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 안정화를 위한 국제공조와 유가 전망

| 이문배_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5월 초순에 배럴당 90달러를 위협하던 국제원유 가격이 최근 불과 2주 사이에 배럴당 70달러까지 급락하였다. 이는 그리스와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유로경제를 위기로 몰아가면서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사태가 더욱 악화되면 세계경제가 또다시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image경기 회복기에 원유가격이 또다시 출렁이며 단기 폭등하거나 폭락하지는 않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계는 이미 2008년 상반기에 가파른 유가급등과 함께 배럴당 147달러라는 사상 초유의 고유가를 기록하였고, 연이어 발생된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가 유가폭락으로 이어지면서 그 해 연말에 배럴당 40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엄청난 유가급등락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 원유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하락으로 이어지는 석유가격 변동성이 세계경제에는 매우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하였다.

특히 석유의 높은 가격 변동성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석유산업에 대한 투자는 물론 대체에너지산업까지도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어 석유 소비국은 물론 산유국에게도 피해를 가져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기발생 직후 G20 국가 지도자들은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즉각적인 경기회복 대응조치에 나서는 한편 위기의 진원지인 금융시스템의 개선과 유가 변동성 완화를 위한 국제공조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게 되었다.

2009년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정식으로 유가 변동성 문제를 주요 의제로 채택하고 반복적인 높은 유가 변동성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에 관하여 논의하였다. 그 결과 석유시장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하고, 석유상품시장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며, 산유국과 소비국 간의 대화를 더욱 공고히 하자는데 합의하였다. G20 피츠버그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서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과 제도적 개선에 대한 노력이 구체화되었다.

우선은 석유시장의 유가 변동성 확대의 원인 진단을 연구하는 한편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를 중심으로 금융시장 즉 석유상품이 거래되는 선물시장에서의 석유거래와 장외시장(OTC)에서 거래되는 석유파생상품 등 석유상품에 대한 금융거래 전반에 대한 규제와 감독 강화방안들이 제시되었다. 또한 국제에너지포럼(IEF: International Energy Forum)의 기능과 조직의 강화를 통하여 실물시장에 대한 석유수급 정보데이터 관리 및 보급의 정확성을 제고하고 산유국과 소비국 간 대화 체제를 강화하는 방안들이 추진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유가 변동성 확대의 원인과 함께 G20 피츠버그 정상회담의 합의 후속조치로 진행되고 있는 국제유가 안정화를 위한 국제공조 방안과 그 진행 상황을 점검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국제유가를 전망하였다. 먼저 ’08년 상반기까지 지속된 강한 국제유가 상승과 변동성 확대의 원인에 대하여 펀더멘털 요인과 투기적 요인으로 구분해 보았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보면 2000년 이후 수요부문의 가장 커다란 변화는 OECD 선진국의 석유소비 둔화와 개도국 특히 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마켓의 소비 급증을 들 수 있다. 여기에 공급부문에서 비OPEC 생산이 석유 상류부문 여건의 악화와 매장량 고갈 등 요인으로 원유가격이 상승하는 여건 속에서도 힘겨운 제자리 수준에 그쳤다.

비OPEC의 공급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은 OPEC의 시장점유율 증가로 채울 수 있었지만 시장에서는 비OPEC 생산여건의 악화와 함께 피크오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미래 수급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즉 중국 등 개도국의 석유소비 통계나 전망에 대한 각종 정보가 정확성과 시의성 측면에서 매우 부족하여 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시켰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급부문의 불확실성까지 결합되면서 유가의 변동성의 확대를 가져온 것이다.

2000년대 초까지 석유시장에서는 때때로 산유국 정정불안이나 유전사고 등으로 공급불안이 발생되면 단기적으로 유가상승을 불러오고, 선물시장에서 근원물 가격 상승의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상황이 발생되었지만 소비지역의 비축물량과 OPEC의 예비공급능력을 배경으로 중장기적으로 유가는 안정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넓게 형성되어 있었다. 따라서 단기 수급불균형 상황이 유가를 폭등시키지만 대체로 배럴당 $20대 초반 수준을 중심으로 장기가격의 안정성은 인지되어 왔다.

그러나 ‘04년 이후 중국의 수요증가가 본격적으로 세계 석유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수요부문의 불확실성과 비OPEC 공급능력 한계로 인한 공급부문의 불확실성이 결합하면서 석유시장은 기존의 추세에서 벗어나가 시작하였다. 선물시장에서 원월물 가격이 더 비싼 콘탱고(contango) 상황이 장기화되는 추세가 나타났고, 유가 상승기에 석유재고가 늘어나는 현상도 발견되었다. 특히 ’06년 이후에 원유 선물가격의 월물곡선 추세가 우상향하며 수평 이동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이는 원유가격이 중장기적으로 낮게 수렴하지 않고 계속해서 상승할 것이라는 시장참여자들의 인식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석유시장에서의 펀더멘털 변화가 유가 변동의 근본적 원인이었다.

그러나 2008년의 유가 폭등과 폭락, 그리고 2009년 이후의 유가 재상승은 석유시장의 펀더멘털 요인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었다. 여기에는 석유상품을 거래하는 금융시장의 투기적 요인이 가세한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석유시장은 물론 실물시장 요인과 금융시장 요인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시장이다. 세계 주요석유시장의 원유 거래가격 결정 방식을 보면 모두 기준원유 가격에 조정항목을 가감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결국 기준원유 가격이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핵심이지만 기준원유가격의 결정은 거의 대부분 선물시장에서 페이퍼거래의 수급요인을 반영하는 선물가격에 의하여 주도된다. 이는 선물시장의 거래가 풍부한 유동성과 시장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석유선물시장에서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투기거래의 비중이 약 30% 수준이었으나 ‘04년 이후 석유시장의 불확실성 요인이 확대된 이후 선물시장의 투기거래의 비중은 70% 이상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해지펀드 이외에 인덱스펀드의 유입과 연기금펀드 등이 장기투자 목적으로 선물시장에 참여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의 실물거래자들과의 스왑거래를 담당하는 스왑딜러들이 장외시장에서 투기적 목적의 대규모 투자거래를 취급한 것도 주요한 원인이었다.

때문에 과도한 투기(excessive speculation) 거래의 주범으로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스왑거래를 취급하는 대형투자은행들이 지목되었다. 결과적으로 ’04년 이후 세계 석유시장 펀더멘털 요인의 불확실성 확대가 유가 변동성의 원인을 제공하였으며 석유선물시장에서의 과도한 투기거래가 변동성을 크게 확대시키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09년 초 배럴당 $40 유가 수준에서 ’10년 초의 $80까지 오른 배경에도 실물수급 요인보다는 선물시장에서의 투기적 요인으로 설명될 수 있다. 즉 실물시장의 석유수요는 여전히 위축된 상황이었지만 선물시장에서 투기적 거래자들이 단기적으로 과대한 낙폭을 보인 단기 기대가격을 상향조정하고 반면 높게 평가된 장기기대가격을 하향조정하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G20 정상회담 합의사항은 현재 실물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세계 각국의 정확한 석유수급 통계정보의 작성 및 공개, 그리고 수급전망 정보의 신뢰성 재고와 정보공유를 통하여 석유시장에 올바른 시그널을 전달하기위한 국제적 노력이 JODI(Joint Oil Data Initiative) 및 IEF(국제에너지포럼)의 조직 및 기능 강화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말 멕시코 칸쿤(Cancun)에서 개최된 에너지장관회의에서 동 의제가 합의되었으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편으로 석유상품을 거래하는 선물시장과 장외시장(OTC)에 대한 개선은 주로 미국 선물거래위원회(CFTC)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금융개혁법안이 상원을 통과함으로써 CFTC가 제안한 4개 에너지상품(원유, 휘발유, 난방유, 천연가스)에 대한 선물거래 규제방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주요 스왑딜러에 대한 개별 거래포지션을 규제하는 것을 포함하여 장외시장도 표준화 상품 거래와 청산소를 통한 결제시스템 도입 등 시장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 이미 제시되어 있다.

다만 아직도 선물시장에서의 투기거래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대형투자은행들의 로비와 일부 실수요자들의 예외조항 요구 등으로 새로운 제도의 시행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에서도 동 의제가 논의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에서도 언급된 바와 같이 석유시장은 실물과 금융시장이 연계된 하이브리드 시장으로 석유시장의 금융화가 최근에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국제유가 결정이 Nymex 등 선물시장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가격 변동성 완화를 위한 국제공조 노력이 착실하게 추진됨에 따라 최근 석유시장의 투명성이 점차 개선될 전망이다. 적정 유가수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지만 향후 1년 - 2년의 중기적 관점에서 배럴당 $70 - $90의 유가 수준이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대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65 미만으로의 유가 하락은 과대 낙폭으로 인식될 수 있고 $95 넘는 유가수준은 시장의 수급여건이 특정 원인으로 악화되지 않는 한 과열 상황으로 인식되어 $70 - $90안에서 유가변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시장의 투명성을 유지하고 정확한 시그널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전달하려는 G20 국가 지도자들의 국제적 협력 활동이 점차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