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상반기 석유제품 수급동향과 전망

- 석유제품의 수출을 중심으로 -

글 | 정진규_한국석유공사 국내석유동향팀장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석유제품의 수급은 수요측면에서는 예상을 뛰어 넘는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감소하고 세계경기의 회복 흐름과 함께 국제석유시장의 여건이 다소 개선되면서 수출이 회복되는 듯 하였으나 여전히 감소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공급 측면에서는 내수 감소와 함께 수출수요 또한 감소함으로써 제품 생산이 줄어든 반면 수입은 석유화학산업의 호황에 따른 납사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래에서는 석유제품의 수출입을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의 수급동향과 향후 하반기의 전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 석유소비는 2분기 연속으로 줄어

지난 7월말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동기대비 7.6% 증가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전망치 7.4%에 비해서 0.2%p 높은 눈부신 성장이다.

일반적으로 석유를 포함한 대부분의 에너지소비는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경제가 성장하면 에너지 소비도 증가한다는 것이 거의 공식이었다. 상반기 총에너지 소비가 전년동기대비 8.9% 증가한 129.5백만TOE를 소비함으로써 경제성장률 7.6% 보다 초과하면서 과거의 실적과 마찬가지로 경제성장과 에너지소비는 정(正)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 시켜주었다.

LNG는 산업용 도시가스 수요가 크게 늘면서 전년동기대비 33.7% 급증하였고, 석탄은 석탄 화력발전 증가 등으로 16.7% 증가하였으며, 전력은 경기회복에 따른 산업생산의 개선과 수출호조 등으로 산업용, 가정용 등 모든 부문에 걸쳐 수요가 늘면서 전년동기대비 11.3% 증가하였다.

석유만 예외였다. 전체 에너지소비에서 비중이 가장 큰 석유는 지난 1분기 0.1% 감소한데 이어 2분기에도 0.7% 감소함으로써 상반기 전체적으로는 0.4% 감소한 389,932천bbl을 기록하였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정반대의 결과로 나타났던 것이다.

석유화학, 발전 등 주로 전통적인 석유다소비업종이 경제성장을 주도하던 시절에는 경제성장과 함께 석유소비도 증가하였으나, 올해에는 IT, 자동차 등 석유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산업이 성장을 이끌면서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석유소비는 2분기 연속으로 감소하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남으로써 우리나라 산업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온 것으로 풀이 된다.

전년 하반기부터 감소한 수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해

2009년 상반기까지 정유사의 적극적인 시장개척과 환율효과에 힘입어 수출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하반기부터 세계경제의 위축과 석유수요가 부진한데다 환율효과까지 사라지면서 수출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올해에는 경기회복세로 인해 재고가 감소하고 달러약세에 기인한 유가상승으로 특히 2분기로 들면서 경유 등 중간유분의 강세로 아시아지역의 정제마진이 예상외로 강세를 보였고 인도네시아 Cilacap 정제시설 등의 예상치 못한 가동중단 등에 힘입어 2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8.5% 증가하였으나 1분기의 12.5%의 감소로 인하여 상반기 전체적으로는 2.1% 감소를 기록하였다.

제품별로는 휘발유는 경기회복세로 인한 미국의 수요증가와 인도네시아의 일시적인 정유시설 중단으로 인하여 10.4% 증가하였고, 납사와 아스팔트는 중국의 고성장에 따른 수요증가에 힘입어 각각 16.0%, 15.1% 크게 늘었다. 수출비중이 가장 높은 경유와 항공유는 역내 과다공급으로 인하여 각각 4.7% 및 6.7%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 수출이 감소하게 되었다.

< 석유제품별 수출 현황 >

(단위 : 천b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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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로는 중국으로는 납사 수출이 크게 늘면서 4.2% 증가한 35,084천bbl을 수출하여 전년에 이어 부동의 1위를 차지하였고, 인도네시아는 예상치 못한 정제시설 중단으로 인하여 휘발유와 경유 수요가 크게 늘면서 154.3% 급증한 19,120천bbl을 기록하여 싱가폴을 제치고 단숨에 제2위의 수출시장으로 급부상하였으며, 아시아와 유럽의 석유거래 중심지인 싱가폴과 네덜란드는 물량 과다공급의 영향으로 각각 51.9%, 72.1% 급감하였다. 경기회복세에 접어든 미국에는 휘발유와 항공유가 수요가 크게 늘면서 82.7% 급증한 18,975천bbl을 수출함으로써 세 번째로 큰 수출시장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생산은 6분기 연속으로 감소후 2분기 들면서 상승으로 바뀌어

국내 석유제품 생산은 내수와 수출이 모두 감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정제시설의 정기보수의 영향으로 인하여 전년동기대비 1.2% 감소한 451,635천bbl을 기록하였다. 1분기에는 다소 큰 폭인 4.9% 감소하면서 2008년 4분기부터 시작된 생산의 감소추세(전년동기대비)가 올해 1분기까지 아어지면서 6분기 연속으로 감소추세를 이어갔다. 2분기 들면서 수출수요가 살아나면서 2.8% 증가함으로써 생산의 감소추세에 종지부를 찍음으로써 상반기 전체적으로 감소 폭을 완화시켰다. 원유처리량은 419,236천bbl로 0.3% 감소하였고, 가동율 또한 81.2%로 0.2%p 하락하였다.

제품별로는 내수와 수출 수요의 뒷받침으로 휘발유가 4.9%로 가장 많이 증가한 가운데 납사의 안정적인 수요로 인해 상대적으로 화학원료용 수요 감소와 가격상승에 따른 차량연료용 수요도 줄면서 부탄은 25.5% 감소하여 가장 높은 생산 감소율을 보였다.

납사와 프로판 쌍두마차가 수입증가를 이끌어

납사는 2009년부터 이어온 석유화학산업의 업황 호조로 인한 화학원료용 수요 증가와 6월 들면서 납사의 국제가격이 하락하며 재고물량 확보를 위한 수요증가에 힘입어 전년동기대비 11.0% 증가한 97,136천bbl을 기록하였고, 프로판은 5월까지 지속된 예상치 못한 추위로 인하여 난방용 저열량 LNG의 열량조절용 수요가 크게 늘면서 12.8% 증가한 18,569천bbl을 수입하였다. 한편 국제유가 상승으로 B-C유의 발전단가가 LNG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지자 발전부문에서 B-C유의 수요가 급감하여 상반기 전체적으로 석유제품의 수입은 6.6% 증가한 142,887천bbl을 기록하였다. 이로써 석유제품 수입은 2009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전년동기대비 6분기 연속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반기 역내 증설추가로 공급과잉 우려되나, 각국의 경비부양 의지는 희망적

2010년을 맞으며 각국의 확장적인 경기부양정책으로 수요를 뒷받침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위험도 줄어들면서 세계경제는 성장세로 전환되며 재고가 감소하고 달러 약세로 인한 석유제품 가격이 예상외로 호조를 보인데다 인도네시아 등 일부 역내 국가들의 예상치 못한 가동중단 등으로 일시적인 수급차질이 발생하는 등 아래 싱가폴 시장의 정제마진 추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제마진이 개선되면서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2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8.5% 증가하는 등 희망의 기운이 불안한 마음을 나름대로 누그러뜨려 주는 시기였다.

< 싱가폴 시장의 정제마진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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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 IEA

그러나, 7월 들면서 세계경제의 어두운 분위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남유럽 국가의 재정불건전 문제가 어느 정도 진정된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기대되었으나, 그동안 세계 경제의 버팀목인 미국의 경기회복을 견인해 온 제조업지표 둔화로 다시 경기침체의 우려가 확산되고, 세계의 성장엔진 중국마저 성장이 예상외로 둔화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세계는 더블딥에 대한 걱정을 더해가며 금융시장이 공황 일보직전까지 가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였다.

업계에서는 아시아지역의 정제마진이 예상외의 강세 덕분에 지금까지 선방하여 왔는데 역내 약 40만b/d로 추산되는 정제설비 증설로 인해 앞으로 걱정스럽다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7월 들면서 수출은 다시 활력을 잃고 감소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수출이 전월대비 7.8% 감소하였고 전년동월대비 1.2%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세계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낙관론에서 다시 비관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지만, 최근에 발표한 각국 정부의 추가 부양의지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리 낙담할 필요까지는 없어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그간 재정적자로 인해 추가 경기부양에 미온적이었던 일본이 추가 경제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고 중국 또한 이르면 다음 달 9월 중에 내수부양을 위해 수입을 늘리는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각국이 출구전략의 시행을 미루고 있다. 이렇게 각국의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가 다시 강화되고 있는 한 세계경제의 더블딥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출이 회복될 가능성이 많지는 않겠지만, 각국의 추가 경기부양정책으로 세계경기가 어느 정도 활력을 되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우리 석유산업에도 다소 훈훈한 바람이 불어오지 않을까 기대도 할 수 있는 분위기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