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환경오염의 대명사에서 클린연료까지
김덕한 | SK에너지㈜ 에너지연구소 부장
산업발전의 원동력 디젤
프랑스의 루돌프 디젤 (Rudolf Diesel, 1853~1913)에 의해 개발되어 1897년 처음 가동에 성공한 이래, 디젤엔진은 백여 년 동안 가장 효율이 높은 내연기관의 자리를 차지하며, 산업발전에 필요한 원자재 및 상품 수송과 대중교통을 통한 대량의 여객수송 등, 수송용연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현재까지도 해 오고 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오면서, 선진 각국들에서 경제성장에 따른 차량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대기質이 급속도로 악화되었으며, 특히, 경유차량으로부터 배출되는 다량의 매연들로 인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기층이 검은 띠를 형성하는 등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점차 높아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수송용연료 중에서도 디젤의 연소로부터 나오는 배출가스가 대기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하에, EPA 등 각국의 환경부에 의해 디젤연료에 대한 규격강화 등 환경관련 항목에 대한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으며, 이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정유사들은 배출가스를 줄일 수 있는 보다 깨끗한 디젤을 생산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대규모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현재와 같은 클린디젤을 생산하기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바이오디젤의 지속적인 증량 주입 등을 통해 더욱 더 개선된 클린디젤을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은, 많은 자동차사들이 피에조 인젝터 (Piezo Injector) 등 연료분사계통과 향상된 실린더디자인 등 엔진에서의 연소개선부분, 그리고, 매연저감장치 및 촉매장치를 통한 후처리기술 등에 대한 지속적인 신기술개발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클린디젤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는 것과 함께,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디젤이 대기오염을 가속화시키는 주범이 아니라는 주장을 가능케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Los Angeles Motor Show에서 2009년의 VW Jetta TDI에 이어, 2010년의 Green Car Award를 Audi A3 TDI가 받음으로써, 2년 연속 클린디젤 차량이 ‘올해의 그린카’로 수상하게 됨에 따라, 향상된 기술을 채택하고 있는 클린디젤 엔진이 현재의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대비 효율측면에서 월등히 우수하여, 향후에도 당분간 디젤차량을 능가하는 효율과 환경성을 가진 어떠한 차량도 나타나기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수첨탈황공정 기술개발을 통한 클린디젤 추구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대기質 개선을 위해서는 자동차연료 중 황 성분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세계 각국의 황 함량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한국의 경우,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보다 더욱 엄격한 규격을 가지고 있는 ‘대기환경보전법’상 ‘90년대 초반 4,000ppm이던 황 함량이 ‘93년1월부터 2,000 ppm으로, ‘96년 1월부터는 1,000 ppm으로, ‘98년 4월부터는 500 ppm으로, ‘02년 1월부터는 430 ppm으로, ‘06년 1월부터는 30 ppm으로 지속적인 강화가 이루어져, 마침내 ‘09년 1월부터는 Sulfur-free수준의 ULSD (Ultra Low Sulfur Diesel)에 해당하는 10 ppm이하로 규격이 강화됨으로써, 현재 미국이 15 ppm을 적용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유럽 및 일본과 더불어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Clean Diesel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유공정기술은 1860년대 Batch Type의 증류공정기술의 개발 이후 150년 동안 많은 기술적인 진보가 이루어져 왔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환경오염 저감을 위한 탈황공정기술 개발이 공정용 촉매기술 개발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해 온 대표적인 정유기술 발전에 해당한다. 수첨탈황공정 (Hydrotreated Desulfurization: HDS Unit)기술은 1차대전이 끝난 직후 석유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1940년대 후반부터 적용되기 시작하였으며, 지금은 전세계 700개 이상에 이르는 모든 정유공장내에 어떠한 형태로든 HDS Unit가 가동되고 있다.
특히, 북미, 서유럽지역은 환경규제가 상대적으로 더욱 엄격하여 CDU (Crude Distillation Unit)대비 HDS용량이 타 지역보다 높아, 북미와 서유럽지역, 일본, 한국에서만 전세계 HDS Unit의 60 % 이상이 집중되어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Sulfur-free수준인 10 ppm이하 수준의 황함량규격이 요구됨에 따라, 기존의 단순 촉매교체만으로는 생산이 불가능해져, 정유사들은 초심도탈황 (Deep Hydrodesulfurization)을 위한 기술개발을 진행해 왔다. 초기의 수첨탈황공정을 위한 촉매로는 원소주기 Group VI에 속하는 몰리브덴을 Base Metal로 하여 제조하였으나, 이후, 텅스텐 (W), 코발트 (Co), 니켈 (Ni) 등이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Base Metal은 감마 알루미나 (τ-Alumina)와 같은 다공성 지지체 (Support)에 담지되어 사용되는데, 아직까지 Base Metal은 더 이상 새롭게 개발된 물질이 없으나, 다공성지지체는 합성법의 개선 및 불소 (F), 붕소 (B), 규소 (Si) 등의 개발로 성능이 보다 향상된 촉매가 등장함에 따라, 탈황성능이 점차 개선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경유에 사용되는 반제품들로는 등유 (Kerosene), LGO (Light Gas Oil), HGO (Heavy Gas Oil), FCC LCO (FCC Light Cycle Oil), CGO (Coker Gas Oil) 등이 있으나, 주로 등유와 LGO의 적절한 배합으로 제조되고 있다. 통상, 황함량 50 ppm 제거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으나, 10 ppm이하의 Sulfur-free수준까지 심도탈황을 하려면, 미량의 Dibenzothiophene계열의 반응성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특정한 황 화합물을 제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며, 이를 얼마나 용이하게 제거할 수 있느냐가 심도탈황기술의 중요한 요소기술에 해당한다.
수첨 심도탈황공정 Flow Scheme
초심도탈황을 위해서는 비점범위, 특히, 90 % 또는 95 % 증류온도와 질소화합물 농도 및 방향족함량에 따라서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설계 및 운전조건을 까다롭게 관리, 운영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초심도탈황공정은 기존 탈황공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소압력이 요구되며, 반응기 부피도 커지기 때문에 신규공정 도입시 투자비의 대폭적인 증가와 함께 수소 소모량도 크게 증가하게 되어 제조원가의 상승은 불가피해진다.
이러한 탈황설비 증설 및 심도탈황을 위한 설비투자에 정유사들은 막대한 투자비를 지속적으로 투입해 온 결과 이미 수 년 전부터 Sulfur-free수준에 해당하는 황함량 10 ppm 미만의 친환경적인 우수한 클린디젤을 생산, 공급해 오고 있다.
바이오연료 기술개발을 통한 클린디젤의 지속향상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환경오염 저감을 위해 정유사들이 탈황설비 신, 증설을 통한 디젤의 황함량 감축을 꾸준히 해 온 결과, 한국의 경우, 이제 Sulfur-free수준의 클린디젤을 생산,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대기 중 SOx함량 저감에는 상당한 기여를 하였으나, 최근에 들어와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온실가스인 CO2 저감을 위한 노력이 주요 이슈로 등장하였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한 바이오디젤 (Biodiesel)이 클린디젤을 위한 좀 더 향상된 대안으로 등장하였으나, 바이오디젤이 가지고 있는 저온성상 악화 및 품질불균일성 등 여러 가지 품질상의 문제점들이 나타나 해결해야 할 숙제로 떠오름에 따라, 최근 수첨바이오디젤 (Hydrotreated Biodiesel: HBD)기술의 등장으로 획기적인 계기를 맞고 있다. 이미 유럽과 일본 등 선진 각국들은 기존 바이오디젤의 주요 대안으로 HBD 도입 쪽으로 방향을 잡기 시작하였는데, 유럽, 미국, 캐나다에서는 바이오디젤에 HBD를 포함시켰으며, 일본은 Biofuel법제화를 통하여 2012년부터 HBD사용을 허가할 계획을 수립해 놓고 있다.
한국은 정부 주도하에 2006년 7월부터 바이오디젤을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며, 매년 0.5 %씩 증가시켜와, 2010년 현재 2.0 %를 시판 중인 디젤에 주입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저온성상 악화 및 품질 불균일성 등의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선진 각국에서 도입 중에 있는 HBD가 그 해결책으로 주목 받고 있다. HBD는 원료물질이 식용작물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다양한 식물성기름 (Vegetable Oil)과 동물성지방 (Animal Fat) 뿐만 아니라, 폐식용유와 Grease 등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특히, 폐식용유의 경우 전처리과정 없이 곧바로 원료물질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바이오디젤에 비해 온실가스 (Greenhouse Gas)저감에도 상대적으로 효과가 크기 때문에 Clean Diesel로써 더욱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HBD는 핀란드의 Neste Oil사가 먼저 개발하기 시작하여, 미국의 UOP, 브라질의 Petrobras사가 현재 각기 독자적인 HBD생산공정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HBD는 방향족화합물 성분과 황을 거의 포함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정유공장 설비를 활용하여 수소를 첨가시키는 처리과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99.9 wt.%가 탄소수 15개에서 18개 사이의 노말 파라핀 (n-Paraffin) 성분으로 되어 있어, 기존의 바이오디젤대비 세탄가와 세탄지수가 높고, 발열량이 높으며, 산화안정도가 우수할 뿐만 아니라, 밀도는 낮은 장점이 있다. 이러한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HBD를 생산, 사용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감소를 가져와 환경오염을 더욱 저감시킬 수 있는 좀 더 우수한 Clean Diesel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맺음말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디젤은 타 연료대비 효율이 우수하여 현재까지는 물론 향후에도 당분간 가장 중요한 수송용연료의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이 낮을 시절에는 무려 1 %가 넘은 황함량을 가진 디젤이 사용됨에 따라, SOx 등에 의한 스모그현상 등 대기질 악화의 주범이란 인식이 자리잡았으나, 정유사들의 꾸준한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통한 탈황공정 가동으로 현재는 Sulfur-free수준의 클린디젤을 생산,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최근에 들어와 온실가스인 CO2를 저감하기 위한 노력으로 바이오디젤을 도입, 사용하게 되었으나, 여러 가지 품질상의 문제들이 발생하게 됨에 따라, 이를 개선한 HBD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정부의 바이오디젤 범주에 HBD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현재로선 사용이 곤란한 상황이다. 이미 유럽과 미국, 캐나다가 HBD사용을 위한 법제화를 마친 상태이고, 일본정부도 2012년부터 사용범주에 넣을 계획을 수립해 놓은 상태에서, 한국이 HBD사용에 법적으로 제약이 된다면, 현재 한국 내 정유사들이 디젤 생산량의 상당부분을 유럽을 비롯한 북미지역에 수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수출대상국가들의 바이오연료 요구조건을 맞추어주는데 있어 운영상의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각국의 환경부를 비롯한 많은 자동차사들이 클린디젤을 당분간 에너지 부족문제 및 환경오염 개선, 그리고 지구온난화를 지연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향후 에너지효율이 상대적으로 높으면서 온실가스 방출량이 적은 획기적인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확보되기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클린디젤이 지속적인 산업발전의 원동력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정유사들의 클린디젤을 생산하기 위한 지속적인 기술개발 노력과 자동차사들의 클린디젤자동차 개발을 위한 연료분사시스템, 엔진디자인, 후처리장치 등에 대한 기술개발이 계속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제 유럽을 비롯한 선진 각국에서, 클린디젤이 당분간 수송용연료 분야에서 대세를 이루어 갈 것이라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발 맞추어 정유사와 자동차사의 관련기술개발 노력과 더불어, 정부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아울러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