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년 및 ‘10년 1분기 정유업계 경영실적 분석
글 | 조상범_대한석유협회 정책협력팀 차장
2009년 국내 정유사 경영실적 분석
지난해 국내 4대 정유사는 유가하락으로 인한 저조한 경영실적을 시현했다. 매출액은 전년(‘08년) 대비 24% 감소한 90조2,087억원 이었으며, 영업이익은 52% 하락한 2조61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순이익은 79% 증가한 1조7,84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환율하락에 따른 환차익(전년 환차손에 따른 기저효과)과, 고도화설비투자 세액공제 효과 등으로 인한 법인세액 감소, GS칼텍스의 재고자산 평가법 및 유형자산 감가상각내용연수 변경 등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의 영업활동 성과를 나타내는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3%로 전년의 3.6%에 비해 1.3P 하락하였다. 이는 석유산업이 자유화된 ‘97년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반증하고 있다.
【표】 2009년 정유업계 경영실적 현황
무엇보다도 지난해의 저조한 경영실적은 정유부문실적 악화영향이 가장 크다. 국내 정유사 사업구조는 석유정제 및 판매 관련한 사업주력분야인 정유부문과 석유화학, 석유개발, 윤활유 등 비정유부문으로 나뉘는데, 통상 매출액 등은 정유부문이 많지만 영업이익은 정유부문과 비정유부문의 이익률이 비슷한 수준의 추이를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해 정유부문의 영업이익은 -1,850억원으로, 석유산업이 자유화된 지난 1997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정유부문 적자를 기록했다.
【표】 2009년 정유 및 비정유 부문 이익률 현황
(단위 : 억원)
구 분 | 정 유 | 비 정 유 | 합 계 |
매출액 | 709,110 | 192,977 | 902,087 |
영업이익 | △1,850 | 22,464 | 20,614 |
영업이익률 | △0.3% | 11.6% | 2.3% |
【그림】 석유산업 자유화 이후 정유사 영업이익 및 매출액 영업이익률 추이
이 같은 원인은 다음의 세가지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첫째,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다른 휘발유 및 경유 등 경질유 수요감소로 원유와 국제석유제품가격과의 스프레드가 축소되었다.
지난해의 두바이유와 휘발유, 등유, 경유 등 경질유 평균가격과의 스프레드는 7.7$/B로 ‘08년의 21.6$/B에 비해 1/3 수준 밖에 이르지 못했다.
둘째, 원유-제품간 스프레드 축소로 인한 단순정제마진 적자 확대에 이어 크래킹 마진 감소로 복합정제마진 마저 적자로 돌아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싱가포르 두바이유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에 1, 2월을 제외하고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하였다. 통상 단순정제마진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더라도, 복합정제마진은 플로스였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10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던 복합정제마진으로 인해 정유부문 실적악화의 단초를 제공하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표】 단순/복합 정제마진 및 크래킹 마진 추이
(단위:$/배럴)
구 분 | ‘06 | ‘07 | ‘08 | ’08.4/4 | ’09 | ’09.4/4 | |
싱가폴 단순정제마진 | △2.6 | △1.0 | △2.5 | △1.0 | △2.8 | △4.1 | |
싱가폴 복합정제마진 | 2.0 | 3.5 | 3.1 | 1.9 | △1.5 | △3.2 | |
크레킹 마진 | 휘-HSFO | 25.2 | 25.3 | 25.2 | 11.2 | 11.1 | 7.3 |
경-HSFO | 29.6 | 30.7 | 46.4 | 31.3 | 13.5 | 11.9 |
주) 1. 출처 : IEA Oil Market Trend 및 석유공사 페트로넷
2. 휘발유는 92RON, 경유는 황함량 0.5%, 고황중유는 HSFO(380cst)
* HSFO(High Sulphur Fuel Oil) : 고유황 중질유
셋째, 수출물량 감소 및 수출채산성 악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석유수요가 감소되었고, 이는 국내 정유사들의 가동율 저하로 이어져 수출물량 또한 감소되었다. 또한 원유-제품간 스프레드 축소에 따른 원유도입단가와 제품수출단가 차이 축소로 수출채산성이 악화되었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정유사 가동율은 2.9% 하락하였고, 석유제품 수출물량은 5.7% 감소하였다.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수출액은 29.2% 감소하였다. 그 결과 수출채산성은 ‘08년의 경우 배럴당 12.6달러에 달했으나, 지난해의 경우 8.9달러에 머물렀다.
【표】 수출물량 및 금액 현황
구 분 | 정유사 가동율 | 석유제품 수출물량 | 석유제품 수출금액 |
’09년 (A) | 80.46% | 434,049 천B | 368,476 억원 |
’08년 (B) | 82.84% | 460,133 천B | 520,482 억원 |
증감(A-B) (%) | △2.38%P (2.9%↓) | △26,084 천B (5.7%↓) | △152,006 억원 (29.2%↓) |
【표】 수출채산성 비교
구 분 | 원유도입가 ($/B) | 제품 수출가 ($/B) | 수출채산성 ($/B) |
’09년 (A) | 59.3 | 68.2 | 8.9 |
’08년 (B) | 98.2 | 110.8 | 12.6 |
증감(A-B) | △38.9 | △42.6 | △3.7 (29.3%↓) |
비정유부문 수익성 탁월
정유사의 주력사업부문인 정유부문의 저조한 실적과는 달리, 비정유부문의 수익성은 크게 개선되어 법인 전체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이는 무엇보다도 중국의 경기부양책 등에 따른 석유화학제품의 수요회복에 따라, 나프타가격은 전년동기대비 33% 하락한데 비해, 벤전, 톨루엔, 자일렌,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제품 가격은 22%~29% 하락하는데 그치는 등 나프타와 석유화학제품간의 스프레드가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표】 주요 석유화학제품의 국제가격 추이
(단위 : US$/MT)
구 분 | 나프타 | 벤젠 | 톨루엔 | 자일렌 | 에틸렌 | 프로필렌 |
’09년 | 554 | 684 | 714 | 735 | 867 | 896 |
’08년 | 827 | 965 | 918 | 947 | 1,137 | 1,263 |
전년대비 증감액 | △272 | △282 | △204 | △212 | △270 | △367 |
전년대비 증감률 | △33% | △29% | △22% | △22% | △24% | △29% |
주) 자료: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그 결과 석유화학부문의 경우 매출액은 전년동기에 비해 15조4,290억원으로 4%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1조7천억원을 기록하여 160%나 증가하는 등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되었다.
한편 SK에너지는 국제원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석유생산량 증대와 예멘 프로젝트 생산개시 등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21%, 14% 증가하여, 석유개발부문의 수익성 개선도 비정유부문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기타 윤활유 부문에서는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감소로 윤활기유의 원료인 벙커C유와 윤활기유와의 스프레드가 축소되어 매출액이 1조9,670억원, 영업이익이 3,047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각각 56%, 59% 감소하였다.
이상에서 살펴본 ‘09년 정유사 경영실적은 90조원에 이르는 매출액 규모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 2.3%, 순이익률 2.0%를 기록해 국내 12월 결산법인 전체 상장사 평균 순이익률 5.4%와 제조업 평균 순이익률 5.1%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정유사 경영실적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메이저와의 비교시에도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석유메이저사인 엑슨모빌, BP, 로얄더치쉘, 쉐브론, 토탈 등은 4.5% ~ 7.0%의 순수익률을 보여 국내 정유사보다 2.3~3.5배 이상 높았다. 이는 해외메이저가 상류부문의 비중이 하류부문보다 높은 반면, 국내 정유사는 상류부문 보다 하류부문에 치우쳐져 있어서, 지난해 정제마진 하락의 영향이 해외메이저보다 더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표】 해외 메이저와 국내 정유사 2009년 경영실적 비교
결어
지난해 정유업계를 둘러싼 영업환경은 정유부문과 비정유부문에서 극명하게 엇갈렸다. 정유부문에서는 원유가격의 점진적 회복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정제마진 악화로 석유산업 자유화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였다. 국내 석유산업이 상류부문보다 하류부문에 치우쳐진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각 정유사의 사업다각화 필요성이 향후 더욱 절실히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비정유부문중 석유화학부문에서는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여 정유부문의 적자를 보전하긴 했으나, 이는 주력분야가 아니라 비주력분야에서의 수익으로 산업경쟁력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우려된다. 더구나 지난해 10월 SK에너지 윤활유 부문의 물적분할, 올 2월 현대오일뱅크의 석유화학시설 매각, 5월 SK에너지의 화학부문 분사 발표 등으로 정유사의 비정유부문이 축소되고 있는 추세를 고려할 경우, 향후 정유부문의 실적악화는 고스란히 법인 전체가 떠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제’라는 본업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긴요한 시점이다.
2010년 정유업계 경영실적은 무엇보다도 정제마진의 회복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분기에 미국, 유럽, 중국 등 선진국 및 개도국의 세계 경제회복세가 완연해졌으나, 그리스발 금융위기로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직 2010년 1분기 경영실적 집계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실적발표한 일부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간에 비해 저조한 점을 고려해볼 때, 5월 이후의 각종 글로벌 경제지표 악화는 정유업계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