있습니다. 선수 출신 포함여부, 나이, 경력 등등에 따라 수준차가 크므로 사회인 야구 리그는 1, 2, 3부로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TV 방영중인 연예인 야구단은 - 제 사견이지만 - 2부 리그 중간급 수준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될 것이 유니폼, 모자, 글러브, 신발 정도입니다. 특히 글러브와 신발은 가격대가 다양한데, 초보자라면 10만원 미만의 저가 제품도 괜찮다고 생각됩니다. 일단 사회인 야구 활동에 익숙해진 이후에는 고가의 장비 욕심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결국 어떤 제품을 살 것인지는 각자 스스로 판단하셔야겠죠? (참고로 금연 선언하고, 그 돈으로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시는 분도 보았습니다 ^^)

질문 둘,
사회인야구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직접 팀을 조직하려는 경우 비용도 상당히 들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각 지역내 여러 아마추어 리그들이 많으니, 홈페이지나 카페 등에 들러서 직접 상담하고 수준에 맞는 리그를 찾아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 연간 리그 구성을 전년도 12월 정도에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알아보셔야 합니다. 참고로 드문 일이긴 한데 요즘 사회인야구 붐을 등에 업고 가입비만 챙긴 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일부 리그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일단 운동장이 제대로 확보되어 있는지는 꼭 미리 파악해 보셔야 하고, 가급적 역사가 좀 있고 인터넷에서 평판이 괜찮은 리그를 찾아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반면 개인적으로 야구를 하고 싶으시다면 우선 적당한 동호회를 찾아 보셔야겠죠. 특정 회사나 학교 출신 등으로 구성된 야구단 외에 순수 지역 동호회, 친목 성격의 야구 동호회 등도 많으므로 직접 개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접촉해 볼 수 있겠고, 야구를 하고 있는 지인의 소개, 야구 장비 전문업체 소개 또는 리그 운영인이나 집행부 요청을 통한 소개 등등의 방법도 있습니다. 글러브 등 야구 장비는 대부분 동호회가 한 두 업체를 지정하여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리 고가의 장비를 사실 필요는 없고, 동호회 가입 후 본인에게 맞는 장비를 마련하셔도 됩니다.

질문 셋,
지금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야구 좀 하십니까?

훕. 30~40대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소시적 공터에서 공 좀 던져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겁니다. 어쩌다 회식 와중에 야구 얘기가 나올라 치면 어렸을 적 다 닳은 미루나무 방망이로 멀찍히 건너편 3층 유리창을 깨뜨렸다는 타격 실력과, 힘껏 공을 던지면 1루에서도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확인할 수 없는 얘기들이 확대 재생산 되기도 하지요. 저도 사실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입니다. 다만, 어렸을 적 이후 대부분 야구가 ‘보는 스포츠’로 바뀌게 되는 것과 달리 저는 야구와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있었습니다. 야구 좋아하는 친구들과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쭉 주말이면 캐치볼을 꾸준히 해왔던 것이지요. 그 덕분에 아직도 어깨가 조금은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10년 남짓 사회생활의 무게가 몸으로 드러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투수로 뛰는 모습을 처음 지켜 본 모 선배님 왈 … “너 공 던지는 모습 보니, 꼭 오서 코치가 아이스 쇼 하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