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세제개편과 클린디젤자동차

글 | 김재균_국회의원,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위원

image2008년 폭등 이후에 점차 안정국면에 접어들던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꺽일 줄 모른다. 1600원대 하던 기름값이 1700원대를 넘고 있고, 심지어 여의도 국회앞은 2000원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운전자의 호주머니는 급등하는 기름값에 반비례해 가벼워지고 있다.

이러한 고유가 추세와 범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은 소비자들의 관심과 선호도를 자연스럽게 연료 효율성이 좋은 자동차로 쏠리게 만들고 있다.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고효율 친환경차에 대한 투자와 개발경쟁을 불러오고 있다.

때 아닌 강설(强雪)로 사상초유로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되는 등 4월 내내 종잡을 수 없는 날씨에 이상기후를 실감하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후에 대응하기 위한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 전후로 세계 각국은 앞다투어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의 첫 규제조치를 발표했는데, 온실가스 배출을 현재보다 1/3 수준으로 감축하기 위해 2016년부터 리터당 15.1km로 차량 평균연비를 규제하기로 했다.

EU는 2012년부터 CO2 평균 배출량 기준을 현재 140g/km에서 130g/km 수준으로 대폭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유럽수출차의 평균 co2배출량을 165g/km 기준에 맞추고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러한 환경규제 강화는 고유가와 친환경 요구 등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함으로서 경쟁력을 상실한 미국 자동차산업의 구조조정사태와 무분별한 비용절감 전략에 따른 도요타 사태등과 맞물려 세계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환경친화형 자동차로 전환시키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에 뒤질세라 올해 초에 그린카 5대강국 전략을 수립하고, 포럼을 통해 정-관-산-학의 역량을 결집하여 오는 9월까지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연료효율이 좋은 자동차의 세금을 깍아주는 세제개편을 통해 환경친화적 자동차시장으로의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cc기준 세제에서 연비와 c02 배출기준으로 개편하게 되면 소비자들 뿐 만 아니라 자동차 업계가 경험하게 될 판도의 변화는 어느 정도일까?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다.

연비 또는 CO2 배출량 기준으로 자동차세제 개편 추진

현재 자동차에 부과되는 세제는 배기량 기준이다. 예를 들어 등록단계에서의 개별소비세는 배기량 2000cc를 기준으로 초과할 경우에는 공장도가격의 10%, 이하일 경우에는 5%를 부과하고 있다. 보유단계에서의 자동차세도 자동차의 배기량군에 따라 차등적용하고 있는데, 1000cc 이하는 cc당 100원, 2000cc 초과는 cc당 220원 이런 식이다.

그런데 이것이 연비 또는 co2배출량 기준으로 바뀌게 된다. 이미 영국, 스웨덴, 스페인, 포르투갈, 네델란드, 이태리, 아일랜드, 독일, 프랑스 등 은 오스트리아와 덴마크는 연비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 나라들의 공통점이 있다. 무엇일까? 바로 경유차의 시장점유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연비와 c02배출량은 반비례하는데, 경유차에 비해 연비가 나쁘고 c02 배출량이 많은 휘발유차량이 시장에서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국내에선 경유차가 오염 주범으로 취급받고 있는데, 이것은 아무래도 경유를 연료로하는 대형버스나 트럭들이 내뿜는 매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한 정부대책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실시했던 ‘2009년 국내 시판 자동차 연비측정 결과자료’를 분석해보면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망라해서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610종의 차량에 대한 연비측정에서 1등급 판정을 받은 차량 1위부터 20위 가운데 경유차량이 9종, 휘발유차량이 8종, LPG 차량이 3종이다.
그런데 휘발유와 LPG 차종은 모두 하이브리드 차량이거나 소형차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경유차량이 공인연비 상위 1위부터 10위까지를 차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변속유형별로 살펴보아도 마찬가지 결론이다. 변속유형이 자동인 자동차의 연비 1등급 1위부터 11위까지가 경유차량이다. 경유차량의 평균 공인연비(km/L)가 17.08인 반면 휘발유 차량의 공인연비는 15.11에 그쳤다. 변속유형이 수동인 자동차의 연비 1등급 1위부터 14위까지가 모두 경유차량이다. 경유차량의 평균 공인연비(km/L)가 20.35인 반면 휘발유 차량의 공인연비는 16.20에 그쳤다.

CO2 배출기준으로 봐도 휘발유 차량에 비해 경유차량이 훨씬 친환경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610종의 차량가운데 CO2배출 상위 200위를 분석해봤더니 180종이 휘발유 차량이었고 단 20종 만이 경유 차량이었다. 휘발유차량의 평균 CO2 배출량(g/km)은 262.33이었다. 반면 경유차량의 평균 co2 배출량은 209.43에 그쳤다.

좀더 체감적으로 휘발유 차량과 경유차량의 연비효율과 환경성을 비교해보기 위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2000cc급 자동차 122종(경유차량 68종, 휘발유 차량 54종)의 평균 CO2배출량과 평균연비를 살펴보았다.

경유차량의 평균 co2 배출량은 189.28g/km, 평균 연비는 14.42km/L, 평균 1.8등급이었던 반면 휘발유 차량은 평균 CO2 배출량은 210.06g/km, 평균 연비는 11.28km/L, 평균 3.11등급이었다. 예상대로 경유차량이 휘발유차량에 비해 훨씬 좋은 연비와 환경성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렇게 장황하게 에너지관리공단의 연비측정결과 자료를 인용하여 경유차량과 휘발유 차량의 연비효율과 친환경성을 비교한 것은 세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 경유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여기고 있는 운전자들에게 사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함이다.

둘째, 연비 또는 이산화탄소 배출기준으로 세제를 개편함에 따라 운전자의 선택과 자동차 시장이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가늠해보자는 것이다.

셋째, 이미 세금을 연비 또는 이산화탄소 배출기준으로 부과하고 있는 국제적 추세에 맞춰 자동차 수출전략을 어떻게 짜야 하는지 판단해보자는 측면에서이다.

이러한 문제제기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린카가 해답이다. 그리고 장기적인 그린카 발전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그린카는 현재의 하이브리드자동차와 클린디젤자동차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발전한 다음, 2020년 이후에야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와 전기자동차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이러한 진화단계에서 우리의 선택과 집중은 어떻게 채택되어야 할 것인가? 장기적으로 전기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자동차에 투자하면서, 단기적으로는 클린디젤자동차를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래야 고유가, 기후변화, 세제개편 등 변화된 환경에 맞춰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뿐 만 아니라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세계시장의 변화에 맞는 수출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 자동차회사의 신차발표에서 디젤승용차가 한종도 없었다는 사실은 매우 우려스러운 현실이다.

클린디젤차에 적극적인 제도적·정책적 지원전략 제시해야

환경친화적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거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올해가 새롭게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때다. 이 기본계획에는 법과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이며, 어떤 분야의 개발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인가 하는 방향성과 인프라의 문제도 다루게 될 것이다. 또한 예산 투자계획도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린카 포럼에서 그린 얼개그림이 기본계획의 기본 밑바탕이 될 것이므로 9월까지 제출하기 되어 있는 포럼의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 포럼이 설정한 방향이 향후 5년 정도가 아니라 10년 20년 정도의 자동차산업의 방향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린카 포럼은 클린디젤자동차 육성전략을 중심과제로 설정하여 다른 분야보다 더 역점적이고 적극적인 제도적 정책적 지원전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