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연료인 클린디젤에 지원 확대해야
글 | 홍창의_관동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10년 8월 9일, 서울 행당동에서 천연가스(CNG) 시내버스의 가스통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그리고 채 일주일도 안 된 15일에는 서울 숭인동에서 버스의 타이어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후자의 타이어 사고도 혹시 CNG 폭발이 아니었나? 하는 초기의 혼동과 두려움이 있었다. CNG에 대한 불안감은 다른 원인으로 인한 시내버스 사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식으로 시내버스 공포증이 이제는 대중교통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중교통의 연료선택에 관한 역사를 돌아보면, 통합적이고 합리적인 사고에 의한 변천보다는 무언가에 쫓기듯이 유행처럼 급진적이고 전면적으로 개편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2차 오일쇼크 이후 1982년 택시는 액화석유가스(LPG)로 전면 교체되었다. 그 이유는 가격 때문이었다. 서울시의 경우, 2000년도 이후 경유 버스 대부분은 CNG 버스로 교체되었다. 지방은 CNG 버스 교체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다. 버스 교체이유는 환경 때문이란다.
지금에 와서 보면, 매우 편협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국가 에너지의 총합적 관리 관점을 무시한 채, 단편적으로 가격만 생각하게 하고 피상적 환경만 고려하게 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수송에너지원 균형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 결과 LPG의 경우, 택시대수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국내 정유 생산으로 LPG 수요량을 충당하지 못해 추가로 수입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고 CNG의 경우 달리는 폭발물이 되어 버려, 뒤 늦게 전체 버스차량을 개조하여 가스통을 위로 올려야 된다고 난리법석이다.
혹자는 환경관점에만 사로잡혀, 택시의 LPG화와 버스의 CNG화가 서울 공기를 맑게 한 일등공신이라는 주장을 한다. 그런 식의 논리라면 승용차도 화물차도 모두 기체연료로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세계의 어느 나라, 어느 선진국에서 전 차종을 기체 연료로 바꾼 나라가 있단 말인가? 그들의 근본적인 판단오류는 기체연료를 운반하거나 저장하기 위해서 액체연료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시킨다는 점을 간과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또한, 배출 가스는 연비와 상관성이 높은 데, 휘발유와 경유보다 훨씬 연비가 떨어지는 기체연료를 대중교통 차량에 강요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차피 차량에서 연소될 때의 상태를 최적화시키는 것이 유해배출가스 저감의 핵심이라 한다면, 차량에 대한 환경기준을 엄격히 하여 휘발유와 경유의 배출가스를 정유단계, 연소단계, 배기단계에서 최소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참된 역할이지, 대뜸 “액체 연료자체를 오염원이다” “기체 연료 자체를 환경친화적이다” 하고 흑백논리로 몰아가는 것은 점잖지 못한 처사다.
경제성 논리에서도 CNG나 LPG가 휘발유나 경유보다 더 저렴하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이 경우, 세금에 의한 가격의 착시현상만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위적인 세금격차와 지원금 제도로 인한 불공평한 가격체계 속에서 과보호되고 있는 기체연료는 에너지 정책과 자동차 산업정책마저 왜곡시키고 있다. 만일 세금과 지원 수준이 똑 같다면, 과연 기체연료가 지금처럼 경쟁력이 있을까? 주유소 시설 따로, LPG 충전소 따로, CNG 충전소 따로, 인프라 낭비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한술 더 떠서 멀쩡한 경유 화물차를 LNG로 개조하고 지원금을 지급하라는 대목에서는 할 말이 없어진다. 일관성 없는 정책은 반성해야 마땅하다. 시장경제 논리를 무시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 속에서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은 기대하기 어렵다. 보편적 논리라고 세뇌시키는 속에서 벌써 모순은 생성되고 증폭되고 있다.
원유 1리터를 정제하여 휘발유가 8.2%, 경유가 26.6%, LPG가 3.6%가 나온다고 가정하면 이들의 상대 비는 21: 69: 10이 된다. 결국 우리의 정유 산업 실태를 보면 경유가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등록된 연료별 차량비율은 49: 37: 14이다. 에너지 분야, 자동차 산업, 정유 산업 그리고 교통․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움직이지 않고 모두 따로 따로 겉돈다는 얘기다. 국내 정유 산업의 생산 수율에 맞추어 연료 소모의 차량 등록 대수도 재편되어야 하고 유류세도 대폭 인하되어야만 낭비요소가 없어진다.
경유는 남아돌아 외국에 되팔아야 하고 기체연료는 제품수입을 해야 하는 모순의 고리는 교통 정책으로 끊어야 한다. 경유는 이제 더 이상 대기오염의 주역이 아니다. 클린디젤로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이제는 국제환경 기준에 따른 클린디젤이 차세대 교통의 대표적 수송에너지원이 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아야 할 때이다.
특히 버스는 주로 서민들이 이용한다. 버스는 아직도 대중교통 수송분담율 1위인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CNG 버스폭발이 도화선이 되어, “환경을 위해 서민들의 안전을 양보하라”는 말이냐는 수준으로 격앙되기 전에 대중교통의 안전과 에너지정책에 관한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비단 대중교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 것이다. 개인 승용차도 환경친화적인 『클린디젤카』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으며, 이에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미래를 약속하는 차세대 차량은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차량 자체의 경제성이고 둘째 연료 소모의 절감이며 셋째 유해 배출가스의 최소화다. 국내에서도 클린디젤 엔진 부문에 상당한 기술발전이 이루어져 최저 탄소 배출차량으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클린디젤의 기술발달은 앞으로의 우리나라 대기오염저감 대책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사항은 어떻게 하면 클린디젤을 활성화시키느냐에 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세금과 각종 규제에 의해서 많이 왜곡되어 온 게 사실이다. 경유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고 차량 연료에 엄청난 세금을 겹겹이 붙인 결과, 우리의 경유 승용차 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우리가 뒤쳐진 사이에, 세계시장은 클린디젤로 달려왔다. 유럽에서는 탄소 배출량이 적은 클린디젤차를 사면 보조금을 받게 된다. 그리고 유럽시장에서 경유는 가격이 낮은 편이다. 게다가 클린디젤의 연비가 매우 높다 보니, 클린디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기가 식지 않는다. 지금의 유럽은 클린 디젤 승용차가 시장을 완전 평정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향후 30년간 이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우리도 클린디젤차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제부터 손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자동차 구입 시에 클린디젤차에 대한 개별 소비세, 취․등록세를 감면해 주고 공채를 면제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자동차세도 감면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클린디젤 차량에 한해 경유세금의 일부를 환급해 주는 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클린디젤은 다른 종류의 차량들에 비해 환경에 부담을 주는 대상이 아닌, 환경에 기여하는 대상으로 인식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뒤를 돌아보면, 2009년에 시행한 노후차 세제지원 혜택은 논리가 매우 약했다고 본다. 그렇다 보니, 차량 가격의 거품 속에 지원금은 파묻혀 버렸고 오히려 중고차를 팔고 받은 돈으로 신차를 구입하기 위해, 연봉의 절반을 추가로 내놓아야 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기는커녕, 고민만 키워준 셈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신차가격의 상승은 중고차 가격의 상승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래저래 서민에게는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의미에서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칠 생각이었다면, 정부가 자동차업계에게 자체적인 원가절감 노력으로 가격인상 요인을 흡수하도록 유도한 뒤에, 선택적 지원책이라는 당근을 들고 나왔어야 맞다. 이때의 선택이란 두말할 필요 없이 클린디젤차를 의미한다. 연비에 기여하고 환경에 적응하며 석유산업에 도움이 되는 클린 디젤 신차구입을 전제로, 또 한 번의 제대로 된 노후차 세제 지원 혜택이 절실하다.
그리고 클린 디젤의 승용차 시장 진입은 소형차부터 시작해야 바람직하다. 그래야 연비를 극대화할 수 있고 소비자의 관심을 최대화할 수 있다. 주차장법도 개정하여 클린디젤같은 친환경 전용 주차 구획 면을 의무화하고 주차에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 또한, 유럽처럼 신규택시를 클린디젤차로 투입하자는 제안에 대해 택시 운전자들은 대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결국 장기적으로 사업용 차량은 모두 클린디젤차로 하고 승용차의 60% 이상을 클린디젤차로 확대시켜야 국익에 도움이 된다.
자가용 승용차와 같은 소비자의 선택요소와 달리, 버스와 화물차, 신규택시를 클린디젤차로 우선적으로 투입하는 정책이 교통체계화의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얘기다. LPG 차량은 장애인과 일부 렌터카에만 허용하여 총량을 규제하기 쉽게 대폭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 다음 일반 클린디젤 승용차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공공차량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구입토록 하는 방안도 생각해 봄직하다.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교통 정책 방향’에서도 최고의 선택과제는 단연 클린디젤이다. 클린디젤은 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하면서 멀리 달리게 하는 최적의 차량 연료다. 기존 경유차를 발전시켜 친환경 차량에 접근하는 것이 지혜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클린디젤차’ 개념은 ‘하이브리드’ 개념 이전에 완성되어야 할 과제이고 ‘하이브리드’도 ‘클린디젤차’와 더불어 시작되어야 한다.
클린디젤차의 보급 확대를 위해 에너지 분야, 자동차 산업, 정유 산업 그리고 교통․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움직여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차세대 차량에 대한 국가정책이 클린디젤로 모아져야 한다. 클린디젤 엔진 개발과 개량을 위한 분야에 핵심역량을 집중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우선순위가 확립되어야 한다. 온라인 전기자동차와 같은 새로운 개념도 참신한 아이디어이지만, 좋은 것이라고 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우선순위가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에너지 실속을 차리고 대외적으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표방할 수 있도록 강약과 완급 조절을 할 수 있는 정부의 조직문화가 절실하다. 환경과 에너지절감에 기여하는 클린디젤 차량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일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형편에서 생각해낼 수 있는 최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