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자동차가 가장 효율적이고 친환경적

글 | 채영석_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에 대한 뉴스가 넘쳐 나지만 현실적으로 ‘완전 무공해 차’를 위한 길은 멀어 보인다. 우리나라 언론들은 전기차를 완전무공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잘못된 것이다. 자동차를 운행하는 단계에서는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기 때문에 완전무공해라고 할 수 있다. 연료탱크에 연료를 넣고 자동차를 운행하는 과정 즉 ‘Tank to Tire’에서는 가능한 얘기이다.

하지만 그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화력발전에 의존도가 높을 경우는 지금 굴러 다니는 내연기관 엔진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런 개념을 우리는 ‘Well to Tire’라고 한다. 에너지 생산과정에서부터 자동차의 운행 단계까지를 포함해서 유해가스 배출 정도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소도 생산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므로 완전무공해차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 배경이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인 AAB(Advanced Automotive Battery)는 2020년 전기차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0.5%인 연간 40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2013년까지 시판되는 전기차의 수가 여전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전지가격·성능·충전인프라가 대중화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 전망과는 달리 전기차에 대한 뉴스가 넘쳐 나는 것은 미국의 사정에 따른 것이다.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지금은 경영난으로 고생하고 있다. 하지만 정상궤도로 돌아가게 된다면 미국 메이커들의 전기차 공략은 훨씬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가 제시한 ‘그린 뉴딜’ 정책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는 전지 개발에만 25억 달러를 투자한다. 이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로서는 이산화탄소 저감이 어렵다고 보고 전기차로 해결하겠다는 얘기이다. 그 내막에는 미국 자동차회사들의 경쟁력 강화라는 노림수도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미국의 석유 소비량을 근거로 한 정책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미국의 석유소비는 60~70% 가량은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다. 이는 다른 선진국의 35~40% 에 비하면 크게 높은 수치다. 게다가 미국의 석유수입의존도는 50%에 달한다. 더불어 미국의 전기 발전에는 대부분 석유가 사용되고 있지 않다. 주로 석탄과 천연가스, 화력, 원자력이 담당한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 내에서 운행되는 자동차가 모두 전기차로 바뀐다면 석유소비량이 60~70% 가량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론적이기는 하지만 결국은 석유를 수입하지 않게 되고 수출국이 된다는 얘기이다. 발전량의 90%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프랑스도 전기차로 전환하게 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 가량 줄고 석유 소비량도 40% 가량 저감된다. 전기차는 에너지 문제와 지구온난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인 문제로까지 연결된다. 석유로부터 자유로워진 미국의 입지가 강고해진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전기자동차의 기술 발전은 지지부진하다. 여전히 전기차 판매를 발표하고 있는 메이커들은 하루 출퇴근 거리 60km이내를 상정하고 있다. 그것은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이다. 현재의 전기차는 8시간을 충전해야 하고 항속거리 150km 전후, 최고속도 150km 전후로 20세기 말의 그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배터리의 충전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아예 배터리를 교환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으로 일본에 배터리 교환소를 오픈한 미국의 베터 플레이스 같은 회사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항속거리와 최고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당장에는 시장에 따른 연비와 이산화탄소규제로 인해 전기차를 판매하려 하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을 밝지 않게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적어도 20~3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실용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늘날과 같이 변화의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 20~30년이라는 얘기는 불확실하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을 수도 없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비용저감이 숙명인 양산차 메이커들에게는 계륵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내연기관의 효율성 제고가 급선무다. 내연기관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기술로는 가솔린과 디젤 엔진에서의 직분사 기술의 발전과 터보차저의 채용, 디젤의 커먼레일 시스템, 하이브리드 기술 등이 있다. 물론 차체 경량화와 에어로 다이나믹 등도 포함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엔진 기술에 국한한다면 지금은 ‘그린’과 ‘클린’의 시대이다. 매연을 중심으로 한 지역환경과 오존층의 파괴를 막아야 한다는 지구환경 양쪽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만하는 시대이다. 이를 두고 “Green & Clean”이라고 표현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가솔린에 비해 유리한 디젤엔진은 매연과 질소산화물의 배출을 저감해 좀 더 ‘클린(Clean)’ 해져야 하고 반대로 가솔린 엔진은 좀 더 연비 성능을 높여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여 ‘그린(Green)’해져야 한다는 명제를 동시에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를 위한 기술을 오늘날 자동차업계에서는 블루(Blue)라고 통칭하고 있다. 블루는 크게 친환경 라인업과 특정 기술, 그리고 모델의 차명에 적용된다. 최근 2년 사이에 그 범위가 급격하게 넓어지고 있다. BMW의 블루 퍼포먼스, 메르세데스-벤츠의 블루 이피션시, 현대 i-블루, 푸조의 블루 라이언이 모두 친환경의 코드로 블루를 채용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친환경 디젤에서도 다수의 블루를 발견할 수 있다. 클린 디젤의 원조 격인 벤츠의 블루텍을 시작으로 BMW의 블루 퍼포먼스가 있고, 현대도 작년 LA 모터쇼에서 블루 드라이브를 런칭했다. 폭스바겐의 블루 스포트나 현대의 블루-윌과 블루 하이브리드, 피닌파리나의 블루카, 벤츠의 블루 제로 컨셉트 등이 대표적인 모델들이다. 얼마 전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을 위해 혼다와 GS 유아사가 설립한 합작 법인명도 블루 에너지이다. 내용은 이산화탄소 저감을 필두로 친환경자동차, 그리고 효율성 등이다. 4년 전부터 시작된 이 컨셉은 이미 유럽 소비자들의 1/3 가량이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이는 다시 엔진의 효율성을 높여 연비성능을 높이는 블루모션과 배출가스 저감에 더 비중을 두는 블루 TDI, 그리고 천연가스(CNG)와 가솔린을 병용하는 바이 퓨얼인 에코 퓨얼 등으로 나뉜다. 이를 위한 하위 기술로는 회생 에너지를 비롯해 아이들링 스톱 시스템, 하이브리드기술 등이 동원된다.

이산화탄소가 매연보다 더 위험하다.

자동차로부터 배출되는 유해 가스에 대한 규제는 나라마다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미국과 일본은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소산화물과 매연을 엄격하게 규제하는데 반해 유럽에서는 이산화탄소에 대해 더 높은 기준치를 적용한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디젤차의 판매가 더 많고 미국과 일본은 가솔린차의 판매가 더 용이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쪽의 규제치에 익숙한 사람들은 질소산화물과 매연이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디젤차의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럽쪽의 규제 기준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형태에 대한 인식의 차이이다. 이산화탄소가 질소산화물이나 매연에 비해 인체에 해가 적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 시점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삼림과 해양이 흡수하기 때문에 해결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여전하다는 것이 놀랍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2005년 기준 미국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 62억톤 중 31억톤은 삼림과 해양이 흡수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대기층에 잔류한다는 보고를 모르고 있는 듯하다. 그 나머지는 대기중에 부유하며 온실가스를 만들어 오존층을 파괴하고 이상기온을 만들어 직접적으로 어마어마한 인명을 살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규제 기준이라고 하는 미국의 경우는 가솔린과 디젤을 같은 기준으로 규제하고 있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독일 메이커들의 클린 디젤은 그 기준을 클리어 해 하이브리드카와 함께 친환경차로 분류되어 환급금을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기준에만 익숙한 논리를 가진 사람들의 질소산화물 등이 인체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기 때문에 디젤차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이 없다.

연간, 혹은 10년 단위로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로 인한 인명 피해와 PM과 NOx에 의한 그것을 비교한다면 이산화탄소가 더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이 더 많다. 이산화탄소는 과학자들의 의견대로 지금과 같이 증가한다면 50년 후에는 지구촌에 생물체 자체의 존재를 불가능하게 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디젤 엔진은 가솔린 대비 25% 낮은 온실가스 배출은 물론이고 연비성능이 30% 이상 높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 5월 국회에서 클린 디젤 자동차가 그린카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홍보가 미흡해 일반인들은 여전히 디젤차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다.

또한 에너지 수급 차원에서도 디젤엔진의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석유정재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의 사용을 위해 택시부터 도입했던 LPG에너지는 이제 그 수요가 넘쳐 수입을 해야 한다. 반면 디젤유는 수출을 하고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분명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에너지 효율성의 측면에서도 전기차보다 디젤차가 두 배 이상 높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2009년 12월 7일 국회에서 열린 클린디젤 글로벌 포럼에서 현대자동차의 김해진 전무는 디젤이 가솔린 대비 출력 14% 및 토크가 93% 우세, 발진 가속 10% 및 추월 가속 18% 우세하고 연비도 32% 우세하다며 디젤엔진의 장려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고 세계적으로 친 환경차로 장려되고 있는 디젤 차량에 대해 환경 개선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즉시 폐지를 주장했지만 생각없는 당국은 아직까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더불어 연비성능이 높은 차에 대한 세제 혜택을 비롯해 디젤 핵심 부품의 국내 업체 기술력 육성, 경유 가격 안정화 유지, 친환경 디젤의 적극적 홍보로 이미지를 제고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되어 있는 상황이다.

미국 현재 남서 조사연구소(Southwest Research Institute)의 토마스 라이언(Thomas W. Ryan)은 미국 내 40개 지역 컨소시엄을 통해 클린 디젤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과 함께 디젤에 대한 인식이 나쁜 대표적인 나라인 미국에서도 클린 디젤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라이언은 클린 디젤이 가장 효율적인 파워트레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엔진 개발이 들어가는 비용을 해결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보쉬와 협력하고 있으며 특히 보쉬의 인젝션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헤비 듀티 트럭 등에는 앞으로도 디젤 연료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그로 인해 디젤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그런 전망을 뒷받침하는 통계가 나왔다. 보쉬에 따르면 2009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유럽 메이커들의 디젤차 점유율이 30%에 도달했다고 한다. 보쉬는 R.L 폴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솔린과 디젤 모두를 고를 수 있는 차종의 판매 비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해당 차종의 판매에서 디젤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였다.

디젤의 비중이 가장 높은 모델은 49%의 폭스바겐 제타, 그 다음이 33%의 투아렉이었다. 아우디도 Q7이 30%, A3가 20%로 디젤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 미국에 가장 먼저 승용 디젤을 도입한 메르세데스의 경우 GL 350 블루텍(18%), ML 350 블루텍(13%), R 350 블루텍(12%)이 모두 10%를 넘었다. BMW는 335d의 비율이 8%에 불과했지만 X5 x35D는 17%에 달했다.

보쉬에 따르면 동일 차종에서 가솔린과 디젤 버전이 모두 나올 경우 디젤을 선택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고 한다. 하이브리드 보다도 우세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캠리 하이브리드가 캠리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에 그치고 작년 기준으로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의 비율도 10% 정도이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변화는 이익이 주어졌을 때 이루어진다.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의 보급 속도가 떠드는 것보다 빠르지 않은 것은 아직까지 소비자들에게는 구매 가격과 운행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디젤차는 약간의 비용부담만 더하면 된다. 높은 연비성능으로 그 비용도 짧은 시간 내에 회수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그런 내용을 좀 더 정확히 소비자들에게 알려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회사들의 입장에서도 이익이 수반되어야 한다.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는 당장에는 투자 대상이다. 디젤차는 최대 시장인 미국의 총량연비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다. 소비자들의 인식결여로 내수시장에서 판매가 어렵다는 점을 핑계로 삼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지구촌 최대 관심사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도 당장에는 디젤차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